'7연승' 쌍포 폭발 정호영 5블록! 정관장 폭풍질주를 누가 막으랴. 허무하게 꺾인 GS칼텍스 봄배구의 꿈 [대전리뷰]
[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한마디로 압도적이었다. '벽'이 느껴지는 경기력 차이였다.
정관장은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GS칼텍스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0(25-13, 25-21, 25-19)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20승14패(승점 61점)가 된 정관장은 4위 GS칼텍스(51점)와의 차이를 10점 차이로 벌렸다.
V리그 규정상 준플레이오프가 열리려면 3위와 4위의 승점 차이가 3점 이내여야 한다. 이날 패배로 GS칼텍스의 봄배구는 좌절됐다.
정관장이 4라운드 이후 '캡틴' 이소영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결과 경기력이 안정된 반면, GS칼텍스는 시즌 내내 고전한 미들블로커진의 높이와 세터 불안을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요즘 정관장 경기를 보면 3~4점 뒤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며 혀를 내두른 뒤, "우린 시즌 시작하기 전부터 주전 세터(안혜진)를 잃었다. 김지원이 어린 나이에 잘 버텨줬지만, 뒤에 안혜진이 있는 것과 (신인)이윤신이 있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며 아쉬워했다.
반면 지난 현대건설전 승리를 통해 봄배구를 확정지은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단기전에 뭘 해야 하는지는 자신 있다. 결국 감독과 세터의 마음을 읽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부분에는 노하우가 있다"며 자부심을 표했다.
이날 대전 현장에는 정관장 홈팬들 외에 실낱 같은 봄 배구 가능성을 기대한 많은 GS칼텍스 팬들도 찾아와 응원전에 나섰다.
물오른 정관장의 경기력은 흔들리는 GS칼텍스에겐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었다. 염혜선은 지아(22득점) 메가(19득점)의 좌우 쌍포 뿐 아니라 정호영(9득점 5블록)-박은진(6득점 2블록)의 중앙 속공까지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GS칼텍스 수비진을 유린했다.
한때 퇴출 위기에도 몰렸던 지아는 현장을 찾은 가족들 앞에서 고비 때마다 전후위를 가리지 않는 폭격으로 해결사 노릇을 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안정된 리시브는 물론 온몸을 던지는 디그, 벼락처럼 나타나는 중앙 후위공격도 일품이었다.
시즌초 '정직한 스파이크밖에 못한다'는 혹평에 시달리던 메가는 허를 찌르는 페인트를 수차례 성공시키며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정호영은 1세트 초반 GS칼텍스의 주포 실바를 잇따라 봉쇄하는 등 이날 9득점(5블록)으로 중앙을 장악하며 삼각편대의 위용을 뽐냈다.
다만 정관장은 2세트 도중 발목을 접질린 이소영의 상황에 촉각을 세우게 됐다. 이소영의 부상 여부는 향후 플레이오프 구도를 뒤바꿀 수도 있다.
1세트 초반 실바가 잇따라 가로막힌 GS칼텍스는 안혜진의 세트 범실, 오세연의 터치네트 등 범실까지 쏟아지며 무려 12점차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유서연(5득점)으로 제몫을 했지만, 강소휘(7득점)와 실바(20득점)의 부진은 치명적이었다. 반면 정관장은 '되는 팀'임을 과시하며 일방적인 승리를 따냈다.
2세트 역시 정관장의 분위기였다. 정호영의 연속 블로킹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메가 지아 쌍포의 맹폭으로 8-4, 16-10, 19-13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GS칼텍스는 실바가 2세트에만 10득점을 올리며 분투했지만, 승부를 고비 마다 흔들리는 팀을 승리로 이끌기엔 역부족이었다.
기세가 오른 정관장은 3세트에도 일방적으로 GS칼텍스를 몰아붙였고, 메가의 서브에이스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정관장 팬들이 화려한 '대전의 봄'을 만끽한 반면, GS칼텍스는 허망한 봄배구 탈락의 결말에 직면했다.
정관장은 이날 승리로 3위를 확정짓고, 흥국생명-현대건설의 선두 다툼에서 탈락한 팀과의 플레이오프만 준비하면 된다. 보기에 따라 낮은 순위에도 유리한 입장이 됐다.
경기 후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완전히 힘에서 눌렸다. 경기 도중 이기기 힘들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벽에 부딪친 느낌이었다"며 완패를 인정했다.
7년만의 봄배구는 물론 이날 승리로 플레이오프 직행까지 확정지은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돌아보면 정관장 부임하면서부터 힘든 일이 많았다.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지금은 우리 선수들과 함께 이뤄내고 싶다. 여기가 끝이 아니라 더 높은 곳에서, 올시즌 마지막 날까지 배구하고 싶다"며 뜨거운 속내를 토해냈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2024-03-07 21: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