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가 될 남자" 국대 듀오와 경쟁? 23세 정한용은 언제나 준비돼있다 [SC포커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정한용 같은 선수가 벤치에 있다니…"
대한항공을 바라보는 타팀 관계자의 부러움 섞인 속내다.
든든한 모기업의 지원도 좋지만, 선수진에 빈틈이 없다. 한선수가 빠지면 유광우, 무라드가 빠지면 임동혁이 투입된다.
이미 임동혁이 외국인 선수들 못지 않은 주포로 활약중인 가운데, 국가대표 '석석듀오(정지석 곽승석)'가 10년간 군림해온 아웃사이드히터진에도 지각 변동이 일 기세다. 3년차 신예 정한용(23)의 도전이 매섭다.
시즌초에는 정지석을 대신해 주전으로도 활약했다. 이미 AVC 챌린저컵, 항저우아시안게임 등에서 국가대표로도 활약할 만큼 공수에서 인정받는 선수다. 1m94의 큰 키에 뛰어난 운동능력까지 갖췄다. 타점 높은 스파이크와 블로킹, 수비력까지 인정받고 있다.
시즌 후반부로 올수록 정지석의 폼이 올라오고,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곽승석의 안정감을 높게 평가해 지금은 다시 웜업존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언제든 준비돼있다.
외인들 틈에서 경쟁중인 서브에이스 26개(공동 6위)가 증명하듯, 공격력은 이미 입증된 선수다. 최근 들어 수비력까지 보강되며 클래스가 일취월장 성장하고 있다.
17일 우리카드전에선 경기 초반 정지석이 부진하자 곧바로 소방수로 투입됐다. 21득점(공격 성공률 53.6%) 4블록. 모두 팀내 최다였다. 리시브 역시 리베로 다음으로 많은 20개(정확 13개)를 책임졌다. 말 그대로 승리를 이끈 주역이었다.
공격 옵션도 오픈, 퀵오픈, 후위공격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 폭격기다. 무라드나 임동혁 같은 아포짓이 부럽지 않은 공격력이었다.
시즌 초엔 주전으로 뛰었지만, 점점 웜업존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정한용은 "초반엔 멋모르고 뛰어서 잘했는데, 막상 선발로 뛰려니 쉽지 않았다. 평소엔 형들 하는 거 보고 코치님 지시에 따라 준비하다가 나가는데, (선발로 뛰려니)생각도 많아지고 부담을 느끼면서 위축됐던 것 같다"면서 "지금은 교체로 뛰면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정한용의 마음 한켠에도 '다른 팀이면 주전인데…'라는 속내는 있다. 올시즌 두자릿수 득점만 19경기, 출전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든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 그는 "솔직히 그런 생각을 안하진 않는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정지석 곽승석)형들이랑 경쟁하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이 느는 걸 느낀다. 그러다보면 형들을 제칠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제나 기회를 엿보고 준비하고 있다. 저 나름의 강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불안할 때도 있고, 자신감이 넘칠 도 있지만, 감독의 바람에 따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한선수보다 2살 어린 틸리카이넨 감독은 경기 중에도 끊임없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다그치고 함께 환호하는 사령탑이다.
웜업존에서도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코트에 들어가면 사람이 달라진다. 정한용은 "코트에 막상 들어가면 형들이 잘 도와준다. 또 평소엔 말이 많지 않지만, 배구할 땐 다르다"고 강조했다.
유광우는 올해로 데뷔 17년째 시즌을 맞이한 V리그 대표 베테랑이다. 정한용에 대한 생각을 물으니 "에이스가 될 남자"라는 묵직한 소개를 건넸다. 그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신경쓰지 말고, 에이스다운 길을 걸었으면 한다. 멀리 보고, 크게 보자"며 격려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2024-02-19 17: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