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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안 바꾸고 잘하고 싶었는데…."
이런 불운을 잘 아는 주위에서 "이름을 한 번 바꿔보라"는 권유가 많았다. 사연이라는 이름이 안좋은 사연을 만들어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었다. 그 때마다 김사연은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겠다. 이름 안 바꾸고 잘하고 싶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특유의 허슬 플레이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너무 열심히 하다보니 무리한 플레이가 나와 자주 다친다는 지적이었다. 김사연은 이런 얘기에도 "프로 선수가 부상 신경쓰며 몸사리면 어떻게 하나. 무조건 앞만 보고 뛰겠다"고 했다.
그랬던 김사연이 결국 이름을 바꿨다. 이제 김사연이 아닌 김지열이다. 김지열은 "이름 바꾼 게 대단한 일이 아닌데 쑥스럽다"고 말하면서도 "주변에서 하도 이름 얘기를 하니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더라. 나도 모르게 '진짜 이름 때문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도 안풀리다 보니 가족들도 개명을 적극 권유했다. 그래서 마음을 먹었다. 평생을 갖고 산 내 이름이 있기에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쉽게 정한 이름은 아니다. 본인 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전국에 이름난 작명소, 절을 찾아다녔다. 김사연은 운동에 집중해야 해 지방까지 가는 일정을 소화할 수 없었다. 잘하는 걸 떠나, 제발 다치지 말고 한 시즌 잘 버텨줬으면 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몇 개의 후보가 모아졌고, 지열(知熱)을 선택했다. 김지열은 "다 잘 될 수 있고, 뜻은 좋다고 해서 입에 붙는 이름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김지열이 부상으로 몇 시즌 주춤하는 사이, kt도 점차 프로팀다운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올해는 FA 3루수 황재균이 입단했고 기대주인 신인 강백호가 들어왔다. 갈수록 백업 선수들의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김지열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외야에서 3루로 전향을 시도했다. 코칭스태프는 마땅한 3루수가 없는 상황에서 타격 재능이 있는 김사연을 그 자리에 넣고 싶었했다. 하지만 황재균의 입단으로 김지열은 다시 외야로 나가야 할 수도 있다. 김지열은 "개명도 하고 이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현재 자리를 가리고 할 처지가 아니다. 코칭스태프에서 원하는 역할을 해내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 야구에 대해 더욱 간절한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