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롱도르 실패가 인종차별 때문?' FIFA 올해의 선수상 향한 레전드의 외침 "세계 최고의 선수는 흑인이자 브라질 선수!"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세계 최고의 선수는 흑인이며 브라질 선수다."
'레전드' 호나우두의 샤라웃이었다. 이번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가 웃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8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2024'를 열었다. 1991년 올해의 선수상을 제정한 FIFA는 2010년부터 프랑스 축구 전문지 프랑스풋볼이 선정하는 발롱도르와 통합해 'FIFA 발롱도르'라는 이름으로 시상하다 2016년부터 다시 발롱도르와 분리해 따로 시상식을 열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은 '올해의 남자 선수' 부문은 비니시우스의 몫이었다. 올해의 남자 선수는 2023년 8월 21일부터 올해 8월 10일까지 펼친 활약을 평가 기간으로 각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 미디어의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비시니우스는 총 48점을 받으며 43점의 로드리(맨시티)와 37점의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를 따돌리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초근 브라질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호나우두는 자신의 SNS에 '세계 최고의 선수 트로피가 브라질에 온지 16년이 지났다. 이제 정당하게 비니시우스의 손에 들어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자주 인종차별을 당하는 피해자다. 저항과 회복의 상징인 비니시우스는 오늘날 세계 축구계를 이끌고 있다. 그들은 비니시우스를 지우려 했지만, 비니시우스는 세계를 흔들었다'며 '세계 최고으 선수는 흑인이며 브라질 선수'라고 했다.
이번 시상식은 비니시우스와 로드리의 리턴매치로 관심이 모아졌다. 10월29일 프랑스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열린 2024년 발롱도르 시상식에서는 로드리가 웃었다. 발롱도르는 직전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축구선수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트로피다.
목발을 짚고 참석한 로드리는 '라이베리아 축구 영웅' 조지 웨아로부터 발롱도르를 건네받았다. 로드리는 1960년 루이스 수아레스 미라몬테스 이후 64년 만의 스페인 출신 수상자가 됐다. 로드리는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1957·1959년 2회 수상), 수아레스에 이어 역대 3번째 스페인 출신 수상자로 이름을 남겼다.
1990년대생 선수가 발롱도르를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드리는 1996년생이다. 1985년생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5회)와 1987년생 리오넬 메시(8회)가 장기간 독식했고, 이변을 일으킨 루카 모드리치는 1985년생, 카림 벤제마는 1987년생이었다. 로드리는 이번 수상으로 맨시티 구단 역사상 첫 발롱도르 위너가 됐다. 2008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후 16년만에 탄생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발롱도르 수상자기도 했다.
발롱도르의 최종 선택은 로드리였다. 로드리는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다.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맨시티지만, 로드리를 대신할 선수는 없다. 펩 과르디올라식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언제나 강력한 맨시티지만, 로드리 부재시 성적은 썩 좋지 않을 정도다. 맨시티는 로드리가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52경기 연속으로 패하지 않았다. 로드리가 맨시티 입단 이후 출전한 EPL 174경기에서 맨시티는 단 19패만 당했다.
2019년 7월 맨시티에 합류한 로드리는 2021~2022시즌 공식전 46경기를 뛴 것을 빼고는 2019~2020시즌 52경기, 2020~2021시즌 53경기, 2022~2023시즌 56경기, 2023~2024시즌 50경기 등을 포함해 맨시티에서 지난 5시즌 중 무려 4시즌을 50경기 이상 소화했다. 중원을 든든히 지킨 로드리의 활약을 앞세워 맨시티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 맨유도 달성하지 못한 전무후무한 EPL 4연패를 이뤄냈다.
로드리는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유로2024 우승으로 이끌었다. 로드리는 대회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로드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뛰지만, 이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발롱도르에서 5위에 올랐다. 올 시즌 더욱 강력한 후보로 꼽혔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발롱도르를 받는 놀라운 역사를 이뤄냈다.
당초만 하더라도 가장 유력한 발롱도르 후보는 비니시우스였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지난달부터 비니시우스가 발롱도르 수상을 확정지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각종 베팅 업체들 역시 비니시우스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봤다.
비니시우스는 레알 마드리드 2관왕의 주역이었다. 리그에서 15골-6도움을 올리며 우승에 힘을 보탠데 이어,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6골-5도움을 터뜨리며 팀에 15번째 빅이어를 선사했다. 특히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골을 기록하는 등 큰 경기마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상 초유의 2000년대 수상자가 예상됐지만, 막판 요동쳤다. 비니시우스가 발롱도르 수상식에 불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류가 묘해졌다. 비니시우스를 포함해, 주드 벨링엄, 킬리앙 음바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등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 전체가 이번 발롱도르 시상식에 불참했다. 레알 마드리드 측은 비니시우스가 실력이 아닌 외부 요인에서 밀렸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레알 마드리드는 "비니시우스가 수상하지 못하면 다니 카르바할이 받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발롱도르와 UEFA는 레알 마드리드를 존중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고 했다.
후폭풍은 대단했다. 브라질은 발칵 뒤집혔다. 정재계가 나설 정도였다. 레알 마드리드 출신 선수들도 부당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결국 발롱도르의 총책임자인 뱅상 가르시아가 나섰다. 가르시아는 레퀴프를 통해 "레알 마드리드 팀 동료들이 비니시우스의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발롱도르 수상자는 100명의 기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인 벨링엄과 카르바할이 상위 후보 4위 안에 포함됨에 따라 비니시우스의 표가 분산됐을 것"이라며 "이에 비니시우스가 표를 잃었다"고 했다. 이어 "레알 마드리드나 맨시티 중 그 누구도 수상자를 알지 못했다는 점은 보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2024'의 승자는 비니시우스였다. 비니시오스는 이번 수상으로 2007년 카카에 이어 17년 만에 'FIFA 올해의 선수'로 뽑힌 브라질 선수가 됐다. FIFA는 '비니시우스가 2023~2024시즌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39경기에 출전해 24골을 넣었고,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이끌었다'며 '2024년 코파아메리카 8강 진출팀 브라질 대표팀의 일원이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UEFA 슈퍼컵 등 우승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비니시우스는 "저를 뽑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제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들의 꿈을 포기한 가족들에게도, 제가 큰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게 해준 팀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비니시우스는 '더 베스트 FIFA 베스트 11'에도 이름을 올리며 기쁨을 배가했다. 공격수에는 비니시우스를 비롯해 '괴물' 엘링 홀란(맨시티), '초신성' 야민 라말(바르셀로나)이 선정됐다. 미드필드는 로드리를 필두로 벨링엄, 그리고 은퇴한 토니 크로스가 뽑혔다. 포백은 다니 카르바할, 안토니오 뤼디거(이상 레알 마드리드), 후벵 디아스(맨시티), 윌리엄 살리바(아스널)가 이뤘다. 최고의 골키퍼는 아르헨티나의 '에밀신'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애스턴빌라)였다.
한편 '올해의 여자 선수'에는 아이타나 본마티(바르셀로나)가 2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올해의 남자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를 이끄는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차지했다. '올해의 여자 감독'은 파리올림픽에서 미국의 금메달을 이끈 에마 헤이스 감독이 받았다. 가장 멋진 골을 터트린 선수에게 수여하는 '푸스카스상'은 맨유의 알레한드로 가르나초가 선정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에버턴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절묘한 오버헤드킥 골을 기록하며 전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푸스카스상은 과거 번리전 득점으로 손흥민이 수상한 바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4-12-18 17:2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