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보였던 두 팀도 소극적인 자세…'197승' 다나카, 마쓰자카 길을 갈 수 있나[민창기의 일본야구]
원조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2015년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했다. 어린 시절 꿈을 키우고 성장했던 원 소속팀 세이부 라이온즈가 아닌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갔다. 마운드 보강을 모색하던 소프트뱅크가 영입전에서 이겼다. 부자구단답게 성의를 다해 예우했다. 3년-12억엔을 안겼다. 연봉 4억엔을 보장했다. 이미 하향세를 타고 있었지만 일본에선 효용성이 남아있다고 믿었다. 스타 마케팅까지 고려했을 것이다.
마쓰자카 프로젝트는 악몽으로 돌아왔다. 첫해 어깨 수술을 받은 마쓰자카는 3년 내내 재활에 매달렸다. 입단 2년차였던 2016년, 딱 1경기에 등판했다. 최종전에 구원등판해 1이닝을 던졌다. 소프트뱅크와 인연은 역대급 '먹튀'로 끝났다.
38세, 전성기가 지난 마쓰자카는 포기하지 않았다. 입단 테스트를 거쳐 주니치 드래곤즈 유니폼을 입었다. 모리 시게카즈 감독이 불렀다. 세이부 시절 마쓰자카와 함께 했던 지도자다.
연봉 1500만엔에 계약했다. 최저 연봉 수준이다. 마쓰자카는 그해 4월 30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즈를 상대로 6이닝 1실점했다. 12년 만에 일본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그해 11경기에 나가 6승(4패·평균자책점 3.74)을 거뒀다. 시즌 종료 후 8000만엔에 재계약했다.
마쓰자카는 2020년 세이부로 이적해 홈 팬들 앞에서 은퇴했다. 은퇴식이 열린 세이부돔에 깜짝 손님이 찾아왔다. 또 다른 전설 스즈키 이치로가 2006년, 2009년 WBC 우승을 함께 이끌었던 후배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마쓰자카는 선배를 보면 눈물을 흘렸다.
요즘 다나카 마사히로(36)를 보면 마쓰자카를 떠올리게 된다. 다나카도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으로 마감한 마쓰자카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일본야구기구(NPB)는 지난 2일 자유계약선수를 공시했다. 이미 고지된 대로 라쿠텐 이글스와 결별한 다나카도 명단에 포함됐다. 그는 라쿠텐과 이별을 알리면서 현역 선수 속행 의지를 밝혔다. 전성기가 지난 선수가 자신을 객관화해서 보기가 참 어렵다.
다나카는 구단이 제시한 연봉 대폭 삭감을 거부했다. 재계약 불발의 일차 원인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라쿠텐은 지난해 선수간 갑질 문제가 불거져 일본프로야구를 떠들썩하게 했다. 특정 선수가 수년간 동료 선수를 괴롭히는 일이 벌어졌다. 팀을 대표하는 레전드 다나카가 이를 방조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팀 리더로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구단의 신뢰를 잃었다. 일부에선 인성 문제를 거론한다.
부진이 깊어져 입지도 줄었다. 구단 입장에선 적지 않은 연봉이 부담이 됐을 것이다. 이 모든 걸 감안해도, 다나카와 라쿠텐의 결별은 충격적이었다. 다나카는 2013년 24승무패(평균자책점 1.27), 괴물 같은 활약으로 라쿠텐을 창단 첫 재팬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올 시즌 1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관심을 나타낸 팀이 있었다. 일부에선 다나카를 두고 영입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일 통산 197승(113패). 3승을 추가하면 200승을 달성한다. 마케팅 차원에서 관심을 가질만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른 분위기다. 당초 다나카에게 관심을 나타냈던 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주니치 드래곤즈와 야쿠르트 스왈로즈 모두 한발 물러났다.
주니치의 이노우에 가즈키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영입 가능성이 낮다는 뉘앙스로 얘기했다. 주니치는 3년 연속 꼴찌를 했다. 이노우에 감독 체제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선발투수가 필요한데 다나카에게 한 자리를 내주기 어렵다. 오노 유다이(36), 와쿠이 히데아키(38) 등 베테랑 투수가 있다. 앞서 나카타 쇼(35), 나카지마 히로유키(42) 등 베테랑 야수를 외부에서 데려왔으나 영입 효과를 못 본 이유도 있다.
2년 연속 5위에 그친 야쿠르트. 다나카 영입의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유보적인 자세를 보인다. 관심이 있다고 해도 우선순위가 아니다. 야쿠르트 구단 고위 관계자는 "영입을 위해 조사를 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한신 타이거즈, 세이부 라이온즈 등 선발진을 갖췄거나, 젊은 투수들이 성장 중인 팀들은 관심이 없다. 다나카가 관리가 부담이 되는 레전드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2013년 라쿠텐을 정상으로 이끈 다나카는 메이저리그로 건너갔다.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7년간 78승(46패·평균자책점 3.74)을 올렸다. 2021년 라쿠텐에 복귀해 20승(33패)을 기록했다. 매년 실망을 안겼다. 올해는 1경기에 나서 1패, 평균자책점 7.20을 기록했다. 지난 9월 28일 오릭스 버팔로즈전에 나가 5이닝 4실점했다.
다나카는 2021∼2022년, 2년 연속 9억엔을 받았다. 일본프로야구 최고 연봉 선수였다. 부진이 이어져 2023년 4억7500만엔, 2024년 2억6000만엔으로 삭감됐다.
다나카가 은퇴의 기로에 섰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2024-12-05 09:3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