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7억원 받고 등판 없이 퇴출-안타 1개당 3억7000만원, 가성비는 묻지 마라 속터진다[민창기의 일본야구]
1군 경기에 딱 1번 등판했는데, 연봉이 2억8000만엔(약 26억4000만원)이다. 5이닝을 던졌으니 이닝당 5600만엔(약 5억3000만원)꼴이다. 아무리 부상 후유증 탓이라고 해도, 구단 입장에선 속터지는 일이다. 반면, 연봉 1600만엔(약 1억5000만원)짜리 투수가 22경기에 선발등판해 11승(5패·평균자책점 2.93)을 올렸다. 3년간 4승을 기록하다가 입단 4년차에 잠재력을 터트렸다. 4~7월 7연승을 달렸다. 팀 내 다승 공동 1위, 퍼시픽리그 공동 4위를 했다.
전자는 다나카 마사히로(36), 후자는 후지이 마사루(28)다. 둘 다 올 시즌 라쿠텐 이글스 소속으로 던졌다. 커리어를 보면 극명하게 대조된다.
다나카는 미일 통산 '197승'을 기록 중인 레전드다. 2013년 24승무패, 괴물같은 활약으로 라쿠텐을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와 2021~2022년, 2년 연속 9억엔(약 85억원)을 받았다. 일본인 선수 최고 연봉이다. 그는 복귀 첫해 4승(9패)에 그쳤다. 라쿠텐이 1승당 2억엔이 넘는 돈을 투자한 셈이다. 라쿠텐과 결별한 다나카는 새 팀을 찾고 있다. 연봉 대폭 삭감을 거부하고 나왔다.
도요대학을 졸업한 후지이는 사회인야구팀(ENEOS)을 거쳐 프로 선수가 됐다. 2021년 연봉 1120만엔으로 시작했다. 2022년 1000만엔으로 떨어졌다가 2023년 1050만엔으로 소폭 올랐다. 조만간 활짝 웃는 얼굴로 재계약 소식을 전할 것이다.
일본의 시사주간지 아에라 인터넷판은 후지이를 올 시즌 퍼시픽리그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은 선수 1위로 꼽았다. 다나카는 가성비 '워스트' 1위였다.
KBO리그만큼 외국인 선수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일본프로야구도 외국인 전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팀 당 보유 선수 제한이 없어 무한 경쟁이 이뤄진다. 물론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거나 연봉이 높은 선수에게 먼저 기회가 돌아간다. KBO리그보다 연봉 수준이 높다. 5년 넘게 장수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즈 내야수 테일러 오스틴, 야쿠르트 스왈로즈 외야수 도밍고 산타나. 올 시즌 센트럴리그 타격 1~2위를 했다. 오스틴은 타율 3할1푼6리-25홈런-69타점, 산타나는 3할1푼5리-17홈런-70타점을 기록했다. 오스틴은 올해 연봉이 3억6000만엔(약 34억원), 산타나는 3억7000만엔(약 35억원)이다. 연봉에 걸맞은 성적을 냈다.
외국인 타이틀 홀더가 또 있다. 마무리 투수 라이델 마르티네즈. 쿠바 출신이다. 올해 43세이브(2승3패7홀드·평균자책점 1.09)를 기록, 센트럴리그 구원 1위를 했다. 올해로 주니치 드래곤즈와 3년-6억엔 계약이 끝났다. 주니치가 잡기 어려운 수준으로 몸값이 뛰었다. 소프트뱅크가 나서면 돈으로 경쟁이 안 된다. 연봉 10억엔(약 94억4000만원)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같은 쿠바 출신인 소프트뱅크 좌완 리반 모이넬로.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첫해 두 자릿수 승을 올렸다.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했다. 11승5패-평균자책점 1.88. 그는 2022년, 3년-9억엔에 계약했다. 계약 종료에 앞서 구단이 빠르게 움직였다. 올해 초 4년-40억엔에 연장 계약을 했다. 내년부터 일본 최고 연봉인 10억엔을 수령한다.
기대에 못미친 선수가 더 많다. 주니치의 다얀 비시에도는 일본야구 9년차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1군 15경기 출전에 그쳤다. 타율 2할9리, 9안타, 1홈런, 2타점. 시즌 종료 후 퇴출됐다. 중심타자가 빠진 주니치는 3년 연속 센트럴리그 꼴찌를 했다. 비시에도는 올해 연봉 3억5000만엔(약 33억원)을 챙겨갔다. 안타 1개당 3900만엔(약 3억7000만원)
요미우리 자이언츠 좌완 요한데르 멘데스.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4월, 9월 딱 2경기를 던지고 시즌이 끝났다. 총 4⅓이닝을 소화하고 2패, 평균자책점 12.46. 요미우리는 지난 3일 그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뺐다. 올해 연봉 1억엔(약 9억4000만원).
지바 롯데 마린즈 우완 주니어 페르난데스는 지난여름 자유계약선수로 풀렸다. 지바 롯데는 시속 160km 강속구를 던지는 그에게 연봉 1억8000만엔(약 17억원)을 안겼다. 그러나 부상이 최악으로 이어졌다. 1군 경기에 한 번도 나가지 못하고 방출됐다.
같은 팀의 지미 코데로도 연봉 1억8000만엔 몸값에 한참 못 미쳤다. 5경기에 구원으로 나가 5이닝을 던졌다. 1패2홀드, 평균자책점 7.20. 기가차는 성적이다.
오릭스 버팔로즈도 속이 쓰리다. 메이저리그 출신 내야수 마윈 곤잘레스 때문이다. 23경기에 서 타율 1할3푼1리, 8안타, 1홈런, 2타점. 득점권에서 11타수 1안타, 타율 9푼1리를 마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7홈런을 쳤는데 일본에선 이름값을 못했다.
2년 계약을 마친 곤잘레스는 선수 은퇴를 발표했다. 그의 올해 연봉이 1억8000만엔이다. 일본에서 두둑한 은퇴 보너스를 챙긴 셈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2024-12-06 07: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