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뮤지컬배우로 거듭난 소녀시대 서현의 열연,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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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가장 신선한 충격은 스칼렛 역의 서현이었다. 사실 방대한 원작을 두 시간 짜리 뮤지컬에 옮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캐릭터 역시 스토리를 따르되 '느낌'으로 전달해야 한다. 서현은 뮤지컬 신인임에도 기대 이상의 에너지를 보여주며 쉽지 않은 역을 소화했다. 그녀의 뮤지컬 출연은 '해를 품은 달'에 이어 두번째다. '소녀시대의 노래 잘 하는 멤버'라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따로 들으니 훨씬 좋았고,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노래에 감정을 싣는 힘은 베테랑 배우 못지 않았다. 짧은 커리어에도 여러 색깔과 묘한 매력을 지닌 여인의 삶을 무난하게 보여줬다. 군데군데 연결 대목에서 서툰 연기가 눈에 띄었지만 합격점을 받기엔 충분하다. 비슷한 걸그룹 출신 뮤지컬 선배인 옥주현의 신인 때 모습을 보는 듯 했다.
품격과 부(富)를 갖춘 섹시한 능력남 레트 버틀러 역의 임태경도 최고의 뮤지컬 스타답게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스칼렛과 균형을 이루었다. 이 작품의 포인트는 스칼렛과 레트 버틀러의 2인 구도인데, 두 배우가 캐릭터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조연과 앙상블의 하모니, 나아가 작품 전체가 서서히 살아났다.
이 가운데 무대 세트는 공을 많이 들였다. 정원과 무도회 장면이 인상적이고, 영상도 작품 분위기를 살리는데 일조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말 번역에서 튀는 대목이 있는 것은 아쉽다. 좀더 순화하고 매끄럽게 다듬을 필요가 있을 듯 하다. 2월1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