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이 조훈현 9단을 이긴 것처럼 스승님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2일 목동에서 열린 신일고와 덕수고의 청룡기 결승. 서로를 잘 아는 까닭으로 두 사령탑은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기 위해 다양한 작전을 펼쳤다. 아마추어 야구는 지난 2005년 나무 배트를 도입한 이후 '롱볼'이 사라졌다. 이번 대회에서도 32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홈런은 딱 2개 밖에 터지지 않았다. 그중 하나는 그라운드 홈런으로 실제 펜스를 넘긴 타구는 하나 밖에 없었다. 지난 대회에서는 4홈런이 터졌으니, 아마야구의 장타력이 더욱 퇴보한 셈. 그러나 세밀한 작전과 기동력을 앞세운 스몰볼은 고교 선수들의 기본기와 기량을 한껏 끌어올린게 사실. 양팀은 '스몰볼'의 진수를 선보이며 명승부를 펼쳤다.
덕수고는 1-0으로 쫓기던 5회말 선발 한주성이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의 위기에 몰리자 마운드를 사이드암스로 안규현으로 바꿨다. 그러자 신일고는 8번 우승효에게 풀카운트에서 스리번트 사인을 지시, 1사 2,3루의 찬스를 이어갔다. 9번 김기담의 유격수 땅볼때 3루주자 김나눔이 홈에서 태그아웃돼 2사 1,3루. 덕수고는 왼손투수 김용인을 올려 1번 왼손타자 김태진을 중견수플라이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날 승부의 하이라이트였다. 덕수고는 7회 이정호의 적시타와 김하민의 스퀴즈번트로 2점을 보태며 분위기를 완전히 끌어왔다.
경기후 정 감독은 상기된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정 감독은 "7년 동안 최 감독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오늘 이긴 것이 죄송할 따름이다. 바둑에서 이창호 9단이 조훈현 9단을 이긴 것 같은 기분인데, 최 감독님께 고마움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정 감독은 "우리 덕수고는 전통적으로 선수들이 휴대폰이 없다. 두발도 스포츠머리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 그동안 고생하면서도 야구에 전념해준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며 기쁨을 나타냈다.
목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제6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시상내역
최우수선수=김용인(덕수고) 우수투수상=한주성(덕수고) 감투상=이윤학(신일고) 수훈상=한승택(덕수고) 타격상=김민준(북일고) 타점상=심재윤(북일고) 도루상=유영준(덕수고) 홈런상=김중철(대전고) 최다안타상=김민준(북일고) 최다득점상=김민준(북일고) 감독상=정윤진(덕수고) 지도상=김창배(덕수고 부장) 공로상=이상원(덕수고 교장) 모범심판상=박성준 배움의야구상=휘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