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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16강 맞대결 이광종-김판곤의 22년 인연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9-22 20:15 | 최종수정 2014-09-23 17:32


◇이광종 감독(왼쪽)과 김판곤 감독. 스포츠조선DB

이광종(50)과 김판곤(45). 22년 전 두 지도자의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프로 5년차 이 감독은 베테랑 미드필더였다. 1988년 유공(현 제주)에 입단한 뒤 5시즌 간 주전 자리를 놓지 않았다. 호남대를 졸업하고 현대(현 울산)에 입단한 신출내기 미드필더 김판곤에게 선배 이광종은 높은 벽이었다.

이 감독은 스타였다. 1997년 수원에서 현역 은퇴할 때까지 K-리그 266경기를 뛰며 36골-21도움의 기록을 남겼다. 김 감독의 프로인생은 초라했다. 현대의 주전으로 발돋움한 1995년 정강이뼈 골절이라는 중상을 했다. 4번의 대수술을 거쳤으나, 결국 그라운드에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은퇴시기가 이 감독과 같다. 둘은 대한축구협회(KFA) 지도자 강습을 나란히 받으며 지도자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도자 인생은 또 다른 세계였다. 선배 이 감독은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2003년 20세 이하 대표팀 수석코치로 박성화 감독을 보좌하면서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일궈냈다. 하지만 조연이었을 뿐이다. 2009년 나이지리아 17세 이하 월드컵 8강 진출을 이끌어내기 전까지는 유소년 축구에서 '좀 알려진' 무명 지도자였다. 김 감독은 홍콩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했다. 중경고 코치 2년을 거친 뒤 홍콩에서 플레잉코치로 4년을 더 뛰었다. K-리그에서 못다피운 꽃은 홍콩에서 만발했다. 2000년 인센트를 시작으로 더블플라워, 레인저스에서 활약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와 지도자로 이름을 날렸다. 홍콩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2005년에는 K-리그 부산 아이파크 수석코치로 부임했다. 두 차례 감독대행을 하면서 뛰어난 지도력을 선보여 '판곤매직'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2009년에는 홍콩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동아시안게임(SEA) 우승, 2010년 동아시아컵 결선 진출의 역사를 쓰며 홍콩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두 지도자가 22년 만에 외나무다리서 다시 만났다. 꾸준히 외길을 걸은 이 감독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8년 만의 금사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홍콩 대표팀 감독이자 기술위원장이기도 한 김 감독은 2회 연속 아시안게임 16강 진출의 성과를 내면서 또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선후배는 오후 8시 각각 한국-홍콩의 지도자로 한판승부를 펼친다.

김 감독은 "현역시절 이 감독님을 마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지도자 강습도 함께 받는 등 추억이 있다"고 22년 전의 추억을 되새겼다. 그는 "홍콩이 좋은 전력이 아니다보니 좋은 축구를 보여주기는 어렵다. 때문에 한국을 만난 게 부담스럽다"면서 "그저 깨끗하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목표를 이뤘다. 좋은 팀을 만나 후회없는 승부를 펼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에게 한국전이 무언가를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미소를 지었다.

돌고 돌아 만난 선후배의 인연이다. 약체 홍콩을 이끄는 김 감독 입장에선 이 감독에게 '봐달라'는 떼를 쓸 법도 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희미한 미소만 지을 뿐이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제가 선배님께 전화를 하면 쓰나요."
화성=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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