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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아톰급 챔프'함서희, 타이틀 방어뒤 체계적 재활지원 있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12-25 17:33 | 최종수정 2017-12-26 07:51


'아톰급 챔피언' 함서희가 20일 부산 동의과학대 스포츠재활센터에서 허 강 팀장에게 손가락 테이핑을 배우고 있다. 체계적인 재활 지원에 힘입어 함서희는 23일
샤오미 로드FC 045 XX 아톰급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챔피언 벨트를 지켜냈다.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함서희가 김민철 동의과학대 스포츠재활센터 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 팀매드 소속 선수들은 동의과학대 스포츠재활센터를 제집처럼 드나든다. 몸이 전부인 이종격투기에서 재활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파이터 함서희와 김동현이 재활을 마친 후 함께 활짝 웃으며 파이팅을 외쳤다.

"재활은 제게 '하느님'이에요. 저는 여기 계신 선생님들을 '하느님'이라고 불러요."

샤오미 로드FC 045 XX 아톰급 타이틀전 D-3, 지난 20일 '챔피언' 함서희(30·부산 팀매드)는 부산 동의과학대(DIT) 스포츠재활센터에 있었다. 한겨울 아침부터 센터에 와서 몸을 풀었다. 허 강 팀장의 세심한 컨디셔닝을 통해 경기를 위한 최상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함서희는 자신만만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케이지에서 함서희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23일 오후 그랜드 힐튼 서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톰급 타이틀전, 함서희는 '한국계 미국인' 진 유 프레이를 1라운드 KO승으로 꺾고 챔피언 벨트를 지켜냈다. 왼손 훅으로 상대를 사정없이 쓰러뜨린 직후 질풍처럼 몰아치는 파운딩으로 경기를 단숨에 끝냈다. 압도적인 승리였다.


함서희가 진 유 프레이에게 펀치를 날리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D-3, 아톰급 챔피언 1차 방어전을 사흘 앞둔 함서희는 자신만만했다. 10kg 감량도, 훈련도, 재활도 모든 준비과정이 완벽한 데서 나오는, 챔피언의 자신감이었다.



'큰' 김동현과 동의과학대 스포츠재활센터 직원들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챔피언' 함서희 "포기할 뻔한 순간, 손 잡아준 재활"

서른살 파이터의 짜릿한 승리 뒤에는 눈물 겨운 재활이 있었다. 함서희의 소속팀 부산 팀매드는 지난 3월 동의과학대 스포츠재활센터와 산학협동협약(MOU)를 맺었다. 함서희뿐 아니라 최두호, 김동현 등 내로라하는 파이터들이 매주 3회 이상 수시로 이곳을 찾는다. 함서희는 "'이 센터'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곳이다. 너무나 감사한 곳"이라며 고개 숙였다.

고단한 파이터의 삶,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던 순간이 있었다. 2015년 11월 UFC 서울 대회를 불과 3개월 앞두고 십자인대가 끊어졌다. 6개월 이상 재활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고개를 저었다. 함서희는 "시합을 포기할 뻔했다. 한국 최초로 열리는 UFC 대회, 너무나 욕심나는 시합이었다. 포기하려던 순간, 동의과학대 스포츠재활센터를 만났다. 3개월 내내 이곳에 살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눈물겨운 노력은 기적을 만들었다. 함서희는 그토록 간절했던 서울 대회에 출전했고, UFC 첫승의 역사를 이뤘다. "지난 6월엔 아톰급 챔피언도 됐다. 좋은 일은 다 이곳에서 일어났다"며 활짝 웃었다. "나는 여기 계신 선생님들을 '하느님'이라고 부른다. 못 걷는 사람도 걸어나가게 하신다"며 미소 지었다. 후배들에게 재활 습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나는 선수 생활 끝자락에야 재활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좀더 빨리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어린 후배들에게 재활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매일 습관처럼 센터를 찾는다. 재활은 다치고 아플 때가 아니라, 평소에 다치지 않도록 예방하고 챙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곳을 찾는 선수들은 성별, 종목, 지역 불문이다. '동병상련' 에이스들이 꿈을 향한 의지 하나로 '와신상담' 하는 곳이다. 프로야구 손아섭, 강민호, 전준우, 송승준, 프로축구 박주호, 한국영, 류승우, 황일수, 송창호, 백동규, 해외파 구자철 김영권 김주영, 여자축구 심서연 등 종목을 대표할 만한 선수들이 가장 힘든 순간, 이곳에 머물렀다.


동의과학대 스포츠재활센터 이태식 센터장. 동의과학대 물리치료과 교수인 이 센터장은 퇴원 후 재활할 곳이 없어 서울로 가는 부산, 경남 지역 선수들을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의 상생을 위해 2012년 이 센터를 오픈했다. 이제는 부산 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선수, 전종목 선수들이 믿고 찾는 '힐링의 아지트'가 됐다.

롯데 에이스 손아섭이 밸런스 타격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동의과학대 스포츠재활센터에서 가장 성실하게 재활하고 몸을 만들고 훈련해온 선수다. 2년 연속 전경기 출전은 선수의 철저한 자기관리와 스포츠 재활의 힘이 더해진 결과다 .


일자리 창출-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스포츠재활센터

동의과학대 스포츠재활센터는 '현장'을 아는 재활 전문가들이 '진심'을 다해 일하는 곳이다. 김민철 팀장은 20년 가까이 K리그 울산 현대, 부산 아이파크 의무팀장으로 일한 베테랑이다. 허 강 팀장은 2000년부터 10년 가까이 전남 드래곤즈에서 잔뼈가 굵었다. 선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읽어낸다. '오직 선수'를 위해'라는 소신으로 밤낮없이 일한다. 선수를 살리는 일이라면, 독일 분데스리가 13시간 출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손가락 마디마디, 굳은살은 이들에게는 훈장이다. 허 팀장은 "우리가 하는 일은 프로선수에겐 '돈', 어린 선수들에겐 '꿈'이다. 선수가 다시 뛸 수 있도록 돕는 것, 유소년들의 꿈을 키워주는 보람은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김 팀장 역시 '재활 철학'을 묻는 질문에 "소통과 순환"이라고 즉답했다. 꽉 막힌 몸과 마음을 열리게 하는 일, 인생과 세상이 다시 돌아가게 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심은 통한다. 2012년 센터 개소 이후 지난 5년간 1700명, 연평균 350명 이상이 센터를 거쳤다. 선수뿐 아니라 생활체육 동호인, 부산 시민, 동네 주민들도 이곳을 사랑방처럼 찾는다. 센터장인 이 학교 물리치료과 이태식 교수(의학박사, 대한물리치료사협회장)는 "대학은 교육뿐 아니라, 산학 연계를 통해 지역 사회에 기여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5년 8월, 스포츠재활센터 분야에서 유일하게 교육부 학교기업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대학내에 이런 규모의 스포츠 재활 센터를 갖춘 것은 우리 학교가 유일하다"고 자부심을 표했다.

동의과학대 스포츠재활센터는 후학 양성,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다. 재학생들은 이곳에서 배우고, 졸업생들은 이곳에서 일한다. 수익금은 학교 발전을 위해 재투자된다. 이 센터장은 "허 강 팀장, 강호성 차장, 박시연 물리치료사 등은 우리과 졸업생이다. 교육부 학교기업 지원사업 기관으로 선정돼 매년 2억4000만원 지원금을 받는다. 이 돈으로 학생들의 창업교육, 현장실습, 인턴 및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학교 학생들 뿐 아니라 동의대, 신라대, 동아대, 가톨릭대 학생들도 이곳에 와서 실무를 배운다. 실습생들을 지역사회와 연계시키고 취업도 알선한다"고 설명했다.

'선수들 사이에 입소문이 자자하더라'는 칭찬엔 손사래를 쳤다. 이 센터장은 담담하게 재활센터 고유의 역할을 이야기했다. "우리의 소임은 의료적 처치를 마친 선수의 퇴원후 관리부터 현장 복귀까지 책임지는 일"이라고 했다. "여기서 재활하고 나간 축구선수가 골을 넣고, 국가대표에 발탁됐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면 정말 기쁘다"며 웃었다.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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