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데뷔골X오현규-이재성 2G 연속골' 한국, 이라크에 3-2 승 '3연승 B조 선두'...북중미행 5부능선 넘었다[이라크전 현장리뷰]
[용인=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홍명보호가 북중미행 5부능선을 넘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대표팀은 15일 오후 8시 경기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4차전에서 오세훈(마치다) 오현규(헹크) 이재성(마인츠)의 연속골을 앞세워 3대2로 이겼다. 데뷔전이자 홈에서 열렸던 팔레스타인과의 1차전에서 0대0 무승부를 거뒀던 홍 감독은 이날 승리로 부임 후 홈 첫 승에 성공했다. 3차예선 최대 분수령으로 여긴 요르단, 이라크와의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한 홍명보호는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위한 꽃길을 깔았다. 한국은 승점 10(3승1무)으로 B조 선두를 질주했다.
한국은 이라크, 요르단, 팔레스타인, 오만, 쿠웨이트와 함께 B조에 속했다. 3차예선은 18개팀이 6개팀씩 3개조로 나뉘어 홈&어웨이로 풀리그를 치른다. 각조 1, 2위, 총 6개팀이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쥔다. 3, 4위는 4차예선으로 간다.
홍명보호는 앞선 요르단전에서 완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탔다. '캡틴'이자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명단에 포함됐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제외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홍 감독은 일찌감치 준비한 플랜B를 앞세워 카타르아시안컵 4강에서 아픔을 줬던 요르단을 잠재웠다. 한국은 당시 0대2로 패하며, 64년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에 실패했다. 탁구게이트라는 후폭풍이 덮쳤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됐다.
절치부심한 한국은 전반 이재성과 후반 오현규의 연속골을 묶어 2대0 승리를 거뒀다. 점유율에서 상대를 압도했고, 마무리도 좋았다. 아픔도 있었다. '황소' 황희찬(울버햄튼)이 상대 태클로 교체아웃됐고, 대신 투입된 엄지성(스완지시티)마저 부상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배준호(스토크시티)를 위시로 한 젊은 피가 그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배준호는 오현규의 골을 어시스트한 것을 비롯해, 패스 성공률, 키패스 성공률, 드리블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12년간 대표팀 중앙 수비를 지켰던 김영권(울산)의 이탈로 관심을 모았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파트너는 조유민(샤르자)이 나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홍 감독은 황희찬과 엄지성이 이탈하자 이승우와 문선민(이상 전북)을 대체 발탁했다. 홍 감독은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라크는 선두 경쟁이 유력한 팀이고 강한 상대다.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요르단전 후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생기고, 9월 보다는 좋아졌다"고 했다. 이어 "황희찬도 마찬가지고, 엄지성도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했다. 아무래도 대체 자원들이 얼마만큼 해주느냐가 중요하다. 꾸준하게 해온 방법대로 조직적으로 하려고 연습하고 있다. 3분의 1 지역에 가서는 어떤 플레이를 할지, 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변수도 있었다. 전날 공식 훈련이 묘하게 꼬였다. 이날 훈련은 당초 오후 4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정된 시간을 40분 지난 4시40분 시작됐다. 이유가 있었다. 도핑 때문이었다. 선수단은 훈련 1시간 전에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훈련 이동 중 무작위로 8명이 도핑 검사를 받았다. 대표팀 관계자는 "도핑의 프로토콜은 불기에 예고 없이 하는게 원칙이다. 경기 당일 오전에 요청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스케줄이었다. 이 관계자는 "도핑 검사가 쉽지 않다. 소변량이 굉장히 많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 몇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몇몇 선수들은 정해진 소변량을 제출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많았다. 훈련 시간이 늦어질수록 저녁식사 등 다음 스케줄이 미뤄질 수 밖에 없었다. 이라크 훈련 스케줄도 있었다"고 했다. 결국 홍 감독이 나섰다. 관계자는 "홍 감독이 직접 도핑 관계자에 요청을 해 늦추기로 했다. 아직 제출하지 못한 선수들은 훈련 후에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며 "해야하는 일이지만, 내일 경기에 미묘한 지장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한국 대표팀 감독 후보기도 했던 헤수스 카사스 감독 부임 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이라크는 최근 7경기에서 6승1무라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이라크는 이번 3차예선 3경기를 치르며 단 한골도 내주지 않는 막강 수비력을 과시했다. 무패를 달린 7경기로 범위를 넓혀도 단 1골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주포인 1m89의 장신 스트라이커 아이만 후세인의 결정력도 경계대상이다. 김민재는 "두세차례 만났는데 제공권이 강하더라. 공격수지만 끈끈하게 뛰는 선수다. 높이에 신경을 써야할 것 같고, 세컨드볼을 주의해야할 것 같다. 경험이 없는 선수들과 이야기하면서 강하게 할때, 커버할때를 잘 구분해서 막겠다"고 했다.
홍 감독은 요르단전과 비슷한 멤버를 내세웠다. 두 자리만 바뀌었다. 배준호와 오세훈이 새롭게 가세했다. 최전방에 주민규 대신 오세훈이 포진했고, 2선에는 배준호-이재성-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자리했다. 축구팬들이 기대하는 '우강인-좌준호', 이른바 '강-호 듀오'가 처음으로 선발로 호흡을 맞췄다. 3선과 수비진은 그대로다. 중원에는 황인범과 박용우가 섰다. 포백은 이명재(울산)-김민재-조유민-설영우(즈베즈다)가 구성했다. 골문은 조현우(울산)가 지켰다. 이승우와 주민규, 오현규는 벤치에서 출발했다. 이번에도 이한범(미트윌란) 박민규(삿포로) 권혁규(세인트미렌)는 이번에도 명단에서 제외됐다.
시작하자 마자 위기를 맞았다. 전반 1분 이라크가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김민재가 한발 앞서 걷어냈다. 2분 한국이 반격에 나섰다. 배준호가 왼쪽에서 침투하던 이재성에게 멋진 스루패스를 보냈다. 이재성의 왼발슈팅은 수비 맞고 아웃됐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황인범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오세훈이 헤더로 연결했지만, 제대로 맞지 않았다.
한국이 점유율을 높이며 이라크를 압박했다. 볼이 유려하게 전개되며 기회를 만들었다. 7분에는 왼쪽에서 넘어온 패스를 황인범이 강력한 중거리슈팅으로 연결했다.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한국은 계속해서 공격에 나섰다. 왼쪽에 포진한 배준호가 유려한 드리블을 통해서 이라크의 오른쪽을 허물어 뜨렸다. 아쉽게 슈팅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30분에는 후방까지 내려온 이강인이 침투하던 이재성에게 기가 막힌 롱패스를 건넸다. 이재성은 수비에게 밀리며 슈팅까지 연결하지 못했다. 한국은 계속해서 볼을 갖고 이라크 수비를 공략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이라크의 수비 조직은 단단했다. 38분 전반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이라크가 볼을 가로채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가 후세인 머리에 맞았다. 오른쪽 골포스트를 살짝 벗어났다.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40분 선제골이 터졌다. 황인범이 오버래핑하던 설영우에게 멋진 패스를 보냈다. 설영우가 시도한 땅볼 크로스가 뒤로 흘렀다. 배준호가 잡아 오른발 패스를 찔렀고, 오세훈이 왼발로 마무리했다. 4경기만에 터진 오세훈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배준호는 지난 요르단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도움을 올렸다. 실점한 이라크가 조금씩 라인을 올렸지만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수비는 단단했다. 전반은 한극의 1-0 리드로 마무리됐다.
한국은 후반 5분만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알리 자심이 박스 밖 오른쪽에서 현란한 발재간으로 한국 수비를 흔들었다. 이어 교체투입된 암자드 아트완에게 볼을 찔러줬다. 노마크로 있던 아트완이 크로스를 보냈고, '주포' 후세인이 멋진 오버헤드킥으로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이 바로 반격했다. 7분 이강인의 창의성이 번뜩였다. 멋진 힐 패스에 이어 이재성에게 환상적인 로빙 패스를 건넸지만, 아쉽게 호흡이 맞지 않았다. 한국은 이어 파상공세를 펼쳤다. 10분에는 이강인이 오른쪽을 돌파하며 왼발 슈팅을 날렸다. 수비 맞고 약해졌다. 13분 한국이 두 장의 교체카드를 썼다. 배준호와 오세훈을 빼고 문선민과 오현규를 넣었다.
23분 이라크가 돌파를 활용해 슈팅까지 시도했지만, 수비가 육탄방어로 막아냈다.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던 29분 다시 앞서가는 골이 터졌다. 문선민이 왼쪽을 돌파했다. 크로스가 수비에 막히자, 이재성이 뛰어들며 다시 한번 중앙으로 땅볼 크로스를 보냈다. 오현규가 멋진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오현규는 지난 요르단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대표팀의 확실한 조커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득점 후 1분 뒤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가 이어졌고, 이명재가 슈팅까지 시도했지만 상대 태클에 막혔다. 이어 이재성이 잡아 기회를 노렸지만 아쉽게 슈팅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37분 쐐기골이 터졌다. 이명재가 왼쪽을 완벽히 무너뜨리며 환상적인 크로스를 올렸다. 이재성이 뛰어들며 멋진 헤더로 마무리했다. 이재성 역시 요르단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굳히기에 들어갔다. 40분 이강인과 박용우를 빼고 홍현석(마인츠)과 백승호(버밍엄시티)를 넣었다. 이라크도 만회골을 위해 공세에 나섰지만, 한국 수비는 강했다. 42분에는 이승우까지 들어갔다. 이재성 대신 투입됐다. 한국은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이브라힘 바예쉬에게 골을 허용했다. 남은 시간을 잘 마무리하며 3대2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11월 다시 한번 장도에 오른다. 원정 2연전을 치른다. 14일 쿠웨이트와, 19일 팔레스타인과 5, 6차전을 치른다.
용인=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4-10-15 21:5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