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은 알겠는데' 보상선수 지명 예상에도 예의와 존중은 필요하다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삼성 라이온즈의 FA 영입만큼이나 보상 선수 지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과도한 열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은 지난 6일 FA 투수 최원태와 4년간 최대 70억원의 조건에 FA 계약 체결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세부 조건은 계약금 24억, 연봉 34억, 인센티브 12억원이다. 삼성 구단은 "다음 시즌 팀순위 상승을 위해선 안정적인 선발투수 영입이 필수 조건이기에 최원태 영입에 전력을 다했다"면서 "내년에 만 28세가 되는 최원태가 선발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최원태의 합류로 삼성은 아리엘 후라도, 데니 레예스, 원태인에 이어 최원태까지 최소 4선발까지는 정상급 로테이션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5, 6선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원태가 삼성과 협상 중이라는 소문이 일찍부터 나오면서, 그의 이적은 어느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정식 계약 체결 이후 보상 선수 문제에 불이 붙었다. 최원태가 떠나면서, 원 소속 구단인 LG는 보상금과 보상 선수를 받을 수 있다. 심우준과 엄상백이 떠난 KT 위즈는 한화로부터 보상 선수 한승주, 장진혁을 지명했고, 두산 베어스는 허경민이 떠나면서 보상 선수로 김영현을 선택했다. KIA는 LG로부터 강효종을 지명한 바 있다.
원래 보상 선수 지명은 상당히 예민한 문제다. 과거에도 FA 선수와 보상 선수를 1대1로 비교하면서, 이후 '누가 최후의 승자인가'를 두고 손익계산서를 끝까지 따지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원태는 FA 등급제 기준으로 'A등급'이었다. 'B등급' 선수는 25인 보호 명단이 짜여지기 때문에, 사실상 팀의 핵심 선수들은 대부분 묶을 수 있고 구단의 전략 싸움이다. 상대팀이 지명할 것 같은 선수들을 위주로 묶느냐, 무조건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수들만 중심으로 묶느냐의 눈치 싸움이다.
하지만 A등급의 경우, 20인 보호 명단이다보니 명단을 짜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타이트하다. 핵심 유망주, 주전급 베테랑 등 1군 즉시전력감 선수들 가운데도 묶이지 못하는 선수들이 속출한다. 정규 시즌 1군 엔트리(9월 확대 이전)가 28인인 것을 감안하면, 1군에서 뛸 수 있는 수준의 선수 중에서도 8명이 빠지는 셈이다.
특히 삼성은 '풀'이 좋은 팀이다. 지금 2군에서 공들여 키우는 젊은 유망주들 중에서도 타팀에서 탐낼만한 좋은 선수들이 여럿이다. 수년간 20대 유망주들이 차례차례 성장하고,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가 이뤄지면서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최원태 영입은 좋지만, 좋은 선수를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보상 선수 지명 예상 자체가 과열됐다. 최근 오승환이 20인 보호 명단에 묶이냐, 아니냐를 두고 먼저 한 차례 불이 달궈졌었다. 이에 삼성 이종열 단장이 이례적으로 "오승환은 묶을 것"이라고 미디어를 통해 공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이 이례적인 이유는, 보상 선수 명단은 어디까지나 구단과 구단 사이에 철저한 비밀로만 이뤄져야 한다. 구단 관계자들 중에서도 핵심 관계자들만 해당 명단을 확인할 수 있고, 취재진의 확인도 어렵다. 간혹 몇몇 특정 선수들의 유무가 화제가 되긴 하지만 아직 보상 선수 명단을 건네기도 전에 '이 선수는 보호한다', '이 선수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공개적으로 나오는 것은 우려스럽다. 물론 삼성 입장에서도 관심이 쏟아지는만큼 어떻게든 '강제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또 KBO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 선수이자, 삼성 라이온즈의 상징성을 가진 오승환이라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이슈였다.
그러나 여기에 한 술 더떠, 최근 일부 매체 보도에서 현재 삼성에서 뛰고 있는 핵심 선수들 가운데 여러 선수들의 실명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어디까지나 예상이고, 또 현재 언급되는 선수들이 실제 보상 선수로 지명을 받을 수도 있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선수단 내 동요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다 보호 명단을 건네는 구단도, 이제 보상 선수를 지명해야 하는 구단도 자체적인 냉철한 판단 대신 여론에 좌지우지 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만큼 공개적인 실명 언급은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예상과 예측이라고 해도 예의와 존중은 필요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2024-12-09 20:3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