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저지보다 뛰어났던 타자' 그 신인왕 동기와 한팀이라니, 그런데 FA 3수를 해야하는 처지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후안 소토를 놓친 게 뉴욕 양키스에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소토가 뉴욕 메츠와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인 15년 7억6500만달러에 계약한 직후 양키스는 FA 선발투수 맥스 프리드를 좌완 역대 최고액인 8년 2억1800만달러에 영입했고, 밀워키 브루어스 특급 마무리 데빈 윌리엄스를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그리고 18일 시카고 컵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코디 벨린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벨린저는 양키스가 소토를 잡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컵스에 트레이드를 제안했던 선수다. 즉 갑작스러운 영입은 아니라는 얘기다.
양키스는 벨린저를 데려오면서 500만달러도 함께 받기로 했다. 대신 내준 선수는 30세의 우완 코디 포팃이다. 포팃은 올해 30세로 메이저리그 경력은 얼마 안된다. 3년 동안 24경기(선발 13경기)에 등판해 5승4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했다.
양키스는 큰 돈 들이지 않고 소토의 공백을 메울 거포를 데려왔으니 성공적인 트레이드라고 볼 수도 있다. 올초 컵스와 3년 8000만달러에 FA 재계약을 한 벨린저의 남은 연봉은 내년 2750만달러, 2026년 2500만달러다. 벨린저는 내년 선수옵션을 포기해 계약을 유지했지만, 2026년 선수옵션도 포기할 지는 내년 활약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벨린저는 양키스에서 몇 번 타자로 나설까.
Northjersey.com은 이날 '2025년 양키스 개막전 예상 라인업'을 2루수 재즈 치좀 주니어, 우익수 저지, 중견수 벨린저, 지명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 좌익수 제이슨 도밍게스, 포수 오스틴 웰스, 유격수 앤서니 볼피, 1루수 DJ 르메이휴, 3루수 오스왈도 카브레라/오스왈드 페라자 순으로 언급했다.
저지가 2번, 벨린저가 3번이다. 저지는 소토가 오기 전인 2022년과 2023년에는 주로 2번을 쳤고, 올시즌에는 2번 소토에 이어 전경기를 3번타자로 출전했다. 내년에는 본래 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무래도 출루율과 클러치 능력에서 벨린저가 소토보다 떨어진다고 보면 저지가 2번을 치는 게 이상적일 수 있다.
하지만 벨린저가 양키스에서 타격 향상을 이룰 것으로 보는 전망도 나온다. 벨린저는 올시즌 컵스에서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6, 18홈런, 78타점, 72득점, OPS 0.751에 그쳤다. 내년 선수옵션을 포기하기에는 초라한 성적이었다. 내년 시즌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되는 이유는 좌타자에게 유리한 양키스타디움 특징 때문이다.
ESPN은 '잡아당기는 스타일인 벨린저는 확실히 펜스 거리가 짧은 양키스타디움 우측으로 홈런이 될 만한 플라이를 더 날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는 최근 2년 동안 하드히트 비율과 배트스피드가 파워히터답지 않았는데, 이는 컨택트 히팅에 주력한 결과다. 따라서 모든 게 순조롭다고 해도 벨린저는 25홈런 정도를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SPN은 이어 '양키스는 소토의 공백을 메울 좌타 파워히터가 필요하다. 그럴 경우 벨린저는 6번 타자에 더 어울릴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벨린저는 2번 또는 3번이 유력한데, 애런 분 감독이 원하는 저지의 타순에 달린 문제'라고 전했다.
벨린저의 타순이 저지의 타순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벨린저는 한때 저지보다 강력한 타자였다.
벨린저와 저지는 2017년 나란히 신인왕에 올랐다. 벨린저는 39홈런, 97타점, OPS 0.933, bWAR 3.9, 저지는 52홈런, 114타점, OPS 1.049, bWAR 8.0을 기록했다. 이때는 저지가 월등했다. 2018년에는 벨린저가 162경기에 모두 출전해 25홈런, 76타점, OPS 0.814, bWAR 4.2, 저지가 112경기에서 27홈런, 67타점, OPS 0.919, bWAR 5.9로 차이가 줄었다.
그러나 벨린저는 2019년 NL MVP에 오르며 전성기를 열어젖힌다. 156경기에서 타율 0.305, 47홈런, 115타점, OPS 1.035를 마크했다. 반면 저지는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타율 0.272, 27홈런, 55타점, OPS 0.921에 그쳤다.
당시 벨린저는 24살로 FA를 3년 남겨둔 시점이었다. 현지 매체들은 벨린저가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에 이어 두 번째로 4억달러 계약을 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2020년 NLCS에서 결승홈런을 치고 과도한 세리머니를 하다 어깨를 다쳐 이후 나락에 빠졌다. 그리고 2023년 컵스에서 부활에 성공했지만, 2019년 기량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벨린저는 내년 시즌을 마치면 2026년 선수옵션 실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낸다면 당연히 옵션을 포기하고 FA를 선언할 것이다. 2022년과 2023년에 이어 내년은 그에게 'FA 3수'나 다름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2024-12-19 05:3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