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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격차가 벌어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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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이 냉대받는 이유로는 올해 유난히 빠르게 식어버린 스토브리그의 분위기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김혜성의 포지션과 스탯 자체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더 핵심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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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에서도 뛰어났다. 2021년에 유격수로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후 포지션을 2루수로 바꿔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단, '2루수'에 한정된 이야기다. 송구 능력이 약해 유격수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 이후 거의 붙박이 2루수로 나온 이유다. 3루수 경험은 매우 적다.
내야수로서 메이저리그에 어필하려면 '멀티 포지션 소화능력'이 중요하다. 아니면 한 포지션에서 아예 월등한 공수 능력치를 찍어야 한다. 김혜성은 공수 능력이 모두 어중간하다. MLB 구단이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렵다. '괜찮은 선수'라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꼭 필요한 선수'인지는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주루 능력이 좋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경기에서 출루해야 활성화되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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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포스팅 초반부터 블리처리포트, MLB닷컴, ESPN 등 현지 매체들은 김혜성에게 그다지 좋은 평가를 하지 않았다. '저렴한 가격에 데려갈 만 하다'는 요지의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어필하는 건 좋은 마케팅 방법이 아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이 박히게 되면 포스팅 계약에 성공한다 해도 충분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할 수도 있다.
김혜성에게 남은 시간은 보름(15일) 남짓. 내년 1월 4일까지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이 기간 안에 마땅한 협상이 없으면 짐 싸고 돌아와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물론 키움 선배 출신이자 2023년 내셔널리그 유틸리티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김하성의 경우도 포스팅 25일만에 계약한 전력이 있다.
김혜성이 스토브리그에서 찬바람을 맞는 사이, 사사키는 협상 스케줄을 조정하느라 바쁘다. 선발 투수가 필요한 MLB 구단들이 서로 '만나달라'며 아우성이다. 사사키 측은 여유가 넘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여러 구단을 만나본 뒤 가장 높은 포스팅액수를 제안하는 구단, 또는 자기가 가장 가고 싶은 팀을 고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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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사시키는 평균 96.9마일(시속 약 156㎞)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다. 2024년 NPB에서 기록한 수치다. 최고 구속이 아니라 '속구 평균 구속(average fastball velocity)'이다. 여기에 '20대 초반', '드라마틱한 성장 서사를 지닌 캐릭터' 등 매력적인 요소로 똘똘 뭉쳐있다.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의 성공 케이스 역시 MLB구단이 사사키에 열광하는 데 일조했다.
이로 인해 '협상 스케줄'이 빽빽하다. 이미 뉴욕 메츠를 만났고, 다음으로 뉴욕 양키스와 미팅 예약이 돼 있다. SNY 앤디 마티노 기자는 20일(이하 한국시각) 한 소식통을 인용해 '메츠가 FA투수 사시키와 만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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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는 여유가 넘친다. 메츠 다음으로도 만나자는 구단이 많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조만간 사사키측과 만난다"고 직접 밝혔다. 날짜와 장소는 미정이다.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카고 컵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텍사스 레인저스 등 빅마켓 구단 뿐만 아니라 탬파베이 레이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등 스몰마켓 구단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모든 상황이 사사키에게 유리하다. '꽃길'이 펼쳐진 셈이다. 김혜성과는 너무나 딴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