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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100-20] "상업적, 또한 지극히 예술적이다" 영화음악감독, 모그

전혜진 기자

기사입력 2017-02-23 11:31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스무번째 주인공은 대한민국 영화음악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영화인, 모그 감독입니다.


[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한번이라도 그의 음악에 젖어들지 않은 이, 있을까.

유독 스타일리시했던 최근작 '더 킹'(2016)에서부터 '밀정'(2016) '동주'(2016)의 어두운 시대를 지나 '화이'(2013) '광해'(2012) '도가니'(2011) '악마를 보았다'(2010)까지. 이 강렬한 한국 영화들의 중심에는 음악이 존재한다. 노랫말을 소리 내어 흥얼거리지 않더라도, 그 느낌은 강렬한 잔상처럼 남아 마음 속을 맴돈다. 누군가는 이 작업을 깊고 어두운 곳에서부터 마냥 예술적인 영감들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생각하지만, 이는 철저한 계산과 수많은 합의 과정들 사이에서 탄생한 것이다. 숨은 메시지와 감독의 의도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 그만큼 최선의 결과물을 뽑아내기에 영화 음악이란 생갭다 더 힘든 작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그(Mowg) 음악감독의 이력은 독특하고 또 매력적이다. 데뷔 이후부터 줄곧 국내 유수의 음악상을 거머쥐었고 굵직한 필모그래피로 한국 영화계 손꼽히는 음악감독이 된 그는 현재는 '영화를 위한 음악'을 하고 있지만, 본래 '음악을 위한 음악'을 하던 뉴욕의 베이시스트이자 재즈 뮤지션이었다. 그러던 중 좀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일에 끌렸고 그것은 음악과 영화를 한데 풀어낼 수 있는 영화 음악 감독으로 이어졌다. 자유롭고 아티스틱했던 시절의 영감들과 좋아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은 지금의 모그를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모그의 영화음악들은 대중적이면서도 자기 색깔 또한 분명히 가지고 있다. 소름끼치고 잔인한 순간 가운데 낭만을 느끼고, 슬프고 애잔한 무드에서 위트를 발견하는 관객의 묘한 감정의 흐름에는 그가 큰 영향을 끼친다. 영화나 음악이냐, 보헤미안이냐 상업 예술가냐 그런 경계 같은 건 필요없다. 모그는 그저 애정하는 것들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이하 일문일답)


영화 '더 킹' 스틸컷
-작업들마다 흥행가도를 이어간다. 요즘 어떤 작업들을 또 해나가고 있나.

작년은 일제 강점기의 음악을 했던 해였다. 영화음악가라는 타이틀이 생긴 뒤부터는 계속 그랬다. 여전히 영화 음악 작업으로 바쁘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 이정재와 여진구 주연의 '대립군'과 김명민, 변요한의 스릴러 '하루', 김혜수 이선균의 액션 느와르 '소중한 연인' 음악작업에 한창이다.

-새로운 영화작업들도 그렇지만, 그간 필모그래피를 보면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하게 소화한다. 그 선택 기준이 있을까.


예전에는 취향에 맞는 스릴러 장르나 무겁고 어두운 톤의 영화 작업을 좋아했다. 작품 수가 많아지다 보니 점차 도전하고픈 욕망이 생기더라. 캐주얼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격식 있는 수트를 입어보고 싶어하지 않나. 점점 하지 않았던 쪽으로 호기심도 생기고, 그러다보니 작업들이 다양해지는 것 같다.

-사실 대중들은 영화음악이 탄생하는 과정을 잘 모른다. 감독이 직접 소개해준다면.

사실 그건 영화음악 오래 하신 분들도 잘 모르실 거다. 영화라는 작업 자체가 전통적인 프로세스가 있다기 보단 3년, 5년 정도의 주기로 일하는 방식이 바뀐다. 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큰 규모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작업하다 보니 합리화 시키는 과정이 조금씩 달라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감독들마다 원하는 프로세스가 있고 영화 투자, 제작, 배급사마다 필요한 프로세스가 다르다. 음악은 영화 논의 단계 때 작업이 들어오는 것도 있고, 또 감독님들이 선곡을 이미 다 해놓은 상태에서 들어가기도 한다.

-'밀정'에 이어 '더 킹'이 흥행에 성공했다. 익숙한 곡들이 많이 등장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더 킹'에서 나오는 올드 팝이나 자자의 '버스 안에서' 이런 음악들은 감독님이 정해놓고 촬영도 그 계획에 맞춰서 했다. 이후에 필요한 음악 작업들을 내가 채워 넣는 프로세스로 진행됐다. 이번 작업은 DJ가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한재림 감독의 스타일은 영화 전체를 마당놀이나 파티처럼 구성해 선곡 자체도 많았고 흥미로웠다. 영화의 주제 자체는 제법 무거운건데, 그걸 최대한 가볍고또 풍자, 해학적으로 만들어 보고자 한재림 감독과 많은 시간을 고민하여 나름 적재적소에 음악 배치를 했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 '밀정' 스틸컷
-일반 대중이 보기에 영화 음악이라는 분야는 철저히 예술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상업적이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개성이나 대중성의 균형을 맞추는 데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예전 시대의 영화나 예술 영화는 철저히 예술적으로 접근이 가능하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은 상업 영화다. 상업 영화는 산업 안에서 존폐가 논해지고 그 안에서 평가받게 되는 결과물이다. 저와 비슷한 사람들도 좋아해야 되겠지만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재미있게 봐야하는 거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을 해야 하는 일이다, 그게 너무 과하면 대놓고 상업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그렇다고 미적, 예술적인 부분들을 버릴 수 없다. 음악감독의 개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영화도 물론 있지만. 그것만 하면 2, 3년에 한편 할까말까 하는 거다.(웃음) 그런 다양한 부분까지 고려한 후 적정선에 맞춰 해야 한다. 그래서 접근 자체도 항상 이게 옳다 저게 옳다 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 없다. 영화는 그런 경계를 항상 깨뜨린다. 근데 잘 알면서도 사실 어떤 때는 마음이 잘 열릴 때가 있고 어떤 때는 나만의 예술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람이 하는 작업이다 보니.

-그렇게 영화는 끊임없이 얘기하고 또 싸우고 그렇게 결과를 내야하는 작업이다.

그게 영화 작업 그 자체다. 감독이나 배우도 다들 그렇겠지만, 계속 소통해야만 하는 작업이다. 내 의지만 갖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 음악적인 취향과 생각이 있더라도 누군가 씬이 피로감이 든다거나 그러한 류의 우려와 걱정이 있다면 바꿔야 하는 게 맞다. 그렇게 마주하는 사람과도 소통을 잘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지점은 불특정 다수와도 해야 한다는 거다. 관객들의 피로도를 낮춰줘야 하고 환기도 시켜줘야 한다. 사람마다 다른 기준들을 한데 잘 모아야 하는 작업이다. 닫힌 마음을 갖고 있으면 저도 힘들고, 메이드가 잘 안되는 상황이니 늘 열린 마음을 가지려 노력한다.


-영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무래도 주변에 영화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은 영화 '마담 뺑덕' '헨젤과 그레텔'의 임필성 감독이다. 어릴 적부터 친했던 사이라 내가 워낙 영화를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걸 아니까 "영화 보는 것 따로 음악 따로 하지 말고 같이 해봐"라고 하더라.

-원래는 재즈 베이시스트였다. 의아했던 게 재즈는 "나 음악이야"라고 소리치는 장르지만, 영화는 정 반대이지 않나. 방향성이 변하게 된 지점이 궁금하다.

일단 남들이 "너 하고싶은 거 지겹게 했잖아"라며 권유를 하긴 했다. 그러나 나 자신에게도 어느 순간 '내가 프로페셔널하게 살 것인가, 아티스트로 살 것인가' 하는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이 오더라. 너무 어릴 적부터 아티스트로 살아왔고, 그 환상 때문에 그 기간이 길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학생 때부터 규칙대로 제 본분을 열심히 다 한 사람들은 늦게나마 일탈을 해보고 싶은데, 저는 그 반대로 학창시절부터 내 세계가 너무 강했기에 이제는 책임감을 좀 가지고 싶었다. 그땐 아무 데나 옷 벗어놓고 술 먹고 늦게 일어나고 그런게 자유분방하다고 생각했다(웃음) 그렇지 않으면 내 자신이 뭔가 진부한 것 같고 틀에 갇혀 사는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나이를 먹고 영화를 하고, 이준익, 김지운 감독님과 같은 어른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변했다. "불규칙적으로 살면 몸에 안좋다"라는 말씀들에 맞춰 적지않은 운동과 규칙적인 식생활을 유지하며 산다 하하.

-사실 안개가 가득한 작업실에서 고뇌하고 있을 것 같았는데.

물론 예전에는 그런 시기도 있었다. 격한 고뇌를 했던 시절을 겪었다. 그러나 매일 그런 류의 스릴러나 느와르 영화만 하다보니 작업하는 사람들도 너무 어두워지고... 그러더라. 약간의 정도만 불 밝혀도 눈 부셔하고 다들 좀비같이 되니까...(웃음)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하게 도전하지만, 시대극이 유독 많다. 우연일까, 아님 시대극 작업에 더 흥미를 느끼는 건가.

우연적인 부분도 있고, 흥미도 있다. 아무래도 시대극의 경우에는 영화 음악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는다. 예를 들면 극 사실적인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는 음악이 도움을 주기 보단 주인공의 움직임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기에, 관객들이 얼마든지 이입되기 좋다. 그러나 시대극은 그런 도움이 없으면 이입이 힘든 경우가 많다. 음악의 매치가 중요하고 그 시대를 나타낼 음악이 등장하면 영향력이 생겨버리지 않나. 또 아무래도 상업 영화판에서는 시대극이 스케일 자체가 크다. 그러나 보니 음악 감독으로써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기도 하니까.


영화 '동주'
-시대극 작업 시 특별하게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신경 쓰는 건 아무래도 감독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가 하는 거다. '더 킹'의 경우에는 심각하고 무거운 상황이 이어지지만 첫 씬에 하회탈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한재림 감독님이 풍자에 대한 것을 의도했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명절 때는 마당놀이 실황중계도 해주고 부모님들 손잡고 흥부전이나 마당놀이를 봤었다. 그런데 지금은 풍자라는 개념 자체를 잊고 사는 시대잖나. 디스라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더 킹'때도 자자의 '버스안에서' 이런 선곡들이 있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 지점이 없었다면 한없이 무겁고 진지한 음악들만 머릿속에서 떠올랐을 것이다. 감독님의 의중과 의도, 편집의 흐름을 파악하고 들어보니 '아 이건 그런 접근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게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 다르게 보이니까. 그래서 감독이 그 시대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지점들이 무엇이냐를 가장 신경 쓴다.

-그럼에도 모그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났던 시대극을 꼽아준다면.

최근에는 개성을 많이 넣을 수 있었던 게 '밀정'이다. 아무래도 김지운 감독님의 경우에는 연출자로서 뭔가 다 이룬 분이다 보니(하하) "네 얘기좀 들어보자"고 할 수 있었던 여유가 있었다. 많은 작업들을 함께했고 개인적인 친분도 있다보니 더욱 자유로웠던 것 같다.

-영화 '동주'의 작업 또한 남달랐을 것 같다.

'동주' 역시 기억에 남는다. 저예산 영화에다 실존 인물을 다루다 보니 특별했다. 뭐라 함부로 얘기하기가 어려운 영화이기도 했고,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많은 부분을 고민하고 부담감이 컸었다. 국문학 전공자도 아니기에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아 정말 노량진에 단과반 국어 학원에서 단어 문구 하나하나에 대한 의미를 공부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이준익 감독님께서 연출력과 디렉션으로 영화의 공허한 느낌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시대상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셨다.

-흑백영화이기에 음악적인 부분의 중요성이 더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컬러 영화와는 다르다. 흑백이라는 건 그만큼 데이터가 확 줄어드는 거다. 음악도 최대한 담담하게 접근 해야 어느정도 '어울림'이라는 게 생긴다. 조금만 잘못하면 과잉으로 느껴질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 헐리우드 영화는 많은 정보를 한 컷에 담기 좋은 매커니즘을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 예전에 수묵화나 담채화처럼 이미지라던지 최대한 정서를 절제해서 담아놓는 느낌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윤동주 시인이나 송몽규 열사는 사건과 캐릭터를 부각시키려는 연기나 상황적 배치보단 보단 그 상황 속에서 최대한 담담하고 필요한 말만 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끌고가야 했다. 쉽지 않았다.

-그에 반해 '라스트 스탠드'헐리우드 작업물이다.

확실히 '라스트 스탠드'는 또 달랐다. 헐리우드 영화는 정보의 처리에 있어서 굉장히 화려하고 세트도 크다. 연기자들도 선이 굵어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었다. '동주'의 경우에는 이준익 감독님께서 시나리오 나오자마자 음악을 만들어 달라 하셨고 직접 들으면서 촬영 하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동주'에 나온 음악은 대부분 촬영하기 직전까지 준비했고 85%가 그런 음악이 쓰였다. 그러나 '라스트 스탠드'는 찍고 편집 다 끝난 상황에서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작업했다. 아놀즈 슈왈제네거의 힘도 느껴져야 하고 세월의 허망함이 느껴져야 했다.


-영화는 모두의 작업이다 보니 맞춰야 할 부분도 있지만, 모그의 특색은 그럼에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개성 강한 작업들을 할 때는 그렇지만, 탈피를 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밀정'의 경우에도 음향 효과 같은 소리부터 현학기도 타악기처럼 연주하는 등 현대 음악적인 접근을 했다. 김지운 감독 역시 똑같은 피사체도 매 영화마다 다르게 접근하고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과 '밀정'에서의 이병헌이 다르듯이, 영화 음악도 그렇다. 예전엔 오히려 일관적인 모습을 가진 영화 음악가들이 훨씬 더 인정을 많이 받던 시대였지만, 요즘은 연출자든 음악감독이든 어떻게든 탈바꿈을 잘 하느냐가 항상 관건이다. 영화의 모양새가 변하고 산업 구조가 변하면 점점 변하는거다.

-음악적인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하다.

허락이 어느 정도 범위인가에 따라 다르다. 본인이 가진 영감을 다 쏟아야 할 때가 있고 또 아닐 때가 있다. 영화는 설득력이 중요하기에 로봇이 등장할 때, 복수할 때 등 그런 정서에 보편적으로 써야 하는 음악들이 있다. 이처럼 어떤 부분에는 클리셰를 써야 설득력을 올릴 수 있고 어떤 부분은 독창적이여야 하고. 이런 것들을 그때그때 감독님과 맞춘다. 스포츠로 따지면 투수가 변화구도 던지고 직구도 던질 줄 알아야지, 무조건 강속구만 던진다고 잘하는 게 아니지 않나. 관객과의 그런 정서적 밀당을 위해 고급 음악과 천박하고 싸구려같은 음악을 자유자재로 해야 한다. 재즈를 할 땐 최대한 멋있는 걸로만 하다가 영화로 오니 여기서는 그렇지 않은 것들도 많이 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우리 사는 세상에서는 선과 악을 정의하거나 따질 수 있지만, 영화 안에서는 범죄자가 주인공일 수 있고 낙오된 삶이 주인공이듯이 음악도 마찬가지로 그런 다양한 시도들을 해야 한다.

-현 시대에 영화음악감독이 가져야 할 자질들이 궁금하다. 혹자는 영화를 볼 때 음악이 들리면 잘한 게 아니라, 몰입해서 있는듯 없는듯 느껴지도록 하는게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게 현대 영화 음악에서 필요한 모습을 설명해주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제가 아는 어떤 감독님은 영화 시작한지 30분 지나서 음악이 들리면 "내가 잘못 찍은 거"라고 말씀하신다. 그만큼 이입을 못 시키고 "음, 멜로디가 좋네"라는 느낌이 들 정도면 그만큼 몰입이 안됐다는 거니까. 좋은 영화는 극장 안에 있는 것도 잊어버리고 끝나는 순간에야 끝났다는 걸 깨닫는다. 영화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게 관객을 얼마나 이입시키느냐다. 영화 음악도 그것을 이입시키는 도구로 얼마나 잘 쓰이냐가 관건인 것 같다. 시대에 사정 없이 빨려들어가 허우적대도록 만들어야 좋은 영화의 궁극적인 지점에 다다른 게 아닐까.


gina1004@sportschosun.com, 사진= 이새 기자 06sej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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