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부천 하나은행은 대대적 팀 개편을 단행했다.
에이스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신지현을 신한은행으로 보냈다. FA로 풀린 부산 BNK 간판 스타 진 안을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두 선수가 공존할 수도 있었지만, 샐러리캡이 맞지 않았다. 결국 하나은행은 진 안을 선택했고, 신지현은 FA 보상선수로 BNK를 거쳐 신한은행으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하나은행은 신지현과 양인영 김정은 코어로 챔프전 진출을 노리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결국 진 안을 선택하면서 팀 컬러를 완전히 바꿨다.
여자프로농구 개막전. 악재가 터졌다.
팀 정신적 지주이자 에이스 김정은이 종아리 부상으로 개막전 결장을 했다. 상대는 청주 KB. 지난 시즌 아산 우리은행과 함께 양강 체제를 구축했지만, 절대 에이스 박지수가 해외진출(터키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했다.
전력 자체가 약해졌다.
많은 변수를 가진 여자프로농구 공식 개막전이 열렸다. 주인공은 KB였다.
KB는 27일 부천체육관에서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하나은행을 64대56으로 잡았다.
경기 전 객관적 전력은 여전히 하나은행의 우위, KB는 어떻게 하나은행을 대파할 수 있었을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전반전
하나은행의 약점은 볼 핸들러다. 과거 포인트가드 포지션과 유사한 볼 핸들러는 현대농구에서 게임 조립, 속공 전개 뿐만 아니라 트랜지션을 진두지휘하는 가드다.
문제는 볼 핸들러로 영입했던 와타베 유리나가 부상으로 계약 해지. 결국 하나은행은 게임을 조립할 김정은 뿐만 아니라, 메인 볼 핸들러 유리나 공백도 있다.
신예 박소희가 그 역할을 맡고 있지만, 불안한 게 사실이다.
KB는 초반 기세를 올렸다. 허예은과 센터 김소담의 2대2 공격이 훌륭했다.
초반 세 차례 포켓 패스로 김소담의 연속 득점. 강이슬의 3점포도 터졌다. KB의 공격이 입체적이라면, 하나은행의 오펜스는 단순했다. 11-7, KB가 기세를 올렸다.
하나은행은 예상대로 진 안, 양인영의 더블 포스트로 반격했다. 스틸에 의한 진 안의 골밑슛, 강이슬의 돌파를 블록했다. 또 진 안은 골밑에서 가볍게 골밑슛 성공. 양인영은 나윤정의 슛을 블록.
결국 13-13 동점.
그런데, 하나은행의 약점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소희의 패스는 불안했고, 볼 운반도 마찬가지, 하나은행의 실책. 김민정의 골밑돌파로 이어졌다. 양인영과 진 안의 하이-로도 실패했다.
결국 KB가 연속 4득점. 결국 17-16, 1쿼터 KB의 1점 차 리드로 종료.
2쿼터 KB 허예은의 3점슛을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박소희의 볼 핸들링이 불안하자, 또 다른 아시아쿼터 이시다 유즈키를 투입, 더블 핸들러로 대응했다.
하나은행은 볼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진 안이 핵심. KB 아시아쿼터 나가타 모에는 오버가딩으로 볼 투입을 아예 막았다. 결국 진 안은 외곽에서 볼을 잡고 그대로 골밑 돌파. 하지만, 다음 공격에서는 포스트 업. KB는 더블팀으로 진 안의 트레블링을 이끌었다. 비 시즌, KB의 견고한 준비를 알 수 있었다.
강이슬과 모에의 절묘한 2대2가 나왔다. 허예은이 스크린을 받은 뒤 미드 점퍼. 반면 하나은행은 포스트 업 시도가 쉽지 않았고, 공격 시도 중 실책도 나왔다. 24-18, 6점 차 리드.
허예은의 돌파가 성공했다. 반면, 하나은행의 공격은 점점 단순해지기 시작했다. 진 안과 양인영의 포스트 업 공격은 KB의 외곽 압박에 전혀 나오지 않았다. 외곽에서 패스, 그리고 패스. 부정확한 3점포가 나왔다.
나윤정의 코너 3점포가 터졌다. 온 몸 하이파이브가 나왔다. 29-18, 11점 차 KB의 리드. 전혀 예상과 다른 결과물.
이때, KB는 절묘한 패스에 의한 슛이 불발. 진 안이 그대로 단독 속공, 자유투 2득점으로 흐름을 끊었다. KB의 실책. 그리고 박소희가 개인 능력에 의한 골밑 돌파, 그리고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시켰다. 29-23, 하나은행은 급한 불을 껐고, 흐름을 바꾸는 듯 했다. 진 안이 공격 리바운드, 강이슬의 파울, 팀 파울에 의한 자유투 2득점. 야금야금 쫓아오기 시작했다. KB의 작전타임.
KB는 올 시즌 노선을 확실히 정했다. 빠른 트랜지션, 그리고 두려움없는 외곽 3점슛이다. 작전타임에서 김 감독은 "밖에서 던져야 한다. 왜 자꾸 들어가나. 우리의 장점이 뭐냐"라고 과감한 플레이를 주문했다.
결국 전반 33-27, KB의 6점 차 리드 종료.
▶후반전
하나은행이 포문을 열었다. 박소희와 양인영의 투맨 게임, 양인영의 시그니처 플레이인 팝 아웃에 의한 미드 점퍼.
그러자, KB는 허예은의 3점포로 응수. 하나은행은 박소희의 패스 미스.
강이슬이 양인영을 상대로 포스트 업. 골밑 돌파 성공. 강이슬이 올 시즌 바뀐 부분이다. 비 시즌, 강이슬은 정통 슈터의 모습을 벗어나 내외곽 옵션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단적 장면이었다.
진 안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풋백. 하지만, 불발. 나가타 모에가 중앙으로 진입. 아무도 체크하지 않았다. 모에가 그대로 미드 점퍼.
KB의 흐름이었다. KB는 강이슬, 나윤정이 3연속 3점슛. 하지만 불발. KB가 적극적 3점포를 시도하려는 이유가 있다.
강이슬, 나윤정 등 3점슈터, 그리고 허예은 김소담 김민정 등이 모두 3점슛을 쏠 수 있다. 타 팀보다 3점 정확도가 우위. 게다가 불발될 경우, 대부분 외곽 리바운드가 떨어진다. 골밑 높이가 낮은 KB 입장에서는 공격 리바운드를 잡을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간다. 결국 연속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허예은이 기어이 3점포를 작렬시켰다. 43-33, 10점 차 KB의 리드.
반면 하나은행은 정적인 패스에 의한 2점슛 위주의 플레이. KB의 기습적 더블팀과 외곽 압박에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흐름은 자연스럽게 KB가 주도했다. 강이슬의 3점포도 터졌다. 흐름이 좋고, 슈팅을 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는 슈터들이기 때문에 3점슛 정확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나은행의 작전타임. 하지만, KB의 기세는 이어졌다. 양인영의 미드 점퍼가 불발. 허예은은 절묘한 핸드 오프 드라이브 인으로 골밑을 가볍게 뚫어버렸다.
하나은행이 양인영과 진 안의 사이드 하이-로 게임으로 골밑을 공략하자, KB는 허예은이 그대로 푸시, 강이슬이 얼리 오펜스 3점포를 터뜨렸다. 모에까지 정면 3점포 가동. 3쿼터 56-42, 14점 차 KB의 리드로 종료.
4쿼터, 시작하자 마자 허예은이 양인영과 매치업. 미스매치를 제대로 활용했다. 강점인 헤지테이션 드리블에 의한 왼손 레이업. 수준 높은 1대1 기술을 보였다.
하나은행도 반격의 찬스가 있었다. KB의 실책, 진 안의 속공 득점, KB의 야투가 연속으로 빗나갔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경기를 조립해주고, 이끌 코어가 부족했다. 박소희가 공격자 파울. 외곽포가 잇따라 림을 빗나갔다.
시간이 계속 흘렀다. 경기종료 4분17초를 남기고 62-48, 14점 차. 제자리였다. 하나은행의 공격이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하나은행이 마지막까지 저항했다. 양인영의 3점포가 터졌다. 9점 차,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2분5초 밖에 남지 않았다. 결국 KB의 승리.
허예은이 19득점, 6어시스트, 강이슬이 17득점으로 공수를 이끌었다. 하나은행은 진 안이 23득점, 19리바운드, 양인영이 20득점으로 고군분투. KB의 공격은 다양함과 자율성이 공존했고, 하나은행은 예상 가능한 포스트 업 공격의 단순함만 있었다. 시스템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2년 전 KB는 박지수가 공황장애로 갑자기 이탈했다. KB는 우왕좌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많지 않았고, 선수단은 혼란스러웠다.
올 시즌 다르다. 착실하게 준비했다. 코어는 허예은 강이슬, 나가타 모에다. 허예은은 더욱 성숙해졌고, 강이슬은 전천후 에이스로 재탄생. 모에는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매우 높은 팀의 핵심이다.
게다가 코칭스태프는 명확한 팀 컬러를 전달했다. 빠른 트랜지션, 그리고 두려움없는 3점포다. KB의 주전 선수 구성 상 가장 적합한 스타일이다. 비 시즌 이미 수차례 연습했고, 연습 경기에서 테스트를 수차례 했다. 달콤한 결과물이다.
KB의 공격은 입체적이었고, 수비는 매우 견실했다. 입체적 공격에 하나은행의 수비는 완전히 무너졌다.
하나은행은 약점으로 지적된 볼 핸들러의 부재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진 안, 양인영의 더블 포스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중요한 흐름에서 어이없는 패스, 거기에 따른 불안함이 깔려 있다.
진 안과 양인영은 고군분투했고, 박소희도 번뜩이는 모습이 있었지만, 팀 조직력은 좋지 않았다. 예상보다 견실함이 떨어진다. 올 시즌 춘추전국시대다. 만만한 팀이 없다. 첫 경기지만, 하나은행의 지금 전력은 불안하다.
베테랑 김정은의 가세가 절실하지만, 여전히 메인 볼 핸들러의 약점은 숙제다. 부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2024-10-27 16:3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