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원주 DB는 컵대회 우승팀이다. 너무 강해 보였다.
두경민을 LG로 보내고 이관희를 데려왔다. 김시래도 합류시켰다.
3&D 김영현, 민수도 있다. 박인웅도 성장했다. 일본 전지훈련에서 이용우의 발견도 있었다. 컵대회 허리 부상으로 제외된 강상재를 제외하면 대부분 선수들이 위력을 발휘했다.
4경기를 치렀다. 1승3패다. 충격이다. DB 김주성 감독은 지난 22일 서울 SK전부터 "선수들이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스공사에게 62대92, 30점 차 패배를 당했다. 작전타임 때 김 감독은 알바노에게 분노했고, 욕설도 했다. 카메라에 잡혔다.
알바노는 갑자기 자신의 리듬을 잃어 버렸다. 슈팅 밸런스가 완전히 망가졌고, 자신감도 떨어졌다. 26일 정관장 전에서는 무득점. 심지어 자유투마저 2개 모두 놓쳤다. 슛 쏘는 것을 망설였다.
알바노는 부진하다. 4경기 평균 9.3득점, 3점슛 성공률 21.1%, 4.3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데이터와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이다.
알바노의 부진만으로 DB의 충격적 3연패를 설명할 수 있을까.
|
지난 시즌 오누아쿠와 함께 했던 고양 소노 김승기 감독은 지난 23일 부산 KCC와의 경기 전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누아쿠는 실력은 충분하지만, 쓰기는 매우 까다로운 선수다. 국내 선수들이 정말 많이 인내했다"고 했다.
기량 좋은 1옵션 외국인 선수가 예민할 경우, 사령탑은 3가지 선택을 한다. 첫번째는 확실한 원칙을 인지시켜 팀에 동화되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두번째는 적당히 타협하고, 그의 코트 안팎의 약점을 메울 수 있는 국내 선수들의 희생을 '페어링'한다. 공격적으로 강하지만, 수비적으로 약할 경우, 디펜스가 강한 국내 선수를 같이 배치시키는 방식이다. 코트 밖에서는 '채찍과 당근'을 함께 사용하지만, 그 비율은 7(당근)대3(채찍) 정도다. 세번째는 그 선수에게 거의 모든 '전권'을 맡긴다. 그 선수 위주로 시스템을 짜고, 코트 밖에서 돌출행동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터치하지 않는다.
세번째는 팀이 망가질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다. 두번째는 대부분 사령탑이 쓰는 방식이고, 첫번째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성공 사례도 있지만, 결별 사례도 있다.
오누아쿠는 부진하다. 평균 25분13초를 뛰었다. 평균 13득점, 11.3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준수한 데이터처럼 보인다.
하지만, 2점슛 성공률은 48.8%에 불과하다. 골밑 싸움을 주로 하는 오누아쿠다. 가끔 나와서 던지는 3점슛은 4개를 던졌지만, 모두 실패했다. 강백호 자유투로 유명한 자유투 성공률도 70.6% 정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코트 득실점 마진이다. 삼성전에서 +4, 서울 SK전에서 -7, 가스공사전에서 -24, 정관장전에서 -6이다. 평균 -8.3점이다. 2옵션 카터가 -1.3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누아쿠의 팀 공헌도는 낙제점이다.
왜 오누아쿠의 코트 마진이 엉망일까. 하드 콜이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최고의 하드콜이다. 설렁설렁해서는 당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오누아쿠의 플레이를 자세히 보면, 적극성이 결여돼 있다. 골밑에서 몸싸움은 강하지 않다. 절실함도 부족하다. 삼성 코번, SK 워니 뿐만 아니라 정관장 라렌에게도 포스트 업에서 밀린다. 정관장 전에서 DB는 여러차례 라렌의 포스트 업 공격 시, 헬프 수비를 갔다. 수비에서 자신의 영역 외에는 팀동료들의 헬프 수비에 인색하다. 승부처 확률이 높은 골밑 적극적 포스트 업 공격 대신, 미드 점퍼를 던진다. 결국 자신이 코트에 있을 때 마진이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지금 경기력은 '계륵'이다.
알바노는 유현준, 김시래, 이용우 등 그나마 대체 카드가 있다. 단, 오누아쿠는 DB에서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게다가 코트 밖 행동도 문제가 있다. 이미 가스공사전에서 작전타임 시간, 김주성 감독의 지시를 듣는 대신, 홀로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팀 케미스트리를 중시하지 않는 선수라는 것은 이미 소노 유니폼을 입을 때 확인됐다. 코트 안의 실력으로 보충했다. 하지만, DB 유니폼을 입은 올 시즌 코트에서도 '계륵'이 되고 있다. 기량의 문제라기 보다는 마인드의 문제로 보인다. 아직 4경기만 치렀다. DB는 여전히 강하다. 오누아쿠도 여전히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다. 문제를 해결할 시간은 차고 넘친다. 단, '오누아쿠 딜레마'를 해결해야 우승에 가까워질 수 있다. DB 코칭스태프와 오누아쿠는 어떤 해법을 제시할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