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보는 눈이 있었네" 한신 1차 지명 타자 4명 9안타-8타점 맹타, 구단 사상 첫 4명 동시에 100안타 돌파, 한화 2022~2024년 1지명 투수 터지면 '최강 이글스'[민창기의 일본야구]
6일 도쿄 메이지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원정경기. 주니치 드래곤즈을 상대로 주중 3연전을 스윕한 한신 타이거즈가 9대1 완승을 거뒀다. 만루 홈런 1개를 포함해 13안타를 몰아쳐 야쿠르트 마운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집중력 부족으로 애를 태웠던 타선이 4일 주니치전에 이어 이틀 만에 9점을 냈다.
히로시마 카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1위 경쟁을 이어온 한신은 지난 8월 정체에 빠지면서 선두권에서 살짝 밀려났다. 8월에 열린 26경기에서 12승(14패)에 그쳤다.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달 들어 4연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바꿨다. 2위 히로시마와 승차가 1.5경기로 좁혀졌다. 1위 요미우리에 2.5경기 뒤진 센트럴리그 3위다.
6일 야쿠르트전에서 중심타자 4명이 펄펄 날았다. 1번-중견수로 나선 지카모토 고지(30)와 3번-우익수 모리시타 쇼타(23), 4번-1루수 오야마 유스케(30), 5번-3루수 사토 데루아키(25)다. 지난해 재팬시리즈 우승 주역이자 한신이 자랑하는 핵심타자들이다.
모리시타가 4안타를 쏟아내고, 오야마와 사토가 2안타, 지카모토가 1안타를 때렸다. 넷이서 9안타-8타점을 올렸다.
1회초 1사 2루. 3번 모리시타가 중전 적시타로 치고나갔다. 1-1 동점이던 2회초 2사 2루에서 1번 지카모토가 우전 적시타로 다시 리드를 가져왔다. 5회초 무사 3루에서 4번 오야마가 좌익 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 5번 사토가 중전안타로 2점을 추가했다.
5-1로 앞선 6회초, 사토가 승리에 쐐기를 박은 홈런을 쳤다. 2사 만루에서 시즌 12호 만루 홈런을 쏘아올렸다. 상대 우완 오나카 유야가 던진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메이지진구구장 왼쪽 관중석으로 날렸다.
지카모토와 모리시타, 오야마, 사토는 한신의 신인 드래프트 1지명 선수들이다. 오야마가 2017년, 지카모토가 2019년, 사토가 2021년, 모리시타가 2023년 1차 지명을 받고 한신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 언론은 구단 역사에서 처음으로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입단 선수 4명이 동시에 100안타를 쳤다고 전했다.
6일까지 지카모토가 139개, 모리시타가 107개, 오야마가 104개, 사토가 102개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모리시타를 뺀 셋이서 세 자릿수 안타를 때렸다. 지난해 데뷔한 모리시타는 루키 시즌에 79안타를 생산했다.
이들 넷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한신으로 왔다. 지카모토는 간사이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야구팀 오사카가스를 거쳤다. 1지명 선수 4명이 동시에 주축선수로 맹활약한다는 건 한신 스카우트 능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지카모토는 6일 현재 안타 공동 1위, 도루 1위다. 오야마와 사토는 홈런 공동 8위, 모리시타는 타점 4위를 달리고 있다.
모리시타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 3경기에서 4타점을 올려 1위에 5개차로 따라붙었다. 찬스에 강해 득점권에서 114타수 42안타, 타율 3할5푼을 기록했다. 득점권 타율 전체 2위다.
사토는 프로 첫해부터 4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두 자릿수 홈런-60타점 이상을 기록 중이다. 그는 최근 6경기에서 11타점을 쓸어담았다.
지카모토는 2021~2023년, 3년 연속으로 '베스트 나인'에 포함됐고,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오야마는 6년 연속 100안타-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이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KBO리그 팀과 선수들이 있다. 한화 이글스가 2022~2024년, 3년간 1순위로 영입한 젊은 투수들이다. 이글스의 미래로 불리는 문동주(21)와 김서현(20), 황준서(19) 모두 현재 1군 엔트리에 있다. 이들 세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 당해년도에 고졸 최고 투수로 평가를 받았다. 꼴찌팀 한화가 굴욕을 겪으면서 받은 '선물'같은 선수들이다.
지난해 118⅔이닝을 던진 문동주는 올해가 첫 풀타임 시즌이다.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1경기에서 7승7패-평균자책점 5.17. 부상이 아닌 부진으로 2군에서 재정비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치열한 순위경쟁이 진행 중인 시즌 막판, 상승세라는 건 고무적이다. 그는 지난 3경기를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로 마쳤다. 8월 2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 무실점, 9월 3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를 했다.
우여곡절 많았던 '영건' 김서현은 중간투수로 비중이 높아졌다. 아직까지 확실하게 믿음을 얻지는 못하고 있으나 역할이 커졌다. 1군에서 출발한 황준서는 들쭉날쭉했다. 선발로 2승(8패)을 거두고, 불펜으로 넘어가 경험을 쌓고 있다. 나이 어린 고졸 1~2년차 김서현, 황준서가 주축 투수가 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올 시즌 셋이서 3경기에 함께 등판했다. 지난 4월 10일 두산전과 7월 19일 KIA 타이거즈전, 8월 1일 KT 위즈전이다. 앞선 2경기는 문동주가 초반 무너지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8월 1일 KT전에서 선발 문동주가 5이닝 2실점하고 승리를 올렸다. 문동주에 이어 두 번째로 나선 황준서는 ⅔이닝 3안타 1실점, 김서현은 ⅓이닝 3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세 선수가 한신의 1지명 타자들처럼 핵심 전력으로 도약하는 날 '최강 한화'가 현실에서 가능할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2024-09-08 05: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