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 스승 된 '깎신'주세혁 감독"대한항공과 운명같은 만남...中,日에 지지않는 선수 목표로"[진심인터뷰]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신)유빈이도 나도 서로 잘 만났다. 승부해야 한다."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지휘봉을 잡은 '레전드 깎신' 주세혁 전 파리올림픽 남자탁구 대표팀 감독(44)이 희망과 포부를 전했다.
대한항공 스포츠단은 지난 10일 주 감독을 여자탁구단 사령탑에 선임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주세혁 감독, 김경아, 당예서 코치 등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레전드'로 꾸려진 최강 코칭스태프 라인업을 꾸렸다. 대한항공은 파리올림픽 혼합복식, 여자단체전 멀티 동메달을 따낸 '삐약이' 신유빈과 '귀화 에이스' 이은혜의 소속팀이다. 16년 만의 올림픽 여자 단체전 메달이라는 최고의 분위기에서 국대 사령탑 출신 레전드 영입에 성공했다. 대한민국 탁구의 과거, 현재, 미래인 '깎신' 감독과 '삐약이'의 만남이 탁구 팬들 사이에 최대 화두다. 신유빈이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기량을 꽃피우는 시기에 운명처럼 사제의 인연이 성사됐다.
주 감독은 이름보다 '깎신'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수비탁구의 신이다. 2003년 파리세계탁구선수권 단식 은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은메달에 빛나는 그는 현역 시절 중국 톱랭커들이 두려워하는 몇 안되는 '비중국' 에이스였다. 권혁삼 대한항공 스포츠단장은 "주 감독은 실력, 인성 모든 면에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지도자다. 대한항공 탁구단의 성장과 화합, 도약을 이끌 최적임자"라면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장우진, 임종훈, 조대성 등 남자대표팀의 폭풍성장을 이끈 주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 시작은 사실 여자탁구였다. 삼성생명 시절인 2017년 현역 선수와 여자탁구 코치를 병행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2018년 이후 2년간 최효주, 김지호, 정유미 등과 함께 주요 대회 우승을 줄줄이 휩쓸었다. 월드클래스의 실력과 오랜 경험, 데이터에 기반한 탁월한 분석력, MZ세대 선수들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소통력은 이미 검증됐다. 주 감독의 취임 일성은 "대한항공 탁구단을 실력 있고 인기 있는 구단으로 만들고 싶다"였다. "1973년부터 선배들이 이어온 전통을 살리되 밝고 경쾌한 훈련장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즐겁게 탁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유빈이가 있으니 충분히 가능할 것같다.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팀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기를 '장악하는' 팀을 만들겠다. 국내대회 우승은 물론,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는, (신)유빈이,(이)은혜의 뒤를 이어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눈을 빛냈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신유빈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지만 따뜻했다. "유빈이가 파리올림픽 8강에서 일본 히라노 미우를 잡았지만 사실 지난 2년간 일본 톱랭커를 이기지 못했다. 승률을 높여야 한다"고 짚었다. "힘은 좋은 데 범실이 많다. 공세적으로 붙어치는 주도적인 탁구를 해야 한다. 중심이 바뀌고 범실만 줄여도 저절로 늘 것"이라고 확신했다. "유빈이는 어리고 힘도 좋고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태도가 좋다. 더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만리장성을 상대로 끊임없이 도전했던 '깎신' 감독이 가장 강조한 건 생각의 변화 그리고 위닝 멘탈리티다. "여자는 중국, 일본 2강이 너무 세다. 그 차이를 줄이는 것이 어렵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해보려 한다. 그러려면 생각을 바꿔야 하고 목표 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연히 진다는 생각은 안된다. 지다 보면 계속 지게 된다"면서 "오픈 대회서부터 중국, 일본과 진검승부하면서 승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1년에 한두 번은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 그런 목표의식을 요구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주 감독은 함소리 전담코치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신유빈의 훈련을 이끌고 있다. 신유빈은 올림픽 직후 어깨 근육 부분파열 진단을 받고 재활중이다. 주 감독은 선수보호를 강조했다. "어깨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 1년 넘게 쉼없이 대회를 뛰었다. 프로선수들처럼 몇 달간 재활에만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유빈이는 오히려 대회를 나가고 싶다고 한다. 유빈이는 힘든 훈련을 즐기고, 지도자가 적극 개입하는 것도 좋아한다. 재활을 하면서 상태를 보고 국제대회 출전 시기를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유빈이는 이제 스무살이다. 탁구가 뭔지 알 때이고, 실력적으로 더 튼튼해지면 분명 더 잘될 것"이라면서 "좋은 시기에 서로 잘 만났다. 유빈이도 저도 승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깎신'의 승부수와 지향점은 확실했다. "지도자에게 유승민같은 선수가 오는 건 일생일대의, 엄청난 행운이다. 스웨덴의 욘 페르손 감독에게도 트룰스 모레가르드(세계 13위)가 찾아왔다. 지도자를 시작하면서 10년간 꾸준히 하면 10년에 한번쯤은 그런 선수가 내게도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8년차 지도자로서 대한항공과의 만남은 운명이자 그런 좋은 선수를 만날 기회라고 생각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4-09-20 10:5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