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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일단 나쁜 역 하다 보면 욕은 늘 먹기 마련이라 각오하고 찍은건데 의외의 반응이 많아서 기분 좋고 뿌듯하네요. 재밌게 촬영해서 끝나는 거에 대한 아쉬움도 크고요. 그래도 저 말고도 뒤에 나쁜 놈들이 더 있으니까 아쉬움을 머금고 빨리 빠지는거죠(웃음). "
"왜 '짠내'난다고 그러잖아요(웃음) 처음에 감독님과 의도했던 마진석은 나쁜 놈이지만 사연이 있는 인물이고 또 산전수전 다 겪었기에 모든 것에 조심스럽고 자기관리가 철저한 인물이죠. 그래서 이만큼 철저하므로 속이기 힘들겠다는걸 시청자들에게 인지시켜 주려 했어요. 사실 악역 그러면 보통 무식 단순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마사장은 그런 머리를 쓸 줄 아는 사람. 그런 보통의 건달처럼 마냥 나빠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외모적으로도 살벌하지 않고 젠틀하고, 옷도 좀 잘입고요. 감독님과 함께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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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의 아이콘이라 불리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터놓고 술 한잔 하고 싶은 남성미 넘치는 사람이었다. 하얀 이를 드러낸 호탕한 웃음은 물론 쏙 반할만한 솔직하고 털털한 입담까지 겸비했다. 상남자의 매력이 풍긴다고 말하니 그는 "사실 여리고 정도 많고 잘 토라지는 스타일이다. 지금 그게 들킬까봐 다 벽치고 있는 거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 한 아내의 남편이자 듬직한 가장인 그는 "그래서 여린 남자다. 항상 아내에게 당한다. 사실 항상 아이를 배에 품고 있어서 지는 것 같다"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요즘 이렇게 돈을 잘 번 때가 없었어요. 애들한테 내년에는 못해준게 많은데. 요즘 들어서 다는 못해주더라도 하고 싶은 건 해줄 수 있으니 아빠같기도 하고 힘도 들어가고 그래요. 그전에는 진짜 힘들었죠, 미안하고. 특히 올해는 다작이라 힘들기도 했는데 내가 조금 고생하면 우리 가족이 편해진다고 생각하면 의무감도 생기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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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을 졸업하고 연기 외길인생을 걸어온 오대환, 그의 연기 행보를 보자면 첫발부터 이 분야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으리라 상상되지만 그는 "대학은 가고 싶었는데 공부는 안되고 체육도 미술도 안되서 연기를 택했다"고 말한다. 그저 애들 앉혀놓고 웃기고 노는게 좋았다는 오대환은 막상 대학에서도 공부보단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다. "처음엔 흥미를 못느꼈어요. 그래서 잠시 연기 학원 강사를 했을 때도 애들한테 '실제 연기가 중요한거야'하고 어거지로 가르쳐죠. 그러다 이론을 끝내고 연극을 하게 됐고 실제로 작업을 하다보니 그때 연기가 재밌단걸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어떻게보면 자유로웠기에 가능한 실생활 연기다. 누구나 그렇듯 힘든 순간들은 있었지만 오대환은 대학로 연극생활과 인생의 굴곡을 통해 이론보단 실제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인다. 그래서인지 그가 그리는 상 또한 친숙한 배우다. "사실 '스타'랑은 비주얼쪽으로 거리가 먼것 같고(웃음)친숙하고 평범하게 생겨서 악역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평범한 얼굴로 악한 말들을 하니까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제까지나 친숙한 배우가 되고싶어요. 연예인이 아니라 옆집에 살것 같은 그런 배우,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더라도 쟤는 저런 애구나...이렇게 편하게요.(웃음)어디 포장마차에 앉아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웃음)"
오대환은 영화 '더 킹'을 통해 더 나쁜 놈으로 돌아온다. 오대환은 여태 했던 악역들 중 조인성과 합을 맞춘 이 역할을 최고 악질로 꼽았다. 그간 악역이라는 공통분모를 연기해온 오대환이지만 그만의 노력과 방식으로 섬세하게 역할의 입체감을 달리하던 그가 또 어떤 얼굴의 인물로 돌아올지 벌써부터 상상하게 된다.
gina1004@sportschosun.com사진=허상욱 기자 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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