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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과 12제자들' 캠프 전격 연장, 왜?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2-26 12:26 | 최종수정 2015-02-26 16:25


"더 있어야겠어. 골격은 확실히 만들고 가야지."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파격'이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이 전격적으로 '스프링캠프 연장'을 결정했다. 팀 전력의 강화를 위해서는 훈련 환경이 좋은 오키나와에서 며칠 더 훈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 단, 전체 선수단이 남는 건 아니다. 10명의 투수와 2명의 야수, 총 12명의 선수들만 남아 5일까지 훈련하고 6일에 귀국한다. 박상열 투수코치와 강성인 트레이닝 코치가 함께 남아 김 감독을 돕는다. 나머지 선수단은 3일에 귀국해 국내에서 시범경기를 준비하게 된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한화 김성근 감독이 양훈에게 피칭 훈련을 돕고 있다.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17.
송은범을 필두로 박정진과 권 혁, 양 훈, 안영명, 윤규진, 이태양, 유창식, 송창식, 최영환 등으로 구성된 '10인의 투수들'. 여기에 외야수 이용규와 오 윤까지. 사실상 팀 전력의 핵심이다. 올해 1군 엔트리에서 활약해야 할 선수들이다. 이들을 가르치는 건 물론 김성근 감독, 본인이다. '김성근과 12명의 제자들'로 오키나와 특훈조가 꾸려진 셈이다.

김 감독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의 훈련 페이스를 감안해서다. 기온이 따뜻한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거듭하면서 투수들의 페이스가 이제 서서히 본 궤도로 진입하는 것이 눈에 띄였기 때문. 불과 며칠 사이의 일이다. 향상된 모습이 보이자 김 감독 역시 가르치는 흥이 생겼다. 또 이용규와 오 윤은 부상에서 회복하고 뒤늦게 페이스가 향상되고 있다.

김 감독은 "25일 훈련때 많은 투수들이 좋아진 모습을 보여줘서 재미있었다. 송은범은 이전까지는 쉽게만 던지려고 했는데, 그런 점이 없어지고 릴리스 포인트도 좋았던 때로 돌아왔다. 권 혁도 공끝을 채서 던지지 못했는데, 이날 보니까 '팩!'하고 채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투수들도 많이 괜찮아졌다. 송창식 이태양 윤규진 박정진 안영명 유창식 등 많은 투수들이 계속 던지면서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 이글스가 일본 고치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2015 스프링캠프를 펼치고 있다. 22일 오후 김성근 감독이 동부구장에서 정광운의 불펜피칭을 지도하고 있다. 고치(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1.22/
'투수진 육성'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김 감독이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다. 김 감독은 지난 1월15일 고치에서 1차 스프링캠프가 시작됐을 당시부터 오로지 투수진 육성에만 매달렸다. "나는 투수만 전담하고, 다른 파트는 전부 코치들에게 맡기겠다"는 선언도 했었다. 실제로 김 감독은 고치 시영구장 구석의 불펜에 하루종일 틀어박혀 투수들이 던지는 모습을 관찰하고 그때그때 조언을 했었다. 오키나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키나와 캠프는 연습경기 위주지만, 틈틈이 자체 훈련을 할 때는 불펜행을 빼놓지 않았다.

선수들도 김 감독의 지도에 열심히 따라왔다. 최고참 임경완부터 신인 김민우까지 누구하나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그 결과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김 감독이 생각한 이상적인 투구폼과 구위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성'이라고 볼 수는 없다. 꾸준히 발전해나가고 있지만, 조금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과감히 '캠프 연장'을 결정한 것. 김 감독은 "재정비를 완전히 하고, 팀의 골격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한국에) 들어가는 건 너무 손해가 아닌가 싶었다. 며칠만 더 다듬으면 훨씬 좋아질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하고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배영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16.
오키나와 특훈조, 이른바 '김성근과 12명의 제자들'은 6일에 귀국한다. 그런데 7일부터 곧바로 시범경기 일정이 시작된다. 한화도 대전 홈구장에서 LG트윈스와 주말 2연전을 치러야 한다. 이런 일정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김 감독은 껄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공항에 나와서 곧바로 대전가면 되는 거 아냐? 시범경기보다 훈련해서 (실력을)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야." 훈련에 관한 김 감독의 열정은 20대 청년보다도 뜨겁다. 절대 양보나 타협이라는 게 없다. 그 열정으로 단련하는 '12명의 제자들'이 과연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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