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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도 유분수지….'
최근 창원시는 NC의 신축구장 지원에 대한 말바꾸기 행태로 도마에 올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NC와 약속한 협의사항마저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와 창원시의회 시정질문 답변 과정에서 말바꾸기의 극치를 보였다.
창원시-NC의 '프로야구 창단 관련 업무 협약서' 제3조에 명시된 '신규 야구장을 창단 승인 후 5년 이내로 건립 지원한다'는 조항을 두고 "5년 이내 건립 지원이란 말은 완공이 아니라 짓느냐, 안 짓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스포츠조선 5월17일자 보도> 이로 인해 KBO와 야구팬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창원시가 자신들의 발표자료와 KBO에 제출한 공문내용까지 스스로 부정하는 말바꾸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 손가락으로 제 눈을 찌른 격이다.
스포츠조선이 입수한 창원시의 공식 문건과 KBO에 보낸 공문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다.
KBO "우리에게 보낸 공문은 거짓말인가"
최근 창원시가 다시 원성을 산 것은 '신축구장 5년 이내 건립 지원'이란 조항을 '5년 이내 건립 여부 결정'으로 제멋대로 해석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창원시는 법적인 해석 차이를 강조하며 협약서상 문구를 유권해석하면 5년 이내 완공하지 않아도 협약서 위반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5년 이내 건립하도록 지원한다'는 뜻도 되지만 '건립에 대한 지원(방안)을 5년 이내에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KBO 고위 관계자는 "해도 너무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어떻게 그렇게 교묘하게 말바꾸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KBO는 이에 대한 근거도 제시했다. KBO는 지난 2011년 10월 18일 창원시로부터 신규 야구장 추진현황에 대한 공문을 받았다. 이 공문에는 각종 사전 절차를 포함해 '2013년 1월 착공-2015년 2월 준공'이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원래 NC 창단 승인(2011년 3월) 후 5년 이내이면 2016년 3월까지이지만 의욕적인 추진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후 KBO는 2012년 3월 27일 'NC 구단 지원사항 추진 현황 공유 요청' 공문을 보내 마산구장 리모델링 현황 및 신규 야구장 로드맵의 차질 여부와 변경사항을 문의했다. 이에 창원시는 4월 9일자로 보낸 회신을 통해 마산구장은 2012년 퓨처스리그를 치르는데 문제가 없으며 'NC와의 약속 및 협약사항을 성실히 이행중'이라고 확답했다. KBO는 "협약사항을 성실히 이행중이라면 그 전에 보낸 야구장 추진계획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의미아니냐"면서 "이제와서 5년 이내 건립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창원시, 스스로 한 공약도 뒤엎었다
창원시와 KBO가 주고받은 1년 전의 것이어서 그때의 상황과 달라졌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백 번 양보한다고 하자. 그래도 창원시는 올 들어서도 '2016년까지 신축구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하게 떠벌였다. 그것도 여러차례에 걸쳐서다. 창원시가 시정 홈페이지의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도 공개하고 있는 자료들을 살펴보면 이같은 사실을 뻔히 알 수 있다. 우선 지난 1월 31일 진해 옛 육군대학 부지에 신축구장을 건립한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KBO와의 '5년 이내 2만5000석 이상 규모의 신규야구장 건립'이라는 창단 승인 조건을 이행하고, 창원시의 미래발전을 위한 중요한 현안사업으로 무한정 지체할 수 없어 최종 입지를 선정 발표하게 됐다"면서 "창단 승인 5년 이내 신규 야구장 건립목표를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여기서 동원된 '건립'이라는 단어가 '준공(완공)'으로 적시한 게 아닌 만큼 창원시의 주장대로 해석상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이날 창원시가 별첨자료로 공개한 '세계적 명품야구장 건립'이란 제목의 문건을 보면 '4.향후조치' 항목에서 '2016년 신규 야구장 준공을 위한 TF팀 구성 운영'이라는 표현이 발견된다. 여기서도 여전히 2016년 준공을 약속했던 것이다. 이후 창원시는 2월 3일 '창원시 새 야구장 건립 사업단 구성 본격 가동'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2016년 3월까지 차질없이 새 야구장을 건립하기 위해 GB해제와 도시개발계획 등의 행정절차가 원만하고 조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이틀 뒤인 2월 5일 건립사업단 출범을 알리는 '새야구장 건립사업단 구성 및 추진보고회 개최'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부대 협력사항,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의 행정절차는 국방부·국토부와 원만하게 협의해 조기 완료하고, 설계·시공단계를 동시에 실시해 2016년 차질없이 명품 랜드마크가 될 야구장을 완공하도록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시 강조했다. 또 같은 날 'NC다이노스 홈구장 2개 갖는 효과 있다'고 자찬한 보도자료에서도 '2016년 새 야구장이 준공되고…', '새야구장이 KBO와의 약속 기한인 오는 2016년까지 완공될 수 있도록…' 등의 표현이 거듭 등장했다. 이같은 창원시의 공식문건을 분석해 보면 '5년 이내 건립여부 결정'이 아니라 2016년 완공을, 그것도 차질없이 이행하겠다며 수차례에 걸쳐 공언할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창원시는 뻔히 보이는 자기부정을 하며 KBO와 야구팬들을 우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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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최악의 선택 배제않는다"
창원시가 코미디같은 말바꾸기를 노골적으로 하고 나서자 KBO도 가만 보고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창원시에 끌려다니면 30여년 일궈온 프로야구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KBO는 창원시가 과연 신축구장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창원시의 태도가 여러모로 의혹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KBO는 창원시가 진해 신축구장 확정의 근거로 삼은 타당성 조사보고서에 대해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KBO 관계자는 "떳떳하면 왜 보여주지 못하나. 과연 관련 보고서가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면서 "창원시 주장대로 옛 육군대학 부지가 최적의 장소라면 통합시 신청사를 거기에 지으면 될텐데, 야구에 양보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KBO는 창원시의 2016년 3월까지 진해구장 건립 계획도 '공약(空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O는 최근 창원시의 옛 육군대학 부지 야구장 건립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별도로 국방부에 질의를 했다. 그 결과 창원시가 공언한 대로 기한내 완공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시가 이 부지를 활용하려면 다른 지역에 대체 군용관사를 2015년 6월까지 지어주는 동안 국방부로부터 사전 소유권 이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대체 관사 준공이 확인되기 전에 소유권을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국방부 역사상 사전 소유권 이전을 승인한 것은 위례신도시 사례밖에 없었다. 위례신도시는 서민주거 안정과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국책사업으로, 국무총리 결재에 따라 특별히 예외가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창원시는 옛 육군대학 부지 활용에 여전히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KBO가 또 의문을 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KBO는 NC를 포함한 9개 구단과 협의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KBO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연고권 박탈이 검토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최악의 선택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