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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급기야 저질 야구까지, 비상구가 없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4-18 21:41 | 최종수정 2013-04-18 22:19


롯데가 7연패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31/

롯데 자이언츠가 7연패를 당했다. 개막 5연승 후 1무7패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선두를 달리다 5승1무7패로 9개팀 중 7위(18일 현재)로 추락했다. 롯데 밑에는 NC와 한화 둘 뿐이다.

롯데는 16일부터 18일까지 안방 부산 사직구장에서 넥센에 스윕(3연패)을 당했다. 앞선 2경기에선 연달아 역전패했고, 18일 경기에선 '막장' 경기 끝에 4대14로 대패했다. 넥센 타선에 팀 창단 최다인 25안타를 내주며 14실점했다. 또 볼넷을 8개나 내줬다. 롯데 외국인 선발 투수 옥스프링은 4이닝 동안 12안타 7실점으로 무너졌다. 일찌감치 경기 주도권을 넥센에 빼앗겼다.

롯데 타선은 넥센 에이스 나이트에게 꽁꽁 묶였다. 6이닝 동안 3안타를 쳤지만 삼진을 6개 당하면서 단 한 점도 뽑지 못했다. 롯데 타자 중 그 누구도 반격의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한마디로 무기력했다.

롯데 불펜은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강팀은 지는 경기도 깔끔하게 마무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롯데 두번째 투수 진명호는 '저질' 경기를 만들고 말았다. 2⅔이닝 동안 8안타 5볼넷으로 7실점했다. 위기 상황에서 볼넷을 남발했다. 넥센 타자들의 달아오른 방망이는 식을 줄을 몰랐다. 도저히 진명호로 계속 끌고 가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보다 못한 다수의 관중이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하지만 롯데는 19일부터 있을 삼성과의 원정 3연전 때문에 불펜을 총동원할 수 없었다.

급기야 진명호는 7회 넥센 서건창에게 사구를 던졌다. 문승훈 주심은 바로 진명호를 퇴장 조치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이 나와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번째 투수 좌완 이명우가 올라와 간신히 이닝을 마쳤다. 롯데는 7회 1점, 8회 2점, 9회 1점을 따라붙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롯데 선수들은 말한다. "아직 100경기 이상 남았다. 야구가 항상 잘 될 수는 없다. 잘 안 될 때가 있으면 또 잘 될 때가 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선수들의 이런 여유 있는 항변은 일정 부분 수긍이 간다. 롯데는 최근 몇 년새 한번 분위기를 타면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는 신바람을 냈다.

약 6개월 이어지는 한 시즌에 팀 별로 크게 5번 정도의 터닝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 롯데는 지금이 첫 번째 위기다.

요즘 롯데는 그들이 얘기했던 야구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지키는 야구'도 아니고 '이기는 야구'도 아니다. 강하다고 평가받았던 마운드가 이미 블론세이브 5개로 크게 흔들렸다. 선발 투수 옥스프링은 네 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3패로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거포 홍성흔(두산) 등이 빠진 부분을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메우겠다고 했지만 최근에 도루도 주춤하고 있다.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로 객사하는 경우가 잦다. 득점권 타율(17일까지 2할1리)이 떨어져 보는 사람들을 아쉽게 만든다. 전체적인 플레이의 집중력도 약하다.


롯데의 이런 투타 불균형은 타자와 투수들이 서로 번갈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우려되는 쪽은 타자들이다.

롯데 타자들의 다수가 득점권 찬스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타점을 올릴 수 있다는 즐거운 마음가짐이 아니다. 부담과 동시에 적시타를 치지 못했을 경우를 먼저 떠올린다. 고개를 떨구고 한숨을 쉬면서 타석으로 향하는 선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있는 스윙을 못 한다. 상대 투수는 있는 힘을 다하는데 롯데 타자들은 중요한 순간 제 스윙을 못한다. 갖다 맞추기에 급급하다. 좋은 타구가 나올 빈도가 줄수밖에 없다. 롯데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타격감이 안 좋았던 황재균 전준우 등이 스프링캠프 때 이상의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 경기에서 방망이가 부진하다고 뭐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롯데 구단의 고민은 쓸만한 야수 자원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1군 엔트리에 들어와 있는 선수 보다 기량이 더 뛰어난 선수가 2군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

팀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려면 기존 선수 중에서 해결사가 나오는 길이 있다. 또 하나는 인위적으로 교체하는 방법이다. 1,2군 선수 교체 또는 트레이드를 하는 것이다.

프로에선 매순간 주전 경쟁이 없으면 그 팀은 분위기가 느슨해진다. 2군에서 올라와 기존 1군 선수의 자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없다면 1,2군 선수들이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롯데 마운드에는 쓸만한 자원들이 많다. 야수군 보다는 선수층이 두텁다. 다른 팀에서 관심을 보인 선수도 제법 있다.

롯데는 지난해 말 FA로 팀을 떠난 홍성흔 김주찬(KIA) 두 주전 공백을 절감하고 있다. 타력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미 일부 구단과는 물밑에서 선수 트레이드 얘기가 오갔다는 루머도 돌고 있다. 하지만 구단 간 원하는 카드가 잘 맞지 않고 있다. 국내야구에 자원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이다.

하지만 롯데는 앞으로 이 약한 타선 때문에 고민이 깊을 가능성이 높다. 괜찮은 투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꺼내서라도 팀 타선에 도움이 될 거포를 영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시진 감독은 이날 경기 뒤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박계원 작전 코치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대신 박현승 2군 작전 주루 코치를 1군으로 올렸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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