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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민심은 NC가 창원을 떠나라고 하는데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1-31 06:29


'차라리 창원시를 떠나라.'

결국 통합 창원시는 NC 다이노스와 지역주민, 야구팬들의 바람을 저버리고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 창원시는 30일 NC가 홈구장으로 사용할 신축 야구장 부지로 진해에 자리한 옛 육군대학 부지를 확정해 발표했다. 창원시는 시민들과 야구팬들이 반대했고, 타당성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지역을 내부의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밀어붙였다. 신축구장 부지로 마산종합운동장을 원했던 NC의 입장은 철저하게 무시됐다.

날벼락을 맞은 NC는 창원시와 마산시, 진해시가 합쳐 출범한 통합 창원시의 결정에 냉철하게 대응하고 있다. 일단 창원시에 감정적으로 맞대응을 하지 않고, 길게 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불만이 클 수밖에 없지만 감정적인 표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연고지 이전 등 극단적인 결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게 현실적으로 낫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야구인들의 민심은 다르다. 프로야구 발전에 역행하는 창원시의 행태를 주시해온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와 대다수 야구인, 팬들은 "차라리 NC가 창원시를 떠나는 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대화 KIA 2군 감독은 "프로야구가 흥행이 되려면 경기장 근처에 거주하는 인구가 많아야 한다. 진해는 인구가 적은 외진 곳이고 교통이 불편해 야구장 입지로 맞지 않는다. 차라리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낫다. 요즘 프로야구에 관심이 많은 지역이 많다"고 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기업을 유치하려면 전기도 끌어다주고 여러가지 지원을 해주지 않나. 당연히 조건이 좋은 데가 있으면 가야 한다"며 "창원시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고압적인 태도로 야구를 낮춰보고 결정한 것 아닌가"라며 불쾌해했다. 양준혁 SBS 해설위원도 "신축구장도 좋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다른 데로 가는 게 낫다"고 했다.

야구계는 진해 신축구장이 프로야구 흥행에 저해가 될뿐만 아니라, 창원시가 야구계의 의견을 무시했으며, 향후에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야구계의 민심에는 프로야구의 위상이 높아져 NC가 창원시를 버리고 조건이 더 좋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실제로 NC가 결정을 하면 창원시를 떠나 다른 지역에서 새출발 할 수 있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연고지 이전 문제는 이사회가 아니라 총재의 승인 사안이다. NC가 신청을 하고 총재가 승인을 하면 바로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기존의 프로팀이 연고지로 쓰고 있는 도시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팀을 이전할 수 있다.


최근 신축구장 부지를 놓고 창원시가 우왕좌왕하자 KBO에 NC의 연고지 이전에 관해 문의를 한 지자체가 있었다고 한다. 양 총장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자체 이름을 공개할수는 없으나 프로야구단 유치에 관심이 있는 지역이 있다"고 했다.

그럼 만약 NC가 연고지 이전을 결정했을 때 후보가 될 수 있는 도시는 어디일까. 일부에서 흘러나온 서울 고척돔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연고팀이 있는 지역에 입성하려면 기존 구단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서울 연고팀인 두산과 넥센, LG가 4번째 구단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여건에서 서울 연고팀 4개는 무리다.

수도권 이전도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KT-수원이 10구단 유치에 성공하면서 서울의 3개팀과 인천의 SK. 수원의 KT까지 5개 팀이 수도권에 자리를 잡게 된다. 10구단 유치전 때도 프로야구단의 수도권 집중화를 지적하는 야구인들이 있었다. 지금같은 분위기에서 수도권 6개 팀 집중은 쉽게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다.

지자체가 프로야구팀을 유치하려면 일정한 규모의 인구에 재정적으로 탄탄해야 하고, 자치단체장이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야구장은 필수 요건이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프로야구팀이 없는 도시를 살펴보면 대략 그림이 나온다.

KT와 10구단 유치를 놓고 경합했던 전북, 지난해 1만석 규모의 야구장을 개장한 포항시가 자연스럽게 후보로 부각된다. 전북은 10구단 유치에 실패했는데 유치전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전주 야구장 신축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항시도 자치단체장이 야구에 관심이 크다. 포항시는 프로야구 팀이 없는데도 1만석 규모인 야구장을 1만5000석으로 증축하기로 결정했다. 인구가 100만명이 넘는 울산시도 프로야구단 유치가 가능하다는 게 야구인들의 평가다.

NC와 지역팬들을 기만한 창원시를 바라보는 야구인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이미 창원시는 프로야구단을 품을 수 있는 자격을 잃어버렸는 지도 모른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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