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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100억 날리고 연고지 옮긴다? 창원은 지금…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1-21 12:48 | 최종수정 2013-01-21 19:33



가입예치금 100억원이 하늘로 날아갈 위기다. 자칫 하면 연고지를 '강제 이동'하게 생겼다.

프로야구 9구단 NC가 '날벼락'을 맞게 생겼다. NC는 2013시즌부터 1군에 참가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난관에 봉착했다. 창원시가 약속한 신축 야구장 문제가 표류하면서 창단 시 납부한 예치금 100억원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NC가 낸 가입 예치금 100억원은 무슨 돈?

한국야구위원회(KBO)는 NC 창단 시부터 예치금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야구단의 책임경영을 요구하는 성격이다. 창원시는 지난 2011년 9구단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5년 이내 2만5000석 이상의 야구장 신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창단을 승인하는 데 있어 중요한 '조건'이었다. NC의 전례에 맞춰 KT 역시 5년 이내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구장을 확보한다는 조건으로 예치금 100억원을 내기로 했다. 다만 야구장을 신축으로 한정짓지 않아, 현재 리모델링 중인 수원구장으로도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사실 창원시는 9구단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의욕적으로 5년이 아닌, 2015년까지 신축구장을 완공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그러나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손해를 보는 건 정작 창원시가 아니라 NC다. 가입예치금 100억원은 그대로 KBO에 귀속된다. 창단을 놓고 한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사태가 NC의 책임이 아니라는 데 있다. NC는 신축구장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법상 야구장 등의 대형체육시설은 지방자치단체만이 소유할 수 있다. 해당 지자체인 창원시는 야구단만 유치해 놓고, 정작 중요한 약속은 지키지 않고 있다.

마-창-진의 정치 논리? 야구장보다 시청사 유치!


신축구장이 표류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통합' 창원시의 정치적 논리다. 마산-창원-진해가 합쳐 탄생한 통합 창원시는 현재 통합 새 청사 관련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야구장은 뒷전이다. 한때 2만5000석 이상의 신축구장 약속을 뒤엎고, 리모델링을 마친 마산구장을 그대로 쓰자는 의견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는 태생적인 한계에서 비롯됐다. 서로 다른 세 지역이 합쳐지면서 시의 주요 사업을 '균형 분배'해야 된다는 논리가 팽배해 있다.

세 지역의 국회의원, 시의원들은 너도나도 '새 청사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문제 만큼은 당적도 뛰어넘는다. 오직 자신들의 지역구를 위해 '초당적 화합'이 이뤄지고 있는 촌극이다. 시청사를 유치해야 비로소 통합 창원시의 대표 도시가 된다는 전형적인 지역 이기주의다.


지난해 4월 NC의 창단 첫 홈경기가 열린 마산구장에서 리모델링 완공 기념 행사에 참석한 구본능 KBO 총재, 박완수 창원시장, 김택진 NC 구단주(왼쪽부터).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4.14
21일 창원시는 중대 발표를 했다. 통합 시청사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 발표다.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마산-창원-진해에서 2000명씩 총 600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는 '구 창원시'의 승리였다. 응답자의 53.8%가 새 청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기존 창원시청사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다.

구 마산, 진해 측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당초 통합준비위원회에서는 새 청사 소재지 1순위 후보지로 마산종합운동장과 옛 진해육군대학 부지를 선정했다. 원안대로 두 곳 만을 대상으로 새 청사 입지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41.3%. 하지만 2순위인 창원 39사단 부지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은 49.8%로 응답자 절반에 육박했다. 새 청사를 건립한다 해도 창원에 유리한 결론이 난 것이다.

게다가 1,2순위를 모두 포함해 적합도 순위를 매겼을 때도 창원 39사단 부지가 37.3%로 가장 높았고, 마산종합운동장이 34.6%, 진해육군대학 부지가 24.2%로 뒤를 이었다.

기존 청사를 활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에도 창원이 유리하다. 옛 창원시청이 67.1%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마산시청과 진해시청은 19.1%, 11.6%에 그쳤다. 창원시는 여론조사 결과를 곧바로 시의회에 전달해 22~24일 중 결론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도청 이전 공약? 야구장 입지 판도를 뒤흔들다

어쨌든 결론은 모두 구 창원에 유리하게 났다. 그럼 후순위로 밀려난 신축구장 문제는 어떨까. 창원시는 신축구장 입지 발표를 지난해 연말에서 새해 초로 연기했다가 또다시 여론조사 이후로 미룬 상태다.

처음 목표는 지난해 6월이었다. 무려 6개월이 넘게 표류했다. 새 청사와 다른 지역에 야구장을 짓겠다는 정치 논리에 따라 야구장은 '종속 변수'가 돼버렸다. 야구장 입지가 발표되는 순간, 새 청사는 물 건너간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해 4월 NC의 홈 개막전이 열린 마산구장. 리모델링으로 좋은 구장으로 거듭났지만, 창원시는 9구단 창단 시 '2015년 내 2만5000석 이상의 야구장 신축'을 약속했다. 최악의 경우, 연고권이 박탈될 수도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4.14
창원이 시청사 줄다리기에서 승리할 경우, 현 마산종합운동장 부지에 야구장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마산구장 바로 옆으로 창원종합운동장 옆 후보지보다 부지가 넓다. 하지만 또다른 정치논리에 따라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말 대선과 함께 치러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당선된 홍준표 신임 도지사의 공약이 발단이다. 홍 지사는 선거 당시 마산으로 도청을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현재 도청사는 창원에 위치하고 있다. 통합 창원시의 새 청사 문제와 신축구장 문제에 갑자기 '경상남도 도청 이전'이 껴들게 된 것이다.

철저하게 '정치 논리'대로 움직인다면 시청사는 창원에, 도청사는 마산에, 따라서 야구장은 진해로 밀려나게 된다. 진해는 세 부지 중 입지조건이 가장 좋지 않다. 교통이 불편해 '경기가 없는 날에도 찾을 수 있는 테마파크'를 목표로 삼은 NC에게도 치명타다. 사실 진해는 후순위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약속 불이행'이다. 만약 마산이나 창원에 신축구장이 들어설 경우, 곧바로 설계 작업에 착수해 후반기엔 착공에 들어갈 수도 있다. 부지도 창원시 소유로 별도의 이전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이 경우, KBO와 약속한 '2015년 내'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신축구장 건립에는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진해육군대학 부지는 상황이 다르다. 일단 토지가 국방부 소유다. 2014년 말에 이전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 게다가 그린벨트 지역으로 그린벨트 해제 절차가 필요하다. 설계 작업까지 거치면 2016년에나 착공이 가능한 상태다. 2015년까지 삽 한 번 못 뜨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창원시는 정치논리에 빠져 KBO와 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책임지지도 못할 약속의 대가는 '연고권 박탈'이다. 이미 KBO 구본능 총재는 지난 7월 '창원시가 당초 약속한 신축구장 건립을 지키지 못할 경우 NC의 연고지 이전 등을 포함한 향후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문장은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KBO로서는 대책을 찾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야구단 유치를 원하는 지자체는 많아졌다. 10구단 유치만 해도 수원시와 전라북도가 치열하게 맞섰다. NC의 가입예치금 100억원이 날아가고, 힘겹게 터를 잡은 연고지를 옮기는 건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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