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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의 역습은 지금부터…이승기의 카리스마 변신을 주목하라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5-04 12:18 | 최종수정 2012-05-04 18:51


그래픽: 문성원기자 moon@sportschosun.com

사진제공=김종학 프로덕션

'더킹 투하츠'는 이기적이던 왕제 이재하(이승기)가 진정한 국왕, '더킹'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남한이 입헌군주제라는 '판타지' 같은 설정이 배경으로 깔리지만 남북한의 미묘한 정세와 세계 열강들의 이해관계, 군산복합체 클럽M으로 대표되는 자본의 위협과 조종 등 이재하가 맞닥뜨려야 하는 왕실 밖 세계는 흉포스럽다. 남한 이재하와 북한 김항아(하지원)의 로맨스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둘 사이의 사소한 오해나 제3자의 개입 같은 흔하디 흔한 설정이 아니라, 이처럼 거대하고 견고한 현실적 저항들이다. 그래서 형의 죽음으로 갑작스럽게 왕위를 물려받은 이재하가 국민들 앞에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국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곧 김항아와의 사랑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된다. 13, 14회 방송에서 이재하가 세계장교대회(WOC)에 직접 출전해 2차전까지 반드시 통과하겠다고 발표하고, 첫 상대인 미국과의 결전을 앞두고 잔머리를 굴려가면서까지 꼭 이기려 하는 것은 "국왕이니까 김항아와 약혼해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팀에 일격을 당한 뒤 남북단일팀이 함께 새로운 작전을 개시하는 장면, 그리고 이재하가 팀원들에게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하는 말은 '더킹 투하츠'의 이야기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거란 예고장이다. 국왕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이리저리 휘둘리고 자기 멋대로 행동해 김항아에게 '쓰레기'라는 말까지 들었던 '더킹'이 그간의 각성을 바탕으로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이제부터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다짐이기 때문이다.

첫 방송에서 20%에 가까운 압도적인 시청률로 출발해 경쟁작들을 주눅들게 했던 '더킹 투하츠'는 어느새 밑바닥까지 추락해 있다.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승기와 하지원의 판타지 같은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다소 실망감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기적인 겉모습 안에 진심을 감췄던 이재하는 김항아에게 사랑을 고백할 줄 알게 됐고, 굴욕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왕으로서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두 사람의 로맨스는 달콤하진 않지만 믿음직스럽고 단단하다.

그리고 결단의 순간엔 차가워지고, 위협 앞에선 독하디 독한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사랑할 땐 진지해지는 이승기의 놀라운 연기력은 '더킹 투하츠'의 통쾌한 역습을 끝까지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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