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하트' 김민정 "...그래서 상처있는 역할 잘한대요"
기사입력 2008-04-03 09:24
| "방긋 웃다가도 눈물 뚝뚝… 참 예민하죠?" |
"18년째라 그런지 연기할때가 더 편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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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해도 되는 인사를 몇 번이나 거듭한다. 커다란 눈동자가 또르르 굴러다니는 작은 얼굴에 반가움이 가득했다.
창문으로 햇살이 한 가득 쏟아 내리던 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김민정을 만났다.
언뜻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소유자인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발랄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제가 그렇게 쌀쌀맞게 보이나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동안 (드라마 촬영 때문에) 사람을 많이 못 만나서 수다가 많다"고 말문을 연 김민정은 마치 10년지기 친구를 대하듯 솔직하고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사실 연기할 때가 가장 편해요. 잡생각이 많은 편이라 작품이 끝나고 나면 오히려 힘들어져요. 작품에 몰입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고요."
연기경력 18년. 그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소위 '스타'의 위치에 서 있었다. 고민 한 점 없이 완벽해야 마땅할 김민정이었다.
"피곤하리만치 예민한 성격이에요. 배우로선 축복 받았다고 할 수 있죠. 내면에서 뭔가를 끄집어내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하지만 그냥 한명의 사람으로선 너무 힘든 성격이기도 하죠."
이런 예민한 감수성은 곧 극중 인물이 가진 상처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공감력를 형성했다.
'뉴하트'에서 김민정은 방긋 웃다가도 3초도 안 돼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는 감성연기로 호평을 얻었다. 극중 남혜석이 가진 남모를 상처에 십분 공감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민정이 연기하는 인물들은 언제나 그랬다. 그녀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는 '버스정류장'과 '아일랜드', '음란서생'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원조교제와 임신의 상처를 안고 사는 17세 여고생,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에로배우, 다른 남자에게 정을 주지만 배신을 당하고 마는 왕의 여자 등 결코 예사롭지 않은 인물들을 연기했다.
"이면에 뭔가 아픔을 갖고 있는 역할에 항상 끌렸던 것 같아요. 스스로 몰입하다보니 비교적 좋은 연기가 나왔고, 시청자들도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고요."
틈날 때마다 책을 즐겨 읽는 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하는 작가로 꼽는다. "5~6년 전 쯤 요시모토 바나나가 쓴 '키친'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어렵지 않으면서도 감성을 건드리는 힘이 인상적이었어요."
'고민이 남들보다 10년쯤 빠르다'는 김민정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멋지게 나이를 먹는 것'. "친한 언니가 얼마 전 서른 살을 막 넘겼어요. 늘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는 데 대한 자신감과 여유가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더라고요. 음…. 이제 정말 제대로 살아야할 것 같아요."
< 김윤희 기자 scblog.chosun.com/ekf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