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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다니엘 레비 토트넘 홋스퍼 회장과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점점 더 후회의 늪에 빠지게 될 듯 하다. 자신들이 외면했던 유망주 양민혁(19·QPR)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민혁에게는 반격을 이끄는 키플레이어의 역할이 부여됐다. 효과가 금세 나타나진 않았다. 양민혁이 들어갔어도 QPR은 좀처럼 경기 흐름을 주도하지 못했고, 결국 후반 9분에 1골을 더 허용하며 0-3으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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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날 경기에서 스토크시티 선제골의 주인공은 배준호였다. 전반 21분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차마두가 올린 크로스를 문전으로 달려들며 왼발로 밀어넣어 선제골을 터트렸다. 배준호가 이날 경기 양팀 득점의 물꼬를 틀었고, 양민혁이 마지막을 장식한 경기였다.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배준호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일단 이날 더 주목을 받은 건 양민혁이었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양민혁을 둘러싼 최근의 분위기와 팀내 입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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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K리그에 등장한 양민혁은 지난해 여름 전격적으로 토트넘과 계약하며 또 한명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로 기대를 모았다. 토트넘 역시 12월에 조기 합류를 요청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막상 양민혁이 영국에 도착한 뒤로 토트넘의 태도는 차갑게 식어 버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K리그와 EPL은 수준이 다르다"며 K리그에서 온 양민혁을 대놓고 무시했다. 실제로 팀 훈련 과정에서 양민혁의 역할을 상당히 축소시켰다. 양민혁이 K리그에서 12골, 6도움을 기록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별로 의미가 없는 성적으로 취급했다.
이로인해 금세 이뤄질 듯 했던 잉글랜드 무대 데뷔전과 첫 골 사냥도 기약없이 멀어지게 됐다. 토트넘은 그 사이 계속 10대 유망주 수집에 열을 올렸다. 토트넘에서 출전기회를 전혀 얻지 못하던 양민혁은 결국 1월 30일자로 QPR로 임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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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이런 양민혁을 대표팀에 소집했다. 그리고 지난 25일 요르단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 때 데뷔전 기회를 줬다. 이는 양민혁이 18세 343일되는 날이었다. '차붐'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의 18세 351일의 기록을 13위로 밀어냈다.
이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양민혁은 결국 QPR 복귀 후 첫 경기에서 벼락같은 중거리 슛으로 골맛을 봤다. '나도 통한다'는 자신감이 온몸을 채웠을 듯 하다. 실력도 있고, 자신감까지 채운 10대는 무섭다. 양민혁의 활약이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레비 회장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후회도 커질 수 있다. '빨리 데려와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