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5044경기에서 딱 한 번' 골디-벨린저-저지, 하필 친한 투수한테 이런 수모를 안기다니

노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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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3-30 12:01


'8만5044경기에서 딱 한 번' 골디-벨린저-저지, 하필 친한 투수한테…
밀워키 브루어스 네스터 코르테스가 30일(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1회 오스틴 웰스에 4번째 홈런을 얻어맞은 뒤 글러브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UPI연합뉴스

'8만5044경기에서 딱 한 번' 골디-벨린저-저지, 하필 친한 투수한테…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30일(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티 브루어스와의 홈게임에서 4회 투런홈런을 터뜨리고 들어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8만5044경기에서 딱 한 번' 골디-벨린저-저지, 하필 친한 투수한테…
폴 골드슈미트가 1회 선두타자 홈런을 치고 들어와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8만5044경기에서 딱 한 번' 골디-벨린저-저지, 하필 친한 투수한테…
코디 벨린저가 1회 첫 타석에서 우중간 솔로포를 날리고 들어와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가 투구수를 기록한 것은 불과 37년 전인 1988년부터다. 의외다.

1876년 내셔널리그 출범 이후 올시즌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각)까지 열린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총 경기수는 24만731게임이다. 1988년 이후만 따지면 8만5029경기다, 즉 이전 15만5702경기는 타격의 볼카운트가 기록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비율로는 64.7%에 이른다.

1987년 이전에는 투수구, 볼카운트와 관련한 기록들이 집계되지 않았으니, 이후 해당 기록의 역사적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누가 봐도 희귀한 기록이 간혹 출현하기도 한다. 뉴욕 양키스가 투구수와 관련해 역사에 남을 진기록을 수립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공 3개를 모두 홈런으로 연결한 것이다.


'8만5044경기에서 딱 한 번' 골디-벨린저-저지, 하필 친한 투수한테…
코디 벨린저가 1회 솔로포를 터뜨리고 들어와 애런 저지와 팔뚝을 맞대며 기뻐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8만5044경기에서 딱 한 번' 골디-벨린저-저지, 하필 친한 투수한테…
애런 저지가 3회 좌측으로 그랜드슬램을 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양키스는 30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9개를 포함해 장단 16안타와 4사구 10개를 묶어 20대9로 크게 이겼다. 홈런 9개는 양키스 구단 역사상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한 경기 한 팀 최다 홈런은 1987년 9월 15일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친 10개이며, 1999년 9월 5일에는 신시내티 레즈가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9홈런을 몰아쳐 NL 한 경기 최다기록을 세웠다.

주포 애런 저지는 1회 솔로, 3회 만루, 4회 투런포를 잇달아 터뜨렸다. 3홈런 경기는 자신의 생애 3번째 업적.

양키스는 1회말에만 솔로홈런 4개로 4점을 선취해 주도권을 잡았다. 그런데 1~3번 타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밀워키 좌완 선발 네스터 코르테스의 초구를 통타해 담장을 넘겨버렸다. 그러니까 1회 첫 3타자 초구 홈런은 1988년 이후 이날까지 열린 8만5044경기에서 처음 나온 기록이다.

리드오프 폴 골드슈미트가 90.1마일 바깥쪽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고, 코디 벨린저는 90.6마일 가운데 높은 직구를 끌어당겨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아치를 그렸다. 지난 겨울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골드슈미트와 벨린저는 이적 첫 타석에서 첫 공을 홈런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어 저지가 코르테스의 초구 몸쪽으로 날아드는 88.2마일 커터를 잡아당겨 왼쪽 펜스 뒤 관중석 중단에 떨어지는 대형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은 발사각 30도, 타구속도 115마일, 비거리 468피트짜리 시즌 마수걸이 대포.

1987년 이전 1회 첫 세 타자가 연속으로 초구를 때려 홈런을 친 사례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8만5044경기에서 딱 한 번' 골디-벨린저-저지, 하필 친한 투수한테…
밀워키 브루어스 선발 네스터 코르테스가 1회말 투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흥미로운 건 코르테스가 지난해까지 양키스에서 활약했다는 점이다. 그는 2018년 볼티모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9년과 2021~2024년, 5시즌 동안 양키스의 주축 선발로 던졌다. 작년에는 31경기에서 9승10패, 평균자책점 3.77을 올린 뒤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밀워키로 이적했다. 당시 양키스는 특급 마무리 데빈 윌리엄스를 데려오기 위해 코르테스와 마이너리그 내야수 케일럽 더빈을 내줬다.

저지는 8-3으로 앞선 3회말 무사 만루서 좌중간으로 그랜드슬램을 쏘아올리며 생애 9번째 만루포를 기록했다. 볼카운트 2B1S에서 상대 좌완 코너 토마스의 4구째 88.8마일 몸쪽 높은 커터를 통타해 좌측 펜스 너머 비거리 396피트 지점에 꽂았다.

이어 4회 2사 2루 4번째 타석에서도 중월 투런포를 날리며 16-4로 점수차를 벌렸다.

저지는 경기 후 "확실한 게임 플렌을 갖고 경기에 들어갔다. 우리는 네스터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스트라이크를 적극적으로 던지는 공격적인 투수다. 그래서 존으로 비슷하게 들어오는 공은 무조건 때리자고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골드슈미트는 "처음부터 경기가 이렇게 잘 풀릴 수는 없다. 이전과 똑같은 마음가짐과 폼을 유지하려고 했다. 행운이겠지만, 홈런을 치기 좋은 공이 들어왔다"고 했고, 벨린저는 "멋진 순간이었다. 경기 후 얘기를 나눴는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정말 특별한 사건의 일부였다. 이제 파티가 시작됐으니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나타냈다.

경기 시작과 함께 투구수와 상관없이 3타자 연속 홈런 기록은 양키스 역사상 처음이며 전체로는 통산 10번째다. 또한 3명의 타자가 상대가 던진 공 3개를 연속으로 홈런으로 연결한 것은 2020년 9월 18일 토론토전에서 양키스 브렛 가드너, DJ 르메이휴, 루크 보이트가 합작한 이후 처음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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