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소유 주택 10만호 육박…전체의 0.49%
외국인 보유 토지, 전체 국토의 0.26% 수준
내국인 역차별 문제…외국인 부동산 투기 의혹 부각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외국인들이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국내 장기 체류 외국인이 200만명에 달하는 시대에 외국인들이 국내 주택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문제 될 건 없다. 하지만 실거주용 주택 보유와 달리 일부 외국인이 국내 법규의 허점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경우가 있어 우려를 사기도 한다.
온라인커뮤니티에도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내국인은 대출도 막고 각종 규제를 하면서 외국인만 무방비로 집을 사게 해준다", "외국인들이 금싸라기 땅을 주워 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외국인들이 국내 주택이나 토지를 대거 사들이고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기 체류 외국인 수에 비하면 외국인의 보유 주택이 많다고 보기 어려우며, 외국인의 보유 토지 또한 우리나라 전체의 0.26% 수준이라 점에서 외국인들이 대거 사들인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외국인이 보유한 주택과 토지가 꾸준히 늘고 있어 정부가 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외국인 소유 주택 10만호 육박…전체의 0.49%
국토교통부의 외국인 토지·주택 보유 통계를 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 수는 9만5천58호로 우리나라 전체 주택 1천955만호의 0.49% 수준이다. 이는 외국인이 주택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외국인 소유 주택으로 간주한 수치다.
우리나라 인구 5천177만명 가운데 장기 체류 외국인은 197만명으로 전체의 3.8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주택 소유 비율이 높다고 볼 순 없다.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소유한 외국인 수는 2022년 12월 8만1천626명에서 2023년 6월 8만5천358명, 2023년 12월 8만9천784명, 지난해 6월 9만3천414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장기 체류 외국인 수도 그만큼 늘고 있어 외국인 주택 소유 비율은 2022년 12월 4.80%, 2023년 6월 4.75%, 2023년 12월 4.75%, 지난해 6월 4.72%로 4%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외국인 소유한 주택 대부분은 서울 등 수도권에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인프라와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에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데다 수도권이 부동산 투자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별 외국인 주택 소유 현황 통계를 살펴보면 광역별로는 경기가 3만6천755호로 전체의 38.7%, 서울이 2만3천85호로 24.3%, 인천이 9천407호로 9.9%를 차지하면서 수도권만 6만9천247호로 전체의 72.8%를 차지했다. 이어 충남(5천741호)`, 부산(3천7호), 충북(2천614호), 경남(2천609호), 경북(1천799호) 순이었다.
기초별로는 제조업 공단이 몰려있는 경기도 부천과 안산이 각각 4천844호와 4천581호로 전체의 5.1%와 4.8%를 차지했으며 수원(3천251호), 시흥(2천924호), 평택(2천804호), 인천 부평(2천580호)이 뒤를 이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5만2천798호로 전체의 55.5%를 차지하며 절반이 넘었다. 이어 미국(2만1천360호), 캐나다(6천225호), 대만(3천307호), 호주(1천894호) 순이었다.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많이 구매하는 이유는 가까운 지리적 위치에 있어 교통 및 이동이 편리하고 한류 열풍 및 문화적 친밀성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안정적인 생활 환경과 의료 서비스 또한 주택 구입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국적의 장기 체류 외국인은 84만143명이며 이 가운데 주택 소유자는 5만5천898명, 소유 주택 수는 5만2천798호였다. 중국인이 소유한 주택의 지역별 분포는 경기 부천, 안산, 시흥, 수원, 인천 부평 등 주로 노동 인력이 필요한 산업공단이 몰린 지역이었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서 어떤 형태의 주택을 샀을까.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 9만5천58호 중 전체의 60.5%가 아파트(5만7천467호)였으며 연립·다세대는 2만9천228호였다. 단독 주택은 8천363호에 그쳤다.
우리나라에서 5채 이상 주택을 소유한 외국인은 전체의 0.5%인 452명이었다. 4채 소유자는 204명, 3채는 586명 등 3채 이상 소유자는 총 1천242명이었다. 2채는 4천881명이었다.
외국인이 단독으로 소유하는 주택은 전체의 73.8%인 7만108호였으며, 공동소유자 중 외국인이 1인이 주택은 전체의 16.4%인 1만5천617호였다.
2022년 10월에는 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매입 통계가 최초로 공개됐다.
2015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외국인의 전국 아파트 매입 건수는 약 3만 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60% 이상을 중국인이 사들였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제출받은 연도별 외국인 아파트 매수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 8월까지 7년 8개월간 외국인이 사들인 전국 아파트는 총 2만9천792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국인의 매입 건수가 1만8천465건으로 전체의 62.0%를 차지했고 미국인이 매입한 경우가 5천855건으로 19.6%였다.
2015년 2천979건이던 외국인의 전국 아파트 매입 건수는 2016년 3천4건, 2017년 3천188건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2018년부터 3천697건, 2019년 3천930건으로 소폭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후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2법 시행까지 겹치며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2020년에는 외국인 매입 건수가 5천640건으로 전년 대비 43.5% 급증했다.
2019년 말부터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가 강화되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주택담보 대출이 금지되는 등 고강도 금융 규제로 내국인의 주택 매입은 어려워졌지만,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인의 아파트 매입은 대폭 증가했다.
2020년 6월 기준 외국인 임대사업자 중 가장 많은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이는 서울에만 85가구를 보유하고 있었다. 외국인·재외국민 임대사업자(이하 외국인 임대사업자)는 2천448명이며 이들이 보유한 임대주택은 6천650가구였다. 2018년 12월과 비교 시 외국인 임대사업자 수는 24%, 이들이 보유한 주택 수는 15% 증가했다.
2020년 대만 국적자는 서울에 아파트 10가구와 다세대주택 75가구 등 85가구를 보유해 외국인 임대사업자 중 가장 많은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에 다가구주택 60가구를 보유한 미국인, 부산에 다세대주택 16가구와 도시형 생활주택 28가구, 오피스텔 5가구 등 총 49가구를 보유한 미국 교포도 있었다.
외국인 임대사업자는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외국인 임대사업자 1천194명(49%)은 서울시, 758명(31%)은 경기에서 등록했다.
◇ 외국인 보유 토지, 전체 국토의 0.26% 수준
그렇다면 외국인이 우리나라 토지는 얼마나 보유하고 있을까.
지난해 상반기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 면적은 2억6천565만4천㎡로 전년 대비 0.4% 늘었으며, 전체 국토 면적(1천4억㎡)의 0.26% 수준이었다.
외국인 토지 보유는 2011년 1억9천55만1천㎡였는데 2014년 2억27만6천㎡로 2억㎡를 넘어섰다. 이후 2015년 2억2천826만8천㎡, 2020년 2억5천334만7천㎡, 2022년 2억6천401만㎡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외국인 보유 토지 공시지가는 33조1천981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0.5% 늘었다.
국적별로는 미국이 외국인 전체 보유 면적의 53.3%인 1억4천155만1천㎡였으며 중국(2천99만3천㎡), 유럽(1천884만㎡), 일본(1천635만1천㎡)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전국 외국인 보유 면적 중 경기가 4천899만9천㎡로 전체의 18.4%를 차지했고 전남(3천913만9천㎡), 경북(3천633만1천㎡), 강원(2천457만7천㎡), 충남(2천279만1천㎡) 순이었다.
외국인이 보유한 토지의 용도는 임야·농지 등 기타 용지 보유가 1억7천943만7천㎡로 전체의 67.5%를 차지했고 공장용지(5천891만4천㎡), 레저용지(1천184만8천㎡), 주거 용지(1천109만㎡) 등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 토지를 보유한 외국인은 외국 국적 교포가 1억4천745만㎡를 가져 전체의 55.5%를 차지했고 합작법인 등 외국 법인(9천3만5천㎡), 순수 외국인(2천761만8천㎡), 정부·단체(55만1천㎡)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외국인의 토지 보유액은 33조1천981억원으로 전년보다 0.5% 늘었다. 이 가운데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토지 보유액이 20조3천65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 내국인 역차별 문제…외국인 부동산 투기 의혹 부각
문제는 내국인의 경우 각종 부동산 규제의 적용을 받지만, 외국인은 이런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그동안 역차별 논란과 함께 외국인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부각됐다.
내국인의 주택 취득은 국내 금융 규제로 많은 제약이 있다. 반면 외국인들은 자국 금융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용이하다.
외국인이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무등록 외국환거래)로 국내 아파트 자금을 불법 조달하는 사례 등이 적발되기도 했다.
또 외국인의 자국 내 다주택 여부 확인이 어려워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중과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2022년 국토교통부의 외국인 부동산 거래에 대한 첫 기획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집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2017년부터 국내에서 꾸준히 주택을 사들였다.
서울에서 15억원 이상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한 중국인이 강남구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를 89억원에 사들이며 전액을 중국 현지 은행에서 대출받은 사례도 있었다.
외국인은 세대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워 다주택자 중과세를 피해 '부동산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정부는 2021년부터 2022년 5월까지 이뤄진 외국인 주택거래 2만38건 중 투기가 의심되는 1천145건을 선별해 조사했다.
조사에서 적발된 위법 의심 행위 중 해외에서 자금을 불법 반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121건으로 가장 많았다. 1만 달러가 넘는 현금을 들여오면서 신고하지 않거나 환치기한 경우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방문 동거 비자(F1)로 들어와서 임대사업을 한 사례는 57건 적발됐다.
2022년 정부가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착수한 외국인 투기성 부동산 거래 기획 조사 대상에는 8살짜리 중국 어린이의 경기도 아파트 구매 사례와 미국 청소년의 서울 용산 27억원짜리 주택 매입 사례가 포함됐다. 40대 미국인은 수도권과 충청권에 주택 45채를 소유하고 있었고, 학생비자를 받고 온 중국인 여학생은 인천에 빌라 2채를 매입해 매달 월세를 90만원씩 받는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2020년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크게 뛰면서 투기성 거래를 일삼는 일부 외국인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외국인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자금조달계획서 등의 규제를 받지 않아 투기가 쉽다는 것이 알려지자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
2020년 8월 국세청이 다수의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 탈세 혐의자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아파트 42채를 갭투자로 사들인(거래금액 67억원) 40대 미국인의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국세청 조사에서 외국인 소유주가 한 번도 거주한 적 없는 아파트가 32.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투기성 수요로 의심받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로 인한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 규제와 조사 활동을 강화했다.
외국인의 주택 및 토지 보유에 대한 통계와 거래 신고 정보를 연계해 불법 행위가 의심되는 거래는 조사하고 있다. 외국인의 자금 조달 계획서 작성과 거래 신고 의무화 등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수도권 군사시설 보호구역 일부가 해제되면서 외국인의 거래가 가능해진 지역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민감 지역에서는 신고 및 허가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2023년 2월 내놓은 국토교통부의 투기 방지를 위한 시행령에 따르면 한국 내 주소 또는 거주지를 두지 않은 외국인이 토지나 주택을 구입하려면 무조건 한국인 위탁관리인을 지정하도록 했다. 국내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외국인 등록 사실 증명서 제출이 필요하다.
이처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다른 나라의 경우 외국인의 주택 구매를 제한하는 정책을 쓰기도 한다.
2022년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주택을 구매하는 외국인에게 20%의 투기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주택 가격 억제를 위한 세제 대책을 강화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부과해온 비거주 투기세율을 현행 15%에서 5%포인트 올리는 것으로, 2020년 기준 온타리오주 주택 시장 전역에서 외국인 구매자 비율은 2.2%였다. 온타리오주의 주택 투기세는 2017년 외국 자본의 주택 투기 억제를 위해 처음 도입됐다.
미국은 주별로 외국인 토지 및 주택 거래 규제가 다르다. 일부 주는 외국인의 농지 소유를 제한하며 보안상의 이유로 특정 토지 취득을 막고 있다. 영국은 2021년 도입된 추가 인지세를 통해 외국인 구매자에게 2%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 부동산 투자 유입을 억제하고 있다.
일본은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특별한 제한이 없지만 군사적, 전략적 중요성이 있는 지역의 토지 취득에 대해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 중국은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는 강하게 제한하고 있다. 중국에서 외국인은 상업 목적 부동산 구매에 제한이 없으나, 주거용 부동산은 현지에 1년 이상 체류한 경우에만 구매가 가능하다. 매수 후 임대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제약이 있다.
president21@yna.co.kr
<<연합뉴스 팩트체크부는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factcheck@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연합뉴스>
2025-01-03 08: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