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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서현과 옥택연이 주연으로 참여한 KBS2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가 방영 전부터 위기를 맞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병산서원 만대루에 촬영 소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문화재를 훼손한 사실이 발각돼 큰 공분을 일으켰다.
민 건축가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3시경 병산서원에 들렀다가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 서원 내부 여기저기에 드라마 소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놓여있었고 몇몇 스태프들이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며 "둘러보니 이미 만대루 기둥에는 꽤 많은 등이 매달려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이가 지긋하신 중년의 신사분이 스태프들에게 항의하고 있었고, 가만 보고 있을 수 없어 나도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며 거들었다. 그런데 작업을 진행하던 스태프들이 귀찮다는 듯 '이미 안동시 허가를 받았다' '궁금하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느냐?' '허가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하는 거냐?' 등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성을 내기 시작했다"고 충격적인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한국 전도사로 유명세를 얻은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대학 교수도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을 비난했다. 서경덕 교수는 3일 "KBS 드라마 제작팀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병산서원에서 소품 설치를 위해 건축물 기둥에 못을 박아 큰 논란이 되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문화재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선릉의 봉분을 훼손한 사건, 2년 전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 테러를 벌인 사건 등 어이없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젠 단순 처벌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문화재의 중요성에 관한 '시민의식'을 개선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등학교 때부터 문화재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며 "K콘텐츠의 전 세계 확산으로 인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고자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가 먼저 우리의 문화재를 아끼고 잘 보존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민 건축가의 폭로로 비상이 걸린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과 KBS는 쏟아지는 비난에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KBS는 부랴부랴 지난 2일 "우선 해당 사건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제작진은 지난 연말 안동병산서원에서 사전 촬영 허가를 받고, 소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현장 관람객으로부터 문화재에 어떻게 못질을 하고 소품을 달수 있느냐는 내용의 항의를 받았다.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KBS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현재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 중에 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해당 드라마 관계자는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 중에 있다. 또한 앞으로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드라마 촬영과 관련한 이 모든 사태에 대해 KBS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전했지만 대중의 분노는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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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경찰청도 국민신문고 민원 신청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고발 접수됐다.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을 고발한 민원인은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92조(손상 또는 은닉 등의 죄) 제1항을 근거로 "드라마 촬영팀이 문화재를 훼손한 행위를 저지른 것은 명백히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 복구 절차가 협의됐다고 하더라도 문화재 훼손 자체가 법적으로 위반된 행위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촬영은 허락했으나 문화재까지 훼손할 줄 몰랐던 안동시 역시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과 KBS에 법적 자문을 받은 뒤 고발할 계획을 밝혔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