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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뭐가 더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직 끄집어낼 게 많은 것 같아요.(웃음)"
하얀 피부에 환한 미소가 인상적이다. 밝고 명랑함, 당차고 씩씩함부터 청순가련형까지 소화할 수 있는 마스크다. 큰 장점이다. 거기다 뮤지컬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맑고 낭랑한 목소리까지 지녔으니 더할 나위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불과 4,5년 전엔 상상도 못했어요. 사실 스무살 전에 뮤지컬을 본 적도 없거든요. 여전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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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무대에 섰는 데 긴장되고 떨리기 보다는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하나 둘 작품을 하면서 아, 배우가 내 길인가 생각해게 됐죠.(웃음)"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은 나의 운명'이었다고 비장하게 말하는 다른 많은 배우들과 달리 박지연은 쿨하고 솔직하다. "속으론 끙끙 앓긴 하지만 좀 배짱이 있는 편이에요. 일단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죠."
뮤지컬 '고스트'의 몰리는 그녀가 전에 해왔던 소피나 에포닌과는 상당히 다른 캐릭터다.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슬픔의 여인이지만 연인의 빈 자리를 견뎌내는 강인함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아무리 실력파 샛별이라도 부담이 될 터.
"억지로 몰리가 되려고 하지 않고 내가 그냥 몰리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몰리가 처한 상황에 집중하며 '나는 몰리다'라고 조금씩 몰입해 가는거죠."
'고스트'에서 전설이 된, 물래로 도자기를 빚는 장면을 위해 전문가를 찾아가 배우기도 했다. 비오는 날, 혼자 물래를 돌려보기도 했다. 그 느낌을 체감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해보니 굉장히 재미있다고 한다. 취미 삼아 앞으로도 계속 하겠다며 활짝 미소를 짓는다.
"슬픔에 빠져있지만 강인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역할이에요. 하지만 힘든 만큼 더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역할이기도 하지요."
어느새 쑥 자란 배우 박지연. 그녀가 '고스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 아마도 남들도 모르고 자신도 모르는, 그녀의 몸 안에 숨어있는 새로운 에너지를 끄집어내지 않을까. 여전히 성장 중인 배우이니 말이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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