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대의 동업자 정신…"부친상 슬픔딛고 등판한 유영찬 존경해"
(수원=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전쟁과도 같은 포스트시즌(PS)을 치르는 중에도 상대를 예우하는 동업자 정신이 빛난다.
타석과 마운드 위에서는 승리를 위해 싸우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서로를 예우한다.
배정대(29·kt wiz)는 LG 트윈스와 프로야구 2024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이 열리는 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는 유영찬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어린 선수지만 존경한다"라고 말했다.
8일 열린 준PO 3차전에서 배정대는 3-6으로 뒤진 9회말 1사 2루에서 LG 마무리 유영찬의 시속 147㎞ 직구를 공략해 중앙 펜스를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
유영찬은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에르난데스가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 LG는 6-5로 승리했다.
하지만, 이강철 kt 감독은 "9회에 배정대가 유영찬을 상대로 홈런을 쳐서 에르난데스를 등판하게 했다. 무기력하게 끝났으면 타격이 있었을 것"이라며 배정대의 홈런을 '패했지만 kt가 얻은 소득'이라고 설명했다.
배정대도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나도 그렇게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전에서 홈런을 치는 건 짜릿하지만, 배정대는 경기 뒤 묘한 감정을 느꼈다.
홈런을 친 상대가 유영찬이기 때문이다.
유영찬은 준PO가 열리기 직전에 부친상을 당했고, 준PO 1차전이 열린 5일에 발인을 엄수하고서 팀에 합류했다.
LG 동료들의 위로를 받으며 슬픔을 꾹 누른 유영찬은 2차전과 3차전에 연이어 등판했다.
kt 선수들도 유영찬을 위로했다. 또한, 유영찬을 보며 감동도 받았다.
배정대는 "나였다면, 그런 아픔을 딛고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유영찬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준PO 1차전을 앞두고 위로의 말을 하고 싶었다. 서로 엇갈려서 유영찬과 대화할 기회를 놓쳤는데, 이렇게라도 유영찬에게 '대단하다, 존경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배정대에게 유영찬에 관해 묻지 않았다.
배정대가 먼저 조심스럽게, 유영찬을 향해 존경심을 표했다. 배정대는 혹시라도 유영찬을 언급하는 게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까 거듭 조심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상대를 향한 존경심은 꼭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경기가 시작되면 다시 배정대는 kt의 승리를 위해 뛴다.
kt는 5전 3승제의 준PO에서 2패(1승)를 먼저 당했다.
남은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해야 PO에 진출할 수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PO에서 19타수 8안타(타율 0.421)로 활약 중인 배정대는 "프로 선수는 매일 성적표를 받는다. 매일 부담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라며 "한 번 패하면 가을 무대에서 탈락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이런 부담감도 극복하는 게 프로의 덕목이다. 최선을 다해 뛰겠다"라고 출사표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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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24-10-09 12:1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