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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 'kt 공포증'은 어떻게 리그 불균형을 초래하는가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7-28 02:21


2017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4-10으로 패하며 5연패의 늪에 빠진 kt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를 한 후 들어오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6.01/

"혹시 kt 위즈전을 염두에 둔 로테이션 조정인가요?"

최근 상위권 A 구단 감독은 경기 전 더그아웃 인터뷰에서 한 취재진이 질문을 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에이스'를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하루 더 휴식을 주는 것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한다고 밝혔는데, 그렇게 되면 해당 투수가 kt를 비롯해 하위권팀을 상대로 2차례 등판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표적 등판'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A 감독은 "몸상태 때문이지 표적 등판이 절대 아니다. 혹시나 상대팀이 이런 오해를 하게 되면 큰일이 난다"며 손사래를 쳤다.

최근 kt를 상대하는 팀들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kt는 올해도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26일까지 29승63패, 승률 3할1푼5리. 10개 구단 중 30승을 못 넘긴 팀은 kt가 유일하다. 8위 삼성 라이온즈와 9.5경기 차, 9위 한화 이글스와 7.5경기 차로 벌어졌다.

'100패 페이스'가 이제는 더이상 농담이 아니다. 개막 초반 kt보다 더 떨어져 있었던 삼성이 조금씩 치고 나간 반면, kt는 추락했다. 시즌 승률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95패가 예상되지만, 범위를 좁히면 100패를 훌쩍 넘는다. kt는 6월 이후 40경기에서 7승33패를 기록했다. 승률 1할7푼5리다. 같은 기간 1위 KIA 타이거즈는 26승, 9위 한화는 14승을 쌓았다. 독보적인 '꼴찌' 성적이다.

최약체 kt를 상대하는 팀들은 부담이 크다.

'승수자판기'로 전락한 kt전에서 1패라도 당하면 데미지가 크다. 순위 경쟁이 치열한 후반기는 더하다. 모든 팀이 kt를 상대로 3연전 스윕, 최소 위닝 시리즈를 노리고 있다. 중위권팀 B 감독은 "중위권 경쟁중인 팀이 kt전에서 스윕을 했는데, 우리가 1게임을 놓치면 그만큼 뒤쳐지게 된다. 무조건 이겨야하니까 요즘엔 kt전이 더 신경쓰인다"고 했다. 안 그래도 전력 차이가 크게 나는데 상대가 총력을 쏟아부으니 kt는 승수를 쌓기가 더 어렵다.

kt 구단 사람들은 올 시즌 최하위의 의미가 이전과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지난 2년간 최하위에 그친 kt는 시즌에 앞서 '탈꼴찌'를 소리높여 다짐했다. 미흡한 전력 투자에 대해, 시즌 후 결과를 보고 판단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창단 첫해부터 3년 연속 꼴찌를 넘어, 사상 첫 100패를 걱정해야하는 처지다.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암흑기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김진욱 감독 체제로 새롭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야구 전문가들은 "단순히 코칭프태프, 선수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팀 구조상 하위권을 벗어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애매한 투자도 문제다. 9번째 구단으로 출범한 NC는 초반부터 공격적인 투자로 FA(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고, 최상급 외국인 선수를 불러들였다. 지난 2008년 출범한 넥센 히어로즈는 육성 시스템을 확실하게 구축해 주축 선수들을 키워내고 있다. kt는 이도 저도 아니다. 공기업 특유의 기업 문화가 야구단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kt의 압도적인 부진은 리그 불균형을 초래한다. 뻔히 승패가 예상되는 경기가 되면 팬들은 흥미를 잃게 된다. 한 팀만 지나치게 수준이 떨어지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재미없는 리그'가 될 수도 있다. 결코 kt 만의 고민이 아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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