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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종호 "니가 왜 10억짜리냐는 말이 날 바꿨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7-14 11:35 | 최종수정 2013-07-14 11:40



"지가 뭔데 10억짜리냐는 말, 솔직히 부담됐지만 오히려 더 큰 계기가 된 것 같아요."

NC의 리드오프 김종호(29)는 10억짜리 사나이다. 지난해 말, 1군 진입을 앞둔 NC가 기존구단에서 20인 보호선수 외 1명씩 특별지명할 때 선택됐다. 발 하나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삼성의 두터운 야수진 속에서 1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삼성에서 대주자 전문 강명구보다 빨랐던 선수다.

대개 이렇게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선수의 경우, 이적이 큰 계기가 될 수 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에 가서 주전 자릴 꿰차고 나면, 터뜨리지 못했던 잠재력이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적 후에도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기회가 왔다고 풀어져서는 안된다. 그만큼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NC의 깜짝선택, 김종호의 이를 악물게 했다

김종호의 경우, 피나는 노력으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케이스다. 자기관리를 절대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만약 허점이 보였다면, 칼 같은 김경문 감독의 눈밖에 났을 것이다.

사실 그에겐 남모를 마음고생이 있었다. NC가 특별지명할 때, 선수 자원이 많은 삼성에선 누굴 선택할 지 관심을 모았다. 1군에 자주 얼굴을 비춘 선수도 데려올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NC의 선택은 완전한 무명, 김종호였다. 2011년 2경기, 2012년 22경기에 출전한 게 1군 기록의 전부. 당연히 김종호의 가치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인터넷상에선 이런 김종호를 두고, 인신공격성 댓글을 다는 이들도 많았다. 다른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다.


15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프로야구 NC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NC 김종호가 4회말 1사 2,3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볼이 홈으로 송구 되는 사이에 2루까지 달려 세이프 되고 있는 김종호.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6.15
김종호는 당시를 떠올리며 "솔직히 너무 부담이 됐다. 지가 뭔데 10억짜리냐는 소리도 들었다. 날 믿고 선택해준 김경문 감독님 얼굴에 먹칠하면 안 됐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런 게 발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호는 13일까지 팀이 치른 73경기 전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6리 15타점 50득점 28도루를 기록중이다. 득점 3위에 도루는 당당히 1위다. 정상급 리드오프의 모습이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전반기는 70점, 도루왕 욕심 안 낸다

하지만 김종호는 목표치를 생각하면 전반기에 몇 점을 줄 수 있냐는 말에 "70점"이라고 답했다.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는 만큼,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는 것이다. 김종호는 "경기수가 많아지고, 날이 더워지니까 타석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체력도 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코칭스태프께서 계속 말씀하신다. 최근엔 힘 떨어지면 안 된다고 운동량도 조절해주신다"고 했다.

지금 페이스면 50도루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아직까지 신생팀에서 타격 타이틀을 따낸 사례는 없다. 김종호가 도루왕을 차지한다면, 최초가 될 수 있다. 현재로는 전준호 주루코치가 목표치로 잡은 50도루를 넘어 도루왕 타이틀까지 따낼 기세다.

하지만 김종호는 절대 욕심내지 않겠단 생각이다. 그는 "도루왕도 해보고 싶지만, 내 성적만 따질 수는 없다. 그래서 팀이 필요한 때에만 뛰려 하고 있다. 괜히 욕심내서 무리하게 뛰다 보면, 나 때문에 팀의 흐름이 끊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와 NC의 주중 3연전 두번째날 경기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1사 3루 NC 김종호가 중견수 앞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전준호 1루 코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6.26/
전준호 코치의 평생 잊지 못할 한 마디 조언

현역 시절 '대도'로 명성을 떨쳤던 전준호 코치는 김종호의 '멘토'다. 함께 상대 투수를 분석하고, 꾸준히 팁을 준다. 김종호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수많은 조언을 받았지만, 평생 가슴에 안고 가야겠다 마음 먹은 한 마디도 있었다. 전 코치는 시즌 초반 김종호에게 "우리 같은 사람은 옷이 더러워져야 한다"는 말을 건넸다. '뛰어야 사는 남자'로서 더러워진 유니폼은 훈장과도 같은 것이다.

김종호는 지난 12일 창원 롯데전서 1회부터 송승준에게 총 9차례 견제구를 받았다. 야구를 하면서 그렇게 많은 견제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도루를 하지도 않았는데 유니폼은 흙범벅이 되고 있었다. 여기에 스타트를 끊기만 하면, 타석에서 파울로 커트해내는 바람에 다시 1루로 돌아와야만 했다.

김종호는 "처음으로 1회부터 옷을 갈아입었다. 평소 5회에 언더셔츠 정도는 갈아입기도 하지만, 그날은 너무 많이 땀이 나 도저히 유니폼을 입을 수 없었다"고 했다. 당시 전 코치는 1회부터 고생하는 김종호가 안쓰러워 덕아웃에 급히 수건을 요청했다. 굵은 땀방울이 비오듯 쏟아졌다.

전 코치는 송승준의 계속된 견제구에 대해 "이제 종호가 그만큼 상대에게 위협을 주는 선수가 됐다는 증거"라며 미소지었다. 스스로 이겨낼 시기가 왔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 경험이 모두 즐겁다. 김종호는 "이제 옷이 깨끗한 채 경기가 끝나면, 야구한 것 같지가 않다. 그날 경기를 제대로 못 한 것 같다. 재미도 없다. 더러워진 유니폼을 봐야 흐뭇하더라"며 웃었다.

이제 남은 목표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채우는 것이다. '전경기 출전'이 궁극적인 목표다. 김종호는 "(전경기 출전을) 한 번 해보고 싶다. 해본 적이 없으니 얼마나 대단한 건지도 모르는 게 사실이다. 올시즌은 내게 '시험'과도 같다. 전경기 출전한 뒤, 겨울에 1년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싶다"고 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15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프로야구 NC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1사 2,3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는 김종호.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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