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의 위기, 출발은 1년전 주장 파동

    기사입력 2012-01-12 13:57:23 | 최종수정 2012-01-12 20:38:30

    SK와의 준플레이오프 당시 최희섭.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1.10.09/


    최희섭은 올시즌 고질인 허리 부상으로 야기된 오해 속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 SK와의 준플레이오프 당시 주루플레이 도중 송구에 손을 맞고 괴로워하는 모습.
    광주=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10,11


    누구의 삶에나 큰 파도가 찾아온다. 어떻게 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방향이 좌우된다.

    KIA 간판타자 최희섭은 힘들다.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몸이 아픈데 자신을 둘러싼 눈들은 호의적이지 않다. 자꾸 마음의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희섭은 지난 8일 가진 선수단 첫 소집에 참가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6일 서산에서 1박2일로 진행된 워크숍에도 가지 못했다. 극심한 감기 몸살 탓이었다. 선동열 감독을 찾아 설명했다. 병원에 입원할 정도였으니 실제 아프긴 했다. 다른 선수였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었던 상황. 하지만 최희섭이었기에 그의 거취를 둘러싼 소문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급기야 트레이드 설마저 제기됐다. 상황은 왜 악화일로일까. 그렇다면 대체 언제, 어떤 계기로 최희섭은 팀으로부터 몸과 마음이 멀어지게 됐을까.

    연속된 부상, 색안경 낀 팬들

    지난 시즌 최희섭에 대한 많은 KIA 팬들의 정서는 곱지 않았다. 인터넷 공간에는 그를 비난하는 글이 가득했다. 문제의 시발점은 고질이던 허리 부상 탓이었다. 최희섭은 지난 겨울 일본 미야자키 캠프 막판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재활을 했지만 정상적인 훈련이 불가능해지자 결국 중도 귀국했다. 허리 통증은 시즌 내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복귀했지만 6월19일 광주 삼성전에서 2루타를 날린 뒤 그라운드에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나갔다. 불운은 끝이 아니었다. 힘겹게 복귀했지만 7월26일 광주 삼성전에서 자신이 친 타구에 발가락을 맞아 미세골절로 또다시 이탈해야 했다.

    중심타자로 전력에 힘을 싣지 못하는 상황. 곱지 않은 시선 속에 재활 기간 중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불거진 작은 사건이 팬들의 오해와 불신을 불렀다. 이후 최희섭과 KIA 팬들의 골은 점점 더 깊어졌다. 온라인 뿐 아니라 광주 시내에서 마주치는 일부 팬들까지 최희섭을 비난했다. 가족과의 편안한 외출마저 힘들어진 상황.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최희섭과 팬들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실제 최희섭은 책임감이 강한 성실한 선수다. 스스로 완벽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부상으로 인해 스스로 속상하고 위축된 마음에 던져진 팬들의 비난의 요지는 '책임감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본인으로선 견디기 힘든 압박이었다.

    의욕 앞선 주장 파동 후 선수들과 거리

    최희섭은 지난 겨울 일본 미야자키 캠프를 의욕적으로 시작했다. 주장을 맡아 캠프에서 솔선수범했다. 하지만 지나친 의욕이 오히려 화근이었다. '기왕 맡은 주장이면 선수단 전체가 잘 돼야 한다'는 마음가짐에서 동료들에게 의욕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후배들에게 애써 쓴 소리도 던졌다. 잘 해보자는 순수한 의도였다. 하지만 듣는 입장에선 순수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눈에 보이지 않게 관계가 어색해졌다. 그 와중에 허리 통증마저 찾아왔다.

    결국 최희섭은 지난해 3월10일 당시 조범현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의 면담 끝에 주장을 반납했다. 조 감독은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워낙 커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팀의 4번타자 역할이 오히려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최희섭을 설득했고 본인도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본인의 뜻과 달리 주장직을 내놓게 되면서 크게 상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광주 한국병원에서 입원 환자 최희섭에게 발부한 안내서를 보면 주소지가 광주가 아닌 경기도 구리시로 돼있다. 최희섭이 광주 신혼집을 이미 처분했다는 증거다.

    향후 빅초이의 거취는?

    '최희섭 사태'에 대한 KIA의 입장은 분명하다. 팀에 꼭 필요한 간판타자인 만큼 마무리 캠프에 합류시켜 올시즌 새로 출범한 '선동열 호'의 중심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트레이드설이 대두되고 있지만 최희섭의 무게감과 시장 상황상 추진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최희섭에 걸맞는 빅 카드가 마땅치 않다. 구단은 누차 '최희섭을 헐값에 팔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겨우내 깜짝 빅딜이 이뤄질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실제 타 구단의 반응도 냉담하다.

    잠재적인 '고객'으로 꼽히는 SK의 경우 "최희섭의 실력과 현 상황에 상관없이 우리 팀에는 1루수 자원이 많다"며 반대급부를 내놓고 영입하겠다는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른 구단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KIA측도 최근 최희섭과의 면담을 통해 구단의 뜻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겨우내 준비를 잘해 올시즌 KIA의 간판타자로 활약을 펼친다면 팬들과의 오해는 풀릴 수 있는 문제'라며 팀의 핵심으로 활약을 펼칠 것을 당부했다.

    KIA는 오는 15일 미국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최희섭의 합류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단 감기 몸살 등의 여파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만큼 국내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캠프에 합류하는 수순이 현재로서는 KIA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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