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SK 이승호, 긴 공백 딛고 한국시리즈서 다시 비상
기사입력 2008-10-3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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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4승으로 SK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그가 돌아왔다. 좌완 정통파로 150km 강속구를 뿌려대면서도 자그마치 220⅔이닝을 던지는 철완을 자랑했던 이승호가 2006년 어깨 수술 후 3년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승호는 30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3-1로 앞선 7회말 여섯번째 투수로 등판해 1⅔이닝동안 1안타, 탈삼진 2개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마운드를 채병용에게 넘겼다.
정말 신들린 투구였다. 무사 1, 3루서 마운드에 오른 이승호는 6번 오재원을 7구 승부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채상병도 삼진으로 잡았다. 포수 박경완과의 찰떡 호흡속에 우타자 몸쪽을 찌르는 슬라이더가 빛을 발했다. 대타로 나선 최준석에게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이승호는 침착하게 다시 대타로 나온 이대수를 3루수 땅볼로 잡아내 팀의 리드를 지켜냈다. 이어진 8회말에서도 1번 이종욱을 좌익수 플라이, 3번 김현수를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 좌타자 킬러로서의 위용을 한껏 발휘했다. 결국 이승호 덕분에 마지막 위기를 넘긴 SK는 9회초 한점을 더 뽑아 4대1로 한국시리즈 3승째를 거둘 수 있었다. 이승호는 "설사 맞더라도 1점만 주자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고 말한 후 "오늘 슬라이더가 불펜에서부터 좋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며 승부구를 밝혔다. 이승호는 "1점 승부가 펼쳐지는 불펜이 선발보다 훨씬 긴장을 많이 해야 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까지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남은 경기에서도 호투할 것을 다짐했다.
사실 이승호는 올시즌 시작 전부터 김성근 감독의 기대를 받았다. 좌완 강속구 투수이기 때문에 김광현과 함께 2008시즌 좌완 선발감으로 점찍힌 상태였다. 하지만 시즌초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가 원인이 돼 결국 불펜에서 다시 컨디션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베이징올림픽 이후 드디어 SK 불펜의 강력한 좌완릴리프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SK는 강력한 왼손불펜이던 정우람이 피로를 호소하던 상태라 이승호의 존재는 더더욱 부각될 수 있었다. 올시즌 4승1패 2세이브에 홀드 5개, 방어율 3.57의 성적. 스스로 만족할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김 감독은 "이승호가 지금 페이스만 지켜준다면 내년 SK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노경열 기자 scblog.chosun.com/claude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