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그라운드] 두산 오종학-SK 홍창화 응원단
기사입력 2008-10-30 21:53
| 그라운드에 감독이 있다면, 관중석에는 응원단장이 있다. 일사불란한 응원을 유도하는 응원단장은 흡사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연상시킨다. 30일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만원 팬들을 홀로 이끌고 있는 두산 오종학 응원단장과 SK 홍창화 응원단장을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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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팀 응원단은 오후 1시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팀을 상징하는 대형 플래카드를 비롯해 음향시설과 북 등 응원도구를 설치한다. 2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만큼 관중이 입장하는 3시 전에는 모든 준비를 마무리해야 한다.
평소에는 치어리더와 고수, 카메라맨 등 10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포스트시즌엔 30명에 이를 정도다.
응원준비가 끝난 뒤에는 구단과 이날 행사 내역을 꼼꼼히 확인했다. 어떤 이벤트가 있는지, 시구는 누구인지 등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 오후 5시부터는 팬들에게 '응원교육'을 했다. 처음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응원에 동참시키기 위해서다.
▶응원 퍼레이드
양팀 응원구호와 곡은 종류만 해도 각각 20여가지에 이른다. 한 경기에서 모두 보여주기 힘들 정도다. 공수교대 시간 중에 최대한 많은 응원을 펼친다. 응원단장이 혼자서 단상에 오르는 때는 공격시. 상대팀이 공격을 할 때는 단상에 올라가지 않는게 일종의 불문율이다. 경기 중에는 마이크를 통한 응원이 제한돼 있는만큼 이 때 응원단장의 무기는 오로지 호루라기다.
SK에 선취점을 내준 1회초 2사 2루 위기서 선발 랜들이 최 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자 두산 응원단에서 "아주 그냥 죽여줘요~"라는 응원가가 흘러나왔다.
두산팬들이 좋아하는 '허슬두' 응원은 SK가 선발 송은범을 강판시키고 가득염을 등판시켰을 때 나왔다. '우우우우'라는 저음의 함성소리와 함께 오른손에 쥔 풍선막대를 천천히 돌렸다.
SK 홍창화 응원단장은 7회초 선두타자 나주환이 좌전안타로 출루하자 일명 '강시 응원'을 펼쳤다. 양팔을 서로 엇갈려 가슴팍에 얹은 뒤 단상 위에서 깡총깡총 뛰면서 '뛰어'를 선창했다. 1사 후 나주환이 결국 도루에 성공하자 SK 응원석에서 곧바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응원은 쿨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앞두고 1승에 목숨을 거는 양팀이지만 응원에서만큼은 분명 깨끗한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오 단장은 "많은 응원구호가 있지만, 상대방에게 야유를 보내는 응원은 단 하나도 없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SK 역시 마찬가지다. 홍 단장은 "예전에는 상대 투수가 견제를 할 때 야유성 응원구호가 있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님이 따로 부르시더니 견제도 경기의 일부인 이상 자제해 달라고 부탁해 더이상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수는 괴롭다
5회말 두산 공격이 끝나고 클리닝타임이 됐다. 양팀 응원단장은 잠시 무대 뒤로 사라졌다. 이날은 가수 김장훈이 두산 관중석에서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사실 응원단장들에게 육체적인 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괴로운 건 바로 목소리 변화. 경기 내내 목청껏 외치는게 일이다보니 응원단장을 오래하다 보면 목소리가 점점 굵어지고 갈라진다고 한다. 오 단장은 "일종의 직업병"이라며 웃었다.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팬들이 목캔디를 많이 선물한다. 때로는 직접 약을 주기도 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떻게 보면 응원단장에게는 갈라진 목소리가 명예로운 훈장일지도 모른다.
< 잠실=조현삼 기자 scblog.chosun.com/comradesh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