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 vs 현대건설 양효진, 여자배구 챔프전 첫 격돌
현대건설-흥국생명, 28일부터 5전 3승제로 우승 놓고 격돌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12년 런던 올림픽,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의 4강 진출을 함께 일군 김연경(36·흥국생명)과 양효진(34·현대건설)이 처음으로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격돌한다.
김연경은 7번째, 양효진은 5번째 챔피언결정전을 치르지만 그동안 둘은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맞붙지 않았다.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이 처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2006-2007시즌에는 양효진이 프로로 입문하기 전이었고, 2010-2011시즌에는 김연경이 국외 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함께 V리그에서 뛰던 기간에는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행보가 묘하게 엇갈렸다.
2022-2023시즌에는 흥국생명이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지만, 2위 현대건설이 플레이오프(PO)에서 3위 한국도로공사에 패해 두 팀의 챔프전 맞대결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제 드디어 챔피언을 가리는 무대에서 김연경이 때리고, 양효진이 앞을 가로막는 장면을 볼 수 있다.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에서 현대건설(승점 80·26승 10패)은 흥국생명(승점 79·28승 8패)을 승점 1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흥국생명은 26일 열린 PO 3차전에서 정관장을 꺾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두 팀은 28일 수원체육관에서 벌이는 1차전을 시작으로 5전 3승제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배구 팬들의 관심은 김연경과 양효진에게 쏠린다.
김연경은 26일 PO 3차전이 끝난 뒤 "경기 전 효진이와 통화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언니를 응원한다'고 하더라. 아마도 현대건설이 정관장을 응원한 모양"이라며 "효진이에게 '오늘 이기고 수원으로 간다'고 했는데, 바람대로 됐다. 현대건설과 명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연경은 V리그 우승 반지 3개(2005-2006, 2006-2007, 2008-2009)를 보유했다. V리그 우승을 차지할 때 3차례 모두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도 올랐다.
국외 리그 생활을 마치고 V리그로 돌아온 뒤에도 2020-2021, 2022-2023시즌에 챔피언결정전 무대까지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김연경은 "이렇게 또 기회가 왔으니, 이번에는 꼭 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2010-2011, 2015-2016시즌에 우승을 차지하고, 2015-2016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MVP에 오른 양효진도 우승을 열망한다.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전까지 5번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두 번 우승했다.
사실 현대건설은 두 번 더 챔피언결정전에 나서야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회를 날렸다.
2019-2020시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남녀부 정규리그가 조기 종료되면서 당시 여자부 1위였던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1위 타이틀만 달았다.
2021-2022시즌은 더 아쉬웠다.
당시 현대건설은 6라운드 첫 경기까지 승점 82(28승 3패)를 쌓으며 독주했지만, 여자부 7개 구단이 '리그 조기 종료'를 결정하면서 '트레블'(정규리그 1위, 컵대회·챔피언결정전 우승) 달성 기회를 잃었다.
양효진은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서 우승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고 했다.
정규리그 1위는 현대건설이 차지했지만, 이번 시즌 맞대결에서는 흥국생명이 4승 2패로 앞섰다. 특히 흥국생명은 5, 6라운드에서는 현대건설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눌렀다.
김연경은 "5, 6라운드 경기를 치르며 우리가 '현대건설과 승부하는 법'을 깨달은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해 체력적으로 유리하다. 상대를 분석할 시간도 충분하다.
양효진은 이번 정규리그에서 김연경의 공격을 4차례 가로막아 블로킹 득점으로 연결했다.
김연경은 현대건설전에서 42.69%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121점을 올렸다.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창' 김연경과 '가장 견고한 방패' 양효진의 첫 챔피언결정전 맞대결은 2023-2024 V리그 최고 명장면으로 남을 수 있다.
jiks79@yna.co.kr
<연합뉴스>
2024-03-27 11:3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