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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김밥 사랑해" 페퍼저축은행 복덩이 외인, 그는 왜 채식을 할까 "배구 그만두면..." [수원 현장]

김용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5-01-13 09:47 | 최종수정 2025-01-13 10:01


"비빔밥, 김밥 사랑해" 페퍼저축은행 복덩이 외인, 그는 왜 채식을 할까…
12일 수원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가 열렸다. 페퍼저축은행이 현대건설에 세트스코어 3대 1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장소연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테일러.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1.12/

[수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비빔밥 사랑해, 김밥 사랑해."

V리그 여자부 막내팀으로 지난 3년간 꼴찌 설움을 겪었던 페퍼저축은행. 올시즌 장소연 감독 선임과, 과감한 전력 보강을 앞세워 '깜짝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12일 1위 등극을 노리던 강호 현대건설을 세트스코어 3대1로 물리치며 팀 창단 후 최다인 3연승을 내달렸다. 강팀 현대건설과의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승리를 만들더니, 4라운드 첫 경기 IBK기업은행과의 경기도 5세트 피말리는 승부를 이겨냈다. 여기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았고, 다시 만난 현대건설을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여러 상승 요인이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외국인 선수 테일러. 페퍼저축은행은 어깨 부상 후유증이 있었던 자비치를 개막 2경기 만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그렇게 데려온 선수가 테일러. 하지만 테일러가 데뷔하고 리그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페퍼저축은행은 1라운드 1승에 그치는 등 악몽의 시간을 또 견뎌야 했다.


"비빔밥, 김밥 사랑해" 페퍼저축은행 복덩이 외인, 그는 왜 채식을 할까…
9일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 페퍼 테일러가 IBK 블로킹을 앞에 두고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화성=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1.09/
하지만 테일러가 이제 완벽하게 리그에 적응한 모습이다. 현대건설전 24득점을 하며 승리를 이끌었는데 '해결사'라는 단어 외에 생각나는 단어가 없을만큼 인상적인 활약이었다. 고비 때마다 공은 테일러에게 올라왔고, 어떤 공이든 척척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현대건설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렸다. 후위 공격, 오픈 공격, 이동 공격 등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상대 코트를 맹폭했다.

장 감독도 테일러의 활약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장 감독은 "아직 불안한 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잘해줬다. 지난 경기(기업은행전)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본인 스스로도 굉장한 자신감 생긴 것 같다"고 평가했다. 테일러는 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서브 에이스 3개, 블로킹 7개, 후위 공격 6개를 성공시켰다. 이 3개 부문을 3개 이상씩 기록하면 트리플 크라운이다.


"비빔밥, 김밥 사랑해" 페퍼저축은행 복덩이 외인, 그는 왜 채식을 할까…
9일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 득점 후 포효하는 페퍼 테일러. 화성=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1.09/
테일러는 "트리플크라운은 하나의 목표였다. 목표를 달성하니 자신감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V리그에 대해 "리그 적응은 마쳤다고 생각한다. 동료들, 스태프가 정말 많이 도와준다. 내가 올 때부터 환영해줬다. 그래서 적응하기 쉬웠다. 물론 V리그가 다른 리그에 비해 굉장히 특별한 점들이 있다. 수비 수준이 굉장히 높고, 미들블로커 움직임 등이 다르다. 그런 부분들에 적응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비빔밥, 김밥 사랑해" 페퍼저축은행 복덩이 외인, 그는 왜 채식을 할까…
12일 수원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가 열렸다. 페퍼저축은행 테일러가 블로킹을 앞에 두고 볼을 넘기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1.12/
한국 문화에 대해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어눌한 한국말로 "비빔밥 사랑해, 김밥 사랑해"를 외쳤다. 테일러는 채식을 지향한다. 힘든 운동을 하려면 육류 섭취로 단백질을 보충해야 하는데, 고기를 먹지 않고도 엄청난 힘을 내고 있다. 테일러는 "한국은 고기를 많이 먹는 문화라 어려움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빔밥, 김밥 등을 먹으며 이겨내고 있다. 채식을 4년 정도 했다. 그리고 단백질은 프로틴 파우더 등으로 섭취를 한다.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 밝혔다.

테일러는 왜 운동 선수임에도 채식을 할까. 그는 "치즈, 유제품 등은 먹는다. 고기, 생선 등을 먹지 않는다. 나는 배구를 그만두면 수의사 일을 하고 싶다. 동물 친구들을 치료해주려면, 동물을 먹으면 안된다는 신념에 채식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테일러는 대학교에서 수의학을 전공한 건 아니고, 은퇴 후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어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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