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공격 장려되는 라운드 승패제…동점서 누가 이길지 관중도 알아야 (파리=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스포츠는 흥미로워야 하고, 관중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물을 흔들면 골이라는 걸 아는 축구, 농구처럼 직관적으로 쉬워야 한다." 프랑스태권도협회 기술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김종완(73) 전 루앙대 교수는 2024 파리 올림픽 개막 직전 '올림픽 스포츠' 태권도가 갈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관중이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건 태권도의 지상과제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도 지난 5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대중, 관중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스포츠는 올림픽 종목으로 남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WT는 경기 방식에도 끊임없이 변화를 줬다. 2020 도쿄 올림픽까지 태권도는 3라운드 내내 점수가 쌓여 총점을 비교해 승패를 가렸다. 파리 올림픽에는 3전 2승제가 시행됐다. 한 라운드가 끝나면, 새 라운드 점수는 0-0으로 돌아간다. 1라운드를 크게 져도 2라운드에 만회할 수 있다. 그리고 3라운드에서 최종 승부를 겨룰 수 있어 승부에 변동성이 생겼다. 한 라운드 내에서도 고득점의 공격이 더 많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규정도 갖췄다. 라운드가 동점이 되면 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 머리-몸통-주먹-감점의 순으로 낸 점수가 더 많은 선수, 전자호구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순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동점이 되면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고난도 기술이 승부를 가르는 터라 뒤차기, 뒤후려차기 등 회전 공격을 장려하는 효과가 생긴다. 한국 대표팀의 오혜리 코치는 "(규정 개정 이후) 앞(차기) 동작보다는 뒤로 도는 동작을 무조건 훈련 프로그램에 넣었다. 수업에서도 필수적으로 연습시킨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 코치 등 한국체대 연구진이 2022년 대학 선수 2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박진감이 더 생겼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번 대회 8개 체급에서 이런 '동점 라운드'가 총 43회 나왔다. ▲ 남자 58㎏급 1회 ▲ 남자 68㎏급 4회 ▲ 남자 80㎏급 10회 ▲ 남자 80㎏ 초과급 6회 ▲ 여자 49㎏급 3회 ▲ 여자 57㎏급 7회 ▲ 여자 67㎏급 4회 ▲ 여자 67㎏ 초과급 8회다. 선수, 지도자들은 경기 중 자신이 얼마나 회전 공격을 시도했고, 상대 머리를 타격했는지 안다. 그런데 이번 대회 태권도 경기장이 마련된 그랑팔레에 모인 8천여명의 관중들 사정은 다른 듯햇다. 동점으로 라운드가 끝나면 정적이 흐르고, 심판이 한쪽의 승리를 선언해야 함성이 나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여자 67㎏ 초과급 금메달을 딴 프랑스의 알테아 로랭을 응원한 관중은 라운드 동점인데 왜 승패가 갈렸는지 기자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로랭은 치른 4경기 중 2개 라운드에서 동점이 나왔다. 결승전의 결승 라운드도 그랬다. 스베틀라나 오시포바(우즈베키스탄)가 경기 종료 1.7초 전 머리 공격을 성공한 상황에서 종료와 동시에 로랭이 쭉 뻗은 발이 오시포바의 머리를 차 3-3이 됐다. 심판이 로랭의 승리를 선언하며 그랑팔레를 채운 프랑스 팬들은 일단 환호했다. 둘 다 회전 공격 없이 상대 머리를 한 차례씩 타격한 것만 알려진 가운데 어떤 후속 기준에 따라 로랭이 이겼는지 현장을 찾은 관중이 바로 알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서건우(한국체대)도 남자 80㎏급 16강전 2라운드를 16-16으로 마치고 판정 문제를 겪었다. 상대보다 회전 공격을 하나 더 성공한 걸 알았던 서건우와 오혜리 코치는 이긴 줄 알았으나 패배가 선언되자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회전 공격보다 감점이 우선순위로 설정된 걸 뒤늦게 확인한 심판진이 승패를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5분가량 경기가 사실상 중단됐다. 경기 관계자들이 각 장면과 시스템을 급하게 검토해 오류를 정정했으나 관중들은 16-16이 된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오 코치는 "사실 (코트 위) 전광판에는 머리 공격 숫자 등이 다 나오는데 관중석과는 너무 멀어서 그게 보이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러니 관중분들께서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런 부분에 대해 사전에 홍보가 이뤄졌다면 좋았을 것 같다. 관중들은 중계를 못 보는데, 현장에서 규정에 대한 안내방송이 나오긴 했지만 자세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권도가 더 대중화돼서 이 규정에 다들 익숙해질 때가 올 거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모르는 관중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전광판 표시 등 여러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pual07@yna.co.kr <연합뉴스>
2024-08-12 08:04:27
2028 LA 올림픽에서는 정식 종목 제외…2032 브리즈번 대회도 불투명 (파리=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올림픽이 정말 대단하더라. 사실 스포츠에 문외한이라 올림픽 해봐야 가끔 TV 켜서 보는 정도였다. 그런데 올림픽 나간다고 하니까 갑자기 응원이 많아지더라. 이렇게 관심받은 적이 없었는데…." '전설의 비보이' 김홍열(Hong10·39·도봉구청)은 지난 11일(한국시간) 2024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남자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 뒤 취재진을 만나 '올림픽의 위력'을 느꼈다고 했다. 힙합 음악에 맞춰 '댄스 배틀'을 벌이던 비보이들은 지난 30년 동안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길거리 춤사위'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브레이킹은 정식 종목에서 빠졌다. 현실적으로 2032 브리즈번 올림픽에서도 재진입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김홍열에게는 이번 대회가 더 소중하고, 더 간절했다. 이제 선수로 뛰는 것보다 후진을 양성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게 된 김홍열은 "LA까지 정식 종목이면 계속 다음 세대가 나올 텐데, 그게 안 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관심 많이 가져줘서 어린 친구들이 생겼으면 한다. 어린 친구들만 따지면 우리가 일본, 중국과 비교해 많이 뒤처진 상태다. 그건 싫다. 우리도 열정을 쏟을 분야에 도전할 길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파리 올림픽에서 브레이킹은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종목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경기장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에펠탑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파리 콩코르드 광장을 상징하는 오벨리스크가 우뚝 선 곳에서 관중들은 브레이킹 경기가 열리는 이틀 동안 열정을 흠뻑 느꼈다. 당분간 올림픽에서 브레이킹을 볼 수 없다는 점은,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남자 금메달리스트 필립 김(Phil Wizard·26)까지 슬프게 했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필립 김은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다가 전업 비보이가 되기 위해 학업을 포기한 인물이다. 독창적인 무대 매너와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로 금메달까지 목에 건 필립 김은 8강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올림픽에서 브레이킹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건 매우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처음 브레이킹과 사랑에 빠졌던 것처럼, 올림픽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사랑에 빠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LA 올림픽에서 브레이킹을 볼 수는 없지만, 필립 김은 브레이킹의 밝은 미래를 본다. 그는 "올림픽이 모든 것의 끝은 아니다. 올림픽을 계기로 사람들이 브레이킹의 매력에 빠질 것이다. 아이들이 브레이킹의 매력을 느끼고, 더 많은 사람이 춤췄으면 한다. 그러면 이번 올림픽이 우리에게는 성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4bun@yna.co.kr <연합뉴스>
2024-08-12 08:04:26
48년 만의 최소 인원으로 활·총·검·태권도·배드민턴서 금메달 행진 금메달 5개 당초 목표 초과 달성…10대 후반∼20대 초반 젊은 피 맹활약 [※편집자 주 =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개막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2024 파리 올림픽이 한국시간 12일 오전 4시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 열전을 마무리합니다. 연합뉴스는 파리 올림픽에서 거둔 대한민국 선수단의 성과, 대회를 달군 스타, 100년 만에 파리에서 올림픽을 치른 프랑스의 자체 평가 등을 아우른 올림픽 결산 기사 8꼭지를 송고합니다.] (파리=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대한민국 선수단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기적을 연출했다. 21개 종목 선수 144명으로 이뤄진 '소수 정예' 한국 선수단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 8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리나라는 파리에서 2008 베이징 대회, 2012 런던 대회에서 기록한 단일대회 최다 금메달과 타이를 이뤘다. 또 32개의 메달을 획득해 베이징 대회 때와 동률을 이뤘으며 1988 서울 대회에서 남긴 역대 최다 메달(33개)에 1개 모자란 성과를 올렸다.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 종목의 집단 부진으로 한국 선수단의 규모는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래 48년 만에 최소로 쪼그라들었다. 금메달 목표치도 5개에 불과해 1984 로스앤젤레스 대회와 2020 도쿄 대회에서 남긴 금메달 6개보다도 적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그러나 파리 올림픽 개막과 함께 소수정예 한국 선수단은 특유의 저력을 발휘해 대회 기간 내내 거의 쉼 없이 메달을 수집하며 목표치를 일찌감치 초과 달성했다. 구기 종목에서 단기전의 첫 승리가 그 시리즈의 성패를 좌우하듯 팀코리아 한국 선수단도 첫 메달과 첫 금메달을 일찍 수확하면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개회식을 다음날로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가 시작된 7월 27일,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사했다. 예상을 깬 깜짝 메달이자 한국 사격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은빛 총성이었다. 다음날인 7월 28일에는 확실한 금메달 후보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예상대로 펜싱 사브르 남자 개인전에서 우승해 한국에 대회 첫 금메달을 선물했다. 같은 날 오예진(IBK기업은행)과 김예진(임실군청)이 공기권총 10m 여자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면서 한국은 메달 행진에 로켓 엔진을 달았다. 변함없는 우리의 확실한 금광인 양궁이 남녀 단체전, 혼성전, 남녀 개인전 5개 세부 종목을 싹쓸이하며 한국의 금메달 수집을 앞장서 이끌었다. 16세 고교생 명사수 반효진(대구체고)은 역대 한국 선수단 하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 수확과 하계 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라는 겹경사를 누렸다.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전 우승으로 오상욱은 2관왕에 올랐고, 양궁의 김우진과 임시현은 나란히 3관왕을 달성했다. 활(양궁 5개), 총(사격 3개), 검(펜싱 2개)이 대회 전반기 황금 삼두마차로 한국을 이끌었다면 반환점을 막 돌 무렵에는 배드민턴의 안세영(삼성생명)이 28년 만에 올림픽 여자 식을 제패해 힘을 실었다. 후반에는 태권도의 박태준(경희대)과 김유진(울산시체육회)이 잇단 금빛 발차기로 최다 금메달 타이를 이루는 데 앞장섰다. 다만, 남은 종목에서 금메달이 더는 나오지 않아 금메달 신기록 달성은 다음으로 기약했다. 우리나라가 하계 올림픽에서 두 자릿수 금메달을 따낸 건 런던 대회 이래 12년 만이다. 목표를 크게 웃도는 결과는 반효진, 오예진, 양지인(이상 사격)과 박태준, 김유진 등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젊은 피의 예상을 깬 대활약 덕분이다. 이들은 경험이 재산이라는 올림픽에서 패기와 무서운 집중력으로 생애 최고의 결과물을 냈다. 금메달은 없었지만, 은메달 2개와 동메달 3개로 2000년 시드니 대회 이래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내 부활의 청신호를 켠 유도, 12년 만에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수영과 복싱도 희망을 쏘아 올렸다. 세계를 호령하는 우리나라 강세 종목을 재확인하고, 사격이 메달밭으로 돌아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 21개 종목 중 절반이 넘는 11개 종목에서 메달을 수집한 점도 고무적이다. 2024 파리 올림픽은 고사 직전에 몰렸던 한국 엘리트 스포츠가 재기의 발판을 극적으로 마련한 대회로 남을 것이다. ◇ 2024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 종목별 메달 현황(최종) ┌─────┬─────┬─────┬────┐ │ 종목 │ 금메달 │ 은메달 │ 동메달 │ ├─────┼─────┼─────┼────┤ │ 양궁 │ 5 │ 1 │ 1 │ ├─────┼─────┼─────┼────┤ │ 사격 │ 3 │ 3 │ 0 │ ├─────┼─────┼─────┼────┤ │ 펜싱 │ 2 │ 1 │ 0 │ ├─────┼─────┼─────┼────┤ │ 태권도 │ 2 │ 0 │ 1 │ ├─────┼─────┼─────┼────┤ │ 배드민턴 │ 1 │ 1 │ 0 │ ├─────┼─────┼─────┼────┤ │ 유도 │ 0 │ 2 │ 3 │ ├─────┼─────┼─────┼────┤ │ 역도 │ 0 │ 1 │ 0 │ ├─────┼─────┼─────┼────┤ │ 수영 │ 0 │ 0 │ 1 │ ├─────┼─────┼─────┼────┤ │ 탁구 │ 0 │ 0 │ 2 │ ├─────┼─────┼─────┼────┤ │ 복싱 │ 0 │ 0 │ 1 │ ├─────┼─────┼─────┼────┤ │ 근대5종 │ 0 │ 0 │ 1 │ ├─────┼─────┼─────┼────┤ │11개 종목 │ 13 │ 9 │ 10 │ └─────┴─────┴─────┴────┘ cany9900@yna.co.kr <연합뉴스>
2024-08-12 08:03:30
"12년 만에 조성된 사전훈련캠프·급식지원센터, 한국 선수단 선전 원동력" 금메달 5개 목표 비판에 "내부 최대치는 8개였지만, 확신할 순 없었어" (파리=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책임지는 장재근(62) 선수촌장은 "엘리트 스포츠(전문 체육)가 살아났다"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선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크게 고마워했다. 2023년 3월 선수촌장으로 부임해 1년 5개월 동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파리 올림픽 두 차례 메이저 국제종합대회를 치른 장 촌장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 도쿄 올림픽의 부진으로 엘리트 스포츠가 벼랑 끝에 몰리자 시간이 날 때마다 '전문 체육의 존재 이유'를 자문해왔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마찬가지로 파리 올림픽을 엘리트 스포츠의 존재 이유를 묻는 대회로 규정한 장 촌장은 우리나라 선수단이 최종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 촌장은 연합뉴스와의 결산 인터뷰에서 "사람의 하려는 의지와 마음가짐, 목표 의식이라는 게 확실하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국가대항전에 나서는 엘리트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들의 마음가짐을 조금만 바로잡아주면 이들은 이런 좋은 결과를 낼 능력을 지녔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장 촌장은 먼저 "작년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10개월 동안 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전원 아침 산책 등을 하면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팀워크를 다지고자 노력했다"면서 "선수들이 생활 리듬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데도 이를 옆에서 잘 도와준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개최국 일본은 금메달 27개를 수확하고 우리는 6개에 그쳐 두 나라의 격차는 21개로 벌어졌다. 장 촌장은 아시안게임에서 일본과의 간극을 금메달 10개 이내로 줄이면 파리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고, 실제 10개 차로 줄인 채 맞이한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금메달 18개)과 대등한 실력을 뽐내며 자존심을 되찾았다. 장 촌장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깜짝 놀란 종목은 사격이었다고 했다. 사격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를 획득하며 팀코리아 부활의 불쏘시개 노릇을 했다. 장 촌장은 "사격은 금메달 1개 정도를 예상했으나 이마저도 확언할 수 없었다"면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이은철 씨가 대한사격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을 맡으면서 양궁처럼 실력으로만 선수를 뽑는 투명한 시스템이 정착했다"며 사격의 '환골탈태'를 높게 평가했다. 가장 아쉬운 종목으로는 수영을 꼽았다. 장 촌장은 "수영 대표 선수들이 워낙 열심히 훈련했기에 금메달을 놓치더라도 경쟁국과 정말 혈투를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며 "다만, 확실히 올림픽은 (세계 최고 선수들이 겨루는) 올림픽이라는 점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그는 "황선우(강원도청)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할 텐데 지인들이 많이 다독여줬으면 좋겠다. 분명히 재기할 선수"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장 촌장은 국비 약 33억원을 투자해 파리 인근 퐁텐블로시에 마련한 사전 훈련 캠프와 급식지원센터를 아우른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이 우리나라 선수들 메달 행진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단언했다. 대한체육회가 2012 런던 올림픽 이래 12년 만에 조성한 사전 훈련캠프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은 시차 및 분위기 적응 훈련을 마치고 컨디션을 끌어 올린 뒤 파리의 선수촌으로 이동했다. 장 촌장은 "매우 조용하고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는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에서 선수들이 크게 만족했다"며 "한식 도시락을 선수촌으로 매일 배송하는 등 우리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체육회 직원과 한국에서 오신 조리사·영양사가 많이 고생했다"고 전했다. 대한체육회의 금메달 수치 전망이 너무 낮았다는 지적과 관련해 장 촌장은 "개막 100일 전까지만 해도 양궁, 펜싱 등에 국한된 금메달 5개는 아주 객관적인 수치였다"며 "대회 50일 전, 30일 전 사이에 선수들의 사기가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며 긍정적인 생각도 들었지만, 목표치를 상향해 공언하기에는 확신이 부족했다"고 답했다. 내부에서 예측한 금메달 최대치는 8개로 약간 올라갔지만, 그보다 5개가 많은 13개나 나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가령 대한태권도협회가 체육회에 제출한 전망치와 승률 시뮬레이션상 김유진(울산시체육회)의 금메달 가능성은 우리 선수 4명 중 가장 낮았지만, 김유진은 보란 듯이 '도장깨기'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처럼 깜짝 금메달 덕에 전망치가 크게 빗나갔다고 장 촌장은 부연했다. 장 촌장은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먼 곳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는 팀코리아 플랫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도와 태권도가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사전 훈련캠프에서 선수와 지도자뿐 아니라 훈련 파트너도 함께 훈련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했다. 유도 김민종(양평군청)의 경우 체육회의 지원으로 훈련 파트너를 사전 캠프와 파리 선수촌에 모두 대동해 마지막까지 실전 감각을 유지한 덕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장 촌장은 "선수의 실력도 중요하고, 이들을 가르칠 지도자들의 역량과 자부심도 중요하다"며 "20년 이상 선수들을 가르친 국가대표 감독들이 연봉 6천800만원을 받는다. 이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장 촌장은 11일 대한체육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도 "대한민국 선수단이 원팀으로, 다같이 합심해 이뤄낸 성과"라며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볼 때 우리는 2028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높게 점쳤다. 7월 초에 파리에 도착한 장 촌장은 길거리를 걷다가 황금 똥을 밟는 그야말로 대박 꿈을 꿨다고 한다. 조용히 혼자 간직하다가 펜싱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후로는 똥 꿈을 응원 다니는 선수들에게 공개하며 기를 불어넣었다고 한다. 장 촌장은 "우리 선수단의 기운이랄까. 참 대단했다"며 "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웃었다. cany9900@yna.co.kr <연합뉴스>
2024-08-12 08:03:29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역도 요정' 박혜정(21)이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품격을 선보였다. 박혜정은 11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299㎏을 들어올렸다. 그는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위대했다. 그는 지난 4월 태국 국제역도연맹(IWF) 월드컵에서 작성한 자신의 한국기록 296㎏을 3㎏ 넘어섰다.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한국신기록으로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상에서도 종전 기록(130㎏)을 1㎏ 넘어선 한국신기록을 작성했다.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이날 박혜정은 인상 1차 시기에서 123㎏을 가볍게 들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2위 경쟁자 캠벨이 인상을 126㎏으로 마치자, 박혜정은 무게를 높여 도전했다. 그는 인상 2차 시기에서 당초 125㎏ 대신 127㎏을 시도해 번쩍 들어올렸다. 3차 시기 131㎏까지 성공하며 경쟁에서 앞섰다. 용상에서도 기세는 이어졌다. 박혜정은 용상 1차 시기에서 163㎏을 번쩍 들었다. 2차 시기에서 168㎏에 성공하며 합계 한국신기록(299㎏)을 작성했다. 다만, 용상 3차 시기 173㎏은 들지 못했다. 박혜정은 3차 시기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자 다소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두 손을 '탁탁' 털어내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무대 아래서 기다리던 코칭스태프는 박혜정을 향해 박수를 보냈고, 박혜정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박혜정은 경기 뒤 역도인의 품격을 선보였다. 금메달을 확정한 리원원(인상 136㎏ 용상 173㎏=합계 309㎏)을 찾아가 축하 인사를 보냈다. 리원원은 박혜정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박혜정은 시상식에서도 깜짝 세리머니로 '금메달리스트' 리원원을 축하했다. 경기 뒤 박혜정은 "솔직히 파리올림픽 한국 선수단 마지막 메달 후보라는 말에 부담과 압박감을 느꼈다. 다행히 메달을 따서 정말 행복하다. 리원원은 내가 존경하는 선수다. 그러나 격차가 줄어들긴 했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는 붙어볼 만하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박혜정은 중학교 1학년이던 지난 2016년 '역도 전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경기 영상을 보고 "역도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또래를 압도하는 기량으로 '포스트 장미란'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박혜정은 중학교 3학년 때는 '첫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 두 번째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수확'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다짐대로 박혜정은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는 "그동안 인상에 약점이 있어서 신경을 많이 썼다. 노력이 쌓이고 쌓여서 이번에 한국 기록이 나왔다. 4년 더 열심히 노력해서 LA 올림픽에서는 제대로 국위선양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혜정은 최근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꽤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이름 앞에 '역도 요정'이란 기분 좋은 수식어까지 생겼다. 그는 "'역도 요정'이라는 별명이 이제는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임감 있게 늘 최선을 다하고, 공정하고 깨끗한 경기를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밝게 웃던 박혜정은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 남현희 씨를 떠올리며 약 4개월 동안 꾹 눌렀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어머니 얘기를 자꾸 꺼내면 내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았다. 그래서 외부에는 거의 어머니 얘기를 하지 않았다. 어머니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문득문득 생각이 났다. 시상대에 올라갔을 때 어머니 얼굴이 떠올라서, 울컥했다. 경기하면서 어머니 생각을 많이 했다. 살아계셨다면 경기장에서 나를 꼭 안아주셨을 텐데…. 한국에 가서 어머니를 찾아뵙고 메달을 보여드리겠다"고 울먹였다. '역도 요정' 박혜정은 이날 멋진 성적은 물론, 감동적인 세리머니로 품격을 선보였다. 여기에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마지막 메달을 장식하며 '엔딩요정'까지 완성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2024-08-12 03:47:00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28·용인시청)의 다짐이다. 환희는 없었다. 진한 아쉬움만 남았다. 우상혁이 끝내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는 1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7을 기록하며 7위에 머물렀다. 개인 최고 2m36의 기록을 보유한 우상혁은 이날 2m31에 벽에 막혔다. 한국 육상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황영조가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이봉주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모두 도로종목인 마라톤이었다. 우상혁은 한국 육상 트랙&필드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그는 2m35를 넘어 4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점퍼로 도약했다. 2022 세계실내선수권 우승(2m34), 실외 세계선수권 2위(2m35), 2023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2m35) 등이 우상혁이 걸어온 길이다. 그래서 더 아쉽다. 도쿄 대회 때처럼 2m35를 넘었다면 동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상혁에게 밀렸던 해미시 커(뉴질랜드)가 2m36으로 우승했고, 우상혁이 맞대결에서 9승6패로 앞섰던 셸비 매큐언(미국)도 2m36을 넘으며 2위를 차지했다. 커와 매큐언은 연장전 격인 점프 오프로 1, 2위를 갈랐다. '역대 최고 점퍼'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은 2m34로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우상혁은 "오늘 같은 날은 안 좋아도 최대한 좋게 만들고, 좋아도 더 좋게 만들도록 침착하게 가야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마인드컨트롤에서 내가 아직 부족하지 않나 싶은 경기가 됐다"고 아쉬웠다. 우상혁은 7일 열린 예선전에서 2m27을 성공시키며 일찌감치 결선행을 확정지었다. 2m27를 넘은 선수가 우상혁을 포함 5명 밖에 되지 않았다. 우상혁은 이날 "올 시즌 들어 최고의 점프"라고 스스로 이야기할 정도로 절정의 컨디션이었다. 우상혁은 올림픽 2회 연속 결선행에 성공한 최초의 한국인 트랙&필드 선수가 됐다. 출사표는 "이왕 뛰는거 가장 높은 곳에 서겠다. 애국가 한번 울려보겠다"였다. 경기 시작 전 강력한 '메달 라이벌'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가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탬베리는 지난 도쿄 대회에서 바르심과 공동 금메달을 차지했고, 지난 유럽선수권대회서 올 시즌 최고 기록인 2m37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탬베리는 경기에 나섰지만, 워밍업 도중 얼굴을 찡그리는 장면을 여러차례 보였다. 2m27이 첫 고비였다. 우상혁은 1차 시기에서 처음으로 바를 건드렸다. 우상혁은 예선 때도 2m27 첫 시기에 실패를 한 바 있다. 두 번 실패는 없었다. 예선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2차 시도에서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탬베리는 예선과 마찬가지로 이 높이를 넘는데 실패하며 탈락했다. 얀 스테펠라(체코), 로메인 벡포드(자메이카)도 2m27에서 짐을 쌌다. 이제부터 진검승부였다. 우상혁이 가장 먼저 2m31에 도전했다. 아쉽게 1차 시기는 실패였다. 2차 시기 역시 넘지 못했다. 바르심과 매큐언, 로이치 아카마츠를 제외하고 다른 선수들도 이 높이에서 고전했다. 운명의 마지막 시기, 우상혁은 끝내 실패했다. 그래도 활짝 웃었다. 우상혁은 "그냥 홀가분했다. 되돌릴 수 없지 않나. 아쉬운 감정이 들다가도, 감독님하고 지난 3년간 울고 웃으면서 도전했던 것에 대해 고생했다는 마음으로 웃음이 났던 것 같다"고 했다. 씩씩하게 말을 이어가던 우상혁은 김도균 코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우상혁은 "감독님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3년 동안 나도 힘들었지만, 감독님이 더욱 힘드셨을거다. 오늘 같은 날 더 기쁘게 못해드린게 제일 아쉽다. 감독님은 계속 괜찮다고만 말씀해주셨다. 나를 안타까워하실거라는 걸 알기에 더 안아드리고 싶다"며 "나는 그냥 뛰기만 하면 되는데 감독님은 여러가지를 다 챙기셔야 했다. 너무 죄송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든다"고 했다. 우상혁은 올 시즌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매 시즌은 다 잘 치러왔다. 선수마다 다 잘할 수는 없다. 올 시즌은 올림픽을 겨냥한 시즌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아쉽게 됐다"고 했다. 바르심과 템베리가 올림픽 무대와 작별했다. 우상혁은 "오늘 바르심, 탬베리가 마지막 올림픽 경기를 치렀다. 둘에게 '그동안 정말 고생했고 대단했다'고 말했다"며 "나도 그렇게 마지막까지 불태우고 싶다"고 밝혔다. 바르심은 우상혁보다 다섯 살 많다. 끝이 아니다. 이번 올림픽은 또 다른 자극이다. 우상혁은 "자극이 되는 시합이 있고, 희망을 얻는 시합이 있다. 내가 도쿄에서는 다음 파리올림픽의 희망을 봤고, 파리에서는 다음 올림픽을 위한 불꽃을 올릴 수 있는 시합이 된 것 같다"며 "LA 올림픽까지 도전한다고 계속 말씀 말씀드렸지만 더 해야겠다. 매 시즌 매 시즌 꾸역꾸역 또 다시 한 번 준비하면서 LA까지 나가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2024-08-12 02:37:09
[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장재근 파리올림픽 총감독(진천국가대표선수촌장)이 파리에서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데 묵묵히 헌신한 지도자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파리올림픽 폐막일인 11일 원팀 코리아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총 32개의 메달로 종합 8위에 올랐다. 마지막날까지 근대5종 여자부 개인전 성승민이 동메달, 역도 여자 81㎏급 박혜정이 은메달을 따내며 2012년 런던 대회(금13, 은9, 동9)보다 동메달 1개가 더 많은, 12년 만의 최고 성과를 기록했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50명 이후 144명으로 이뤄진 역대 초미니 선수단이 쓴 대반전 결과다. 단순계산으로 국가대표 11명 중 1명이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양궁에서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다. '금5 은1 동1'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펜싱 남자사브르가 개인전 사상 첫 금메달, 단체전 3연패 위업을 쓰며 금메달 2개를 가져왔다. 여자사브르도 단체전에서 깜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과 펜싱의 강세는 기대했던 부분이었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의 금메달도 부상관리만 잘 된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사격서 2000년대생 여사수 삼총사를 앞세운 '금3, 은3'은 분명 기대 이상의 성과다. 태권도 역시 박태준, 김유진의 금메달, 이다빈의 동메달로 최고 성적을 거뒀다. 유도(허미미, 김민종 은, 이준환, 김하윤 동, 혼성팀 동), 복싱(임애지 동), 수영(김우민 동), 탁구(신유빈-임종훈 혼복, 여자단체 동), 역도, 근대 5종 등 총 11개의 다양한 종목에서 투혼의 메달이 쏟아졌다. 장 총감독은 눈부신 성과 뒤의 헌신을 잊지 않았다. 11일 파리 메종드라쉬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결산기자 회견에서 "우리 선수들, 지도자들 정말 수고하셨다"며 감사를 표한 장 총감독은 행사 말미 각 종목에서 메달 뒤에 헌신한 파트너 선수들을 언급했다. "파리에서 파트너로 헌신해준 선수들 덕분에 이런 성과가 가능했다. 앞으로 다음 올림픽에 나올 수 있는 우리나라 스포츠의 귀한 자산이다. 이 선수들도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천선수촌의 수장인 장 총감독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대박 꿈을 꿨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7월 초 퐁텐블로 사전캠프에 입촌한 지 얼마 안됐을 때 길거리에서 노란 똥을 누고, 왼발로 그 똥을 밟는 꿈을 꿨다. 분명 대박 꿈인데 말하면 복이 달아날까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7월 27일 오상욱이 펜싱 사브르 개인전에서 첫 금메달을 딴 후 '꿈이 맞긴 맞네'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웜업장에서 선수들을 볼 때마다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니 좋은 운이 올 거라 믿었다. 사격장에서 우리 선수들이 '한발' 싸움을 할 때 의자를 붙잡고 '우린 복이 많다. 운이 좋다. 무조건 된다' 주문을 외웠다. 그렇게 간절했다. 사격 메달이 이어지면서 '꿈이 대박'이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혼자만 간직했던 이 꿈을 장 촌장은 김학균 배드민턴 총감독에게 팔았다. "(안)세영이가 4강 올라갔을 때 김 감독이 '그 꿈 저한테 팔라'고 하더라. 서승재가 메달을 놓친 직후다. 배드민턴 선수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노력했는지 알기에 나 역시 배드민턴에서 꼭 금메달이 나오길 바랐다. 기꺼이 그 꿈을 팔았다"며 미소 지었다. 장 총감독은 선수들 뒤에서 묵묵히 뒷바라지한 지도자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너무나 감사하고 너무나 고맙습니다.저의 닥달을 담담하게 받아주시고 저와 같은길을 가주어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번 올림픽은 너무도 많은 일들이 있아서 '다사다난하다'란 말이 어울립니다. 우리 지도자들도 맘고생 많았을 겁니다"라며 노고를 위로했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되는 여러 일들에 잘 대처해주신 우리 지도자들께 죄송하고 미안하고 고맙고 만감이교차합니다. 우리 지도자들이 있기에 이런 일들이, 이런 날들이 오는 것입니다. 우리 지도자분들 힘 잃지 말고 용기 있게 저와 같이 전진하길 바랍니다"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메달은 홀로 오지 않는다. 빛나는 별 뒤엔 누군가의 소리 없는 헌신,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가 있다. 아래는 장 총감독이 지도자들에게 보낸 감사의 문자 전문이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존경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지도자 여러분 우선 너무나 감사하고 너무나 고맙습니다 저의 닥달을 담담하게 받아주시고 저와 같은길을 가주어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번 올림픽은 너무도 많은 일들이 있아서 다사다난하다란 말이 어울립니다. 우리 지도자들도 맘고생 많았을 겁니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되는 여러 일들에 잘 대처해주신 우리 지도자들께 죄송하고 미안하고 고맙고 만감이교차합니다 나중에 우리 모두 모여 이야기할 것이 많겠지만 그때를 기약하면서 먼저 간소하게 인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 지도자들이 있기에 이런 일들이 이런 날들이 오는 것입니다 우리 지도자분들 힘 잃지 말고 용기 있게 저와 같이 전진하길 바랍니다 제가 언제나 여러분 곁에서 미약하나마 돕고 지원하고 같이 가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한 시간, 함께한 날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지도자 여러분 힘내십시오. 그리고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선수촌장 장재근 올림
2024-08-11 23:39:54
[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역도요정' 박혜정(고양시청)은 올해 4월 아픔을 겪었다. 6년 동안 투병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육상 원반던지기 선수 출신인 어머니는 박혜정의 정신적 지주였다. 하필이면 파리올림픽 출전이 걸린 태국 월드컵 출국을 앞두고 어머니 부고를 받았다. 박혜정은 강했다. 한국 기록을 새로 쓰며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박혜정은 "힘들었지만 워낙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에 출전했다. 어머니도 내가 여기에 있기를 원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를 가슴에 묻고 훈련에만 열중했다. 박혜정은 마침내 그토록 염원하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혜정은 1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299㎏을 들었다. 한국 신기록이었다. 박혜정은 합계 309㎏를 들은 중국의 리원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박혜정은 '롤모델'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권이 그랬던 것처럼 첫번째 올림픽서 은메달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장 차관은 2004년 아테네 대회서 은메달을 차지한 후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쿄에서 '노메달'에 그친 한국 역도는 박혜정의 선전으로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윤진희(여자 53㎏급)의 동메달에 이어 8년 만에 나온 올림픽 메달이다. 박혜정은 금·은·동메달을 한 개씩 씩 따낸 장 차관 이후 명맥이 끊긴 '한국인 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 메달리스트'가 됐다. 박혜정은 이번 대회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 선수단 마지막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박혜정은 "어제까지만 해도 마지막 선수가 박혜정이라고, 솔직히 말해서 부담감도 있었고 꼭 메달을 따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압박감도 많이 있었는데 다행히 메달을 따서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고 웃었다. 어머니 이야기도 꺼냈다. 박혜정은 공식 석상에서 어머니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는 "알려지게 되면 내가 더 힘들 것 같았다. 멘탈이 흔들릴 것 같아서 최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아직 엄마 얘기가 나오면 울컥하고 눈물이 나는데 계속 울수는 없지 않나. 아직 다스리는 단계"라고 했다. 이어 "아빠랑 언니가 파리에 와 있는데, 한국 가서 엄마한테 메달 보여드리겠다"고 웃었다. 박혜정은 이날 최고의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인상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게 인상적이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인상이 많이 약했다. 올해 들어서 인상에 많이 집중하고, 동작때 신경을 많이 섰다. 그 부분이 쌓여서 한국 신기록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웃었다. 합계 기록도 300㎏에 근접했다. 박혜정은 "한국에서는 했는데 해외만 오면 300㎏를 못넘더라. 핑계기는 한데 시차적응이나 장거리 비행 등이 문제였던 것 같다. 더 노력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아빠랑 언니랑 한국 가기 전에 달팽이 요리 먹기로 했다. 에펠탑도 가보고 싶다"고 웃은 박혜정은 "역도에 많이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다. 주변에서 넌 박혜정이다 라고 응원해준 덕분이다. 깨끗한 스포츠를 하는 선수가 되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박혜정은 중학교 때 '첫 올림픽서 메달, 두번째 올림픽서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이제 조금만 더 성장하면 리원원 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4년 뒤에는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웃었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4-08-11 21:43:19
[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한민국 여자 근대5종의 희망' 성승민(21·한체대)이 아시아 여성선수 최초로 올림픽 근대5종 포디움에 올랐다. 성승민은 11일 프랑스 베르사유궁전 근대5종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결선에서 펜싱, 승마, 수영,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441점으로 미첼레 구야시(헝가리·1461점), 엘로디 클루벨(프랑스·1452점)에 이어 동메달을 획득하다. 한국 여성 근대5종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자, 아시아 여성선수 최초의 쾌거다. 지난 6월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여성 최초로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성승민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도 흔들림 없는 실력을 발휘하며 새 역사를 썼다. 8일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225점, 8위였던 성승민은 이날 첫 종목인 승마에서 300점 만점을 챙기며 3위(525점)에 뛰어올랐다. 펜싱 보너스 라운드에선 추가 점수를 놓치며 5위(525점)로 물러났지만 '수영 선수' 출신답게 주종목 자유형 200m에서 2분11초47, 전체 2위로 터치패드를 찍으며 288점을 추가, 마지막 한 종목 레이저런(사격 육상)을 남기고 3위(813점)로 올라섰다. 성승민은 마지막 종목에서 혼신의 역주로 3위를 지키며 빛나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선우(경기도청)는 1410점으로 8위에 오르며 세 번째 올림픽에서 개인 최고성적을 기록했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4-08-11 21:37:19
[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한체육회는 파리올림픽을 100일 앞둔 지난 4월17일, 대한민국 선수단의 목표를 금메달 5개, 종합순위 20위권 내로 발표했다. 파리올림픽 폐막일인 11일 팀코리아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총 32개의 메달로 종합 8위에 올랐다. 마지막날 근대5종 여자부 개인전 성승민이 동메달, 역도 여자 81㎏급 박혜정이 은메달을 따내며 2012년 런던 대회(금13, 은9, 동9) 이후 12년 만의 최고 성과를 기록했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50명 이후 144명으로 이뤄진 역대 초미니 선수단이 쓴 대반전 결과다. 단순계산으로 국가대표 11명 중 1명이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금메달 39개' 중국 선수단이 388명, '금메달 38개' 미국 선수단이 592명이다. '금메달 18개' 호주가 460명 '금메달 18개' 일본이 432명, '금메달 16개' 개최국 프랑스가 573명, '금메달 14개' 영국이 327명의 선수단을 보유했다. 이들의 3분의1도 안되는 팀 코리아 미니 선수단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활, 칼, 총, 발'의 활약이 눈부셨다. 믿고 보는 양궁에서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다. '금5 은1 동1'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펜싱 남자사브르 '뉴 어펜져스'가 개인전 사상 첫 금메달, 단체전 3연패 위업을 쓰며 금메달 2개를 가져왔다. 여자사브르도 단체전에서 깜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과 펜싱의 강세는 기대했던 부분이었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의 금메달도 부상관리만 잘 된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대한체육회가 '사고 칠 종목'으로 꼽았던 사격서 나온 '금3, 은3'은 분명 기대 이상의 성과다. 태권도 역시 박태준, 김유진의 금메달, 이다빈의 동메달로 최고 성적을 거뒀다. 유도(허미미, 김민종 은, 이준환, 김하윤 동, 혼성팀 동), 복싱(임애지 동), 수영(김우민 동), 탁구(신유빈-임종훈 혼복, 여자단체 동) 등 다양한 종목에서 투혼의 메달이 쏟아졌다. 당초 대한체육회의 전망과는 극명하게 다른 '반전'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체육회가 선수단 전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애초에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비판도 일었다. 대한체육회는 "5단계 예측에 따른 과학적 데이터였다"고 항변한다. "미국 스포츠전문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양궁, 펜싱, 배드민턴 등에서 금메달 5개를 예측했고, 미국 통계업체 그레이스노트도 양궁, 펜싱, 배드민턴, 태권도 등에서 금메달 9개를 예측했다"면서 "해당 시점에 체육회가 예상한 종목별 경기력은 하향세가 분명했다"고 주장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날 프랑스 메종 드 라시미 코리아하우스에서 결산 기자회견을 통해 "48년 만에 가장 적은 선수단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 역대 최고에 가까운 성과를 냈다"고 평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에 대해 "우선 국민들께서 많은 성원을 해주셨고, 지도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헌신했다. 전체적으로 체육인들이 엘리트 스포츠 위기 속에 위기감을 가졌다. 선수단 규모가 적고, 학교체육이 소멸하고, 엘리트 체육이 위기라는 보도가 쏟아졌고, 힘든 상황에서 선수, 지도자들이 위기 의식을 갖고 똘똘 뭉친 가운데 꼭 해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성과를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재근 총감독(진천선수촌장)은 "원팀 코리아라는 목표를 설정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움직인 결과다. 퐁텐블로 사전캠프에서 편안하게 훈련에 집중하고 진천선수촌 조리사들이 현지에서 한식을 제공하면서 선수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5대 케어풀 맞춤형 지원 시스템 등 최선의 지원도 도움이 됐다. D-30일쯤 됐을 때 뭔가 변화가 감지됐다. 최선을 다해준 선수, 지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했다. 한편 이 회장은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 후 인터뷰에서 협회와 대표팀의 부상 관리 및 지원을 비판한 안세영에 대해 "한국에 돌아가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다. 선수 이야기를 들어보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손보고, 혹시라도 오해가 있었다면 진솔한 대화를 통해 잘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로 잡은 건 5개 단계를 거친 데이터를 통해 예상한 것"이라고 했다. "선수단 규모가 적고, 학교체육이 소멸하고, 엘리트 체육이 위기라는 보도가 쏟아졌고, 힘든 상황에서 선수, 지도자들이 위기 의식을 갖고 똘똘 뭉친 가운데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이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간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던 해병대 캠프에 대한 대한체육회, 진천선수촌 내 자체 평가는 매우 높다. 이 회장은 "지난 연말 해병대 원팀코리아 캠프는 곤봉체조를 하러 간게 아니라 올림픽을 앞두고 멘탈을 강화하고 원팀 정신을 다지러 간 거다. 그 캠프를 통해 다른 종목 또래 선수들과 친해지면서 '원팀'이 됐다. 서로 소통이 잘 됐다. 위기의식 속에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연맹, 지도자들이 최선을 다해 헌신적으로 지원한 결과가 최다 금메달이 나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4-08-11 21:28:08
[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포스트 장미란' 박혜정(고양시청)이 생애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혜정은 1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299㎏을 들었다. 한국 신기록이었다. 박혜정은 합계 309㎏를 들은 중국의 리원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박혜정은 '롤모델'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권이 그랬던 것처럼 첫번째 올림픽서 은메달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장 차관은 2004년 아테네 대회서 은메달을 차지한 후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쿄에서 '노메달'에 그친 한국 역도는 박혜정의 선전으로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윤진희(여자 53㎏급)의 동메달에 이어 8년 만에 나온 올림픽 메달이다. 박혜정은 금·은·동메달을 한 개씩 씩 따낸 장 차관 이후 명맥이 끊긴 '한국인 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 메달리스트'가 됐다. 당초 인상 1차시기에 125㎏를 적었던 박혜정은 그보다 낮은 123㎏로 변경했다. 가볍게 성공시켰다. 영국의 에밀리 캠벨이 2차시기에서 123㎏를 들어올리자 박혜정은 2차시기를 124㎏에서 126㎏로 바꿨다. 캠벨이 3차시기에서 126㎏에 도전하자, 박혜정은 이보다 1㎏ 높은 127㎏로 바꿔 캠벨이 먼저 들게 했다. 캠벨이 성공했다. 이어 나선 박혜정은 127㎏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박혜정은 3차시기에서 128㎏를 들려다, 1㎏ 올린 129㎏를 적었다. 이후 한차례 더 변경했다. 2㎏을 더 올려 131㎏애 도전하기로 했다. 130㎏를 신청한 '최강' 리원원(중국)이 드디어 나섰다. 리원원은 무난히 이 무게를 들었다. 리원원은 2차시기를 당초 131㎏에서 136㎏로 변경했다. 이어진 박혜정의 차례. 박혜정은 131㎏을 멋지게 들어올리고 표효했다. 인상 개인 최고 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이었다. 리원원은 136㎏를 성공시키며 인상을 마무리했다. 이어 용상 경기가 펼쳐졌다. 박혜정은 1차시기에서 163㎏를 시도해,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합계 294㎏이 된 박혜정은 단숨에 선두로 뛰어올랐다. 2차시기 박혜정은 164㎏에서 168㎏로 바꿨다. 170㎏에서 167㎏로 하향 조정한 리원원이 용상 첫 시기에 나섰다. 깔끔한 성공. 리원원은 합계 303㎏로 예상대로 1위로 올라섰다. 박혜정은 2차시기에서도 성공했다. 개인 용상 최고 기록이었다. 합계 299㎏가 된 박혜정은 한국 신기록을 새로 썼다. 3위 그룹과의 격차는 11㎏나 났다. 은메달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박혜정은 3차시기에서 173㎏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실패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박혜정 커리어 최고의 경기였다. 박혜정은 첫 올림픽서 목표를 이뤘다. 박혜정은 이번 대회 목표가 '은메달'이었다. 역도 여자 최중량급 구도는 매우 명확하다. 리원원이 2위 박혜정을 합계 기준 30㎏ 앞서고, 박혜정이 3위 그룹을 10㎏ 정도 앞선다. 종목 특성상 아무리 당일 컨디션 차이가 크다해도 쉽게 뒤집기는 어렵다. 박혜정은 무리하지 않고 290㎏ 정도를 들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 박혜정은 이미 중학교 3학년때 '첫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 두 번째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수확'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장 차관의 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뜻이었다. 박혜정은 그 뜻을 이뤘다. 올림픽 메달을 위해 정진하던 박혜정은 올해 4월 아픔을 겪었다. 6년 동안 투병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육상 원반던지기 선수 출신인 어머니는 박혜정의 정신적 지주였다. 하필이면 파리올림픽 출전이 걸린 태국 월드컵 출국을 앞두고 어머니 부고를 받았다. 박혜정은 강했다. 인상 130kg, 용상 166kg, 합계 296kg을 들어, 한국 기록을 새로 쓰며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대한역도연맹 관계자는 당시 "어린 나이에 무척 힘든 일을 겪고도, 묵묵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좋은 기록을 냈다"고 말했다. 박혜정은 "힘들었지만 워낙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에 출전했다. 어머니도 내가 여기에 있기를 원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대회를 준비한 박혜정은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어머니 영정에 바쳤다. 이제 박혜정의 다음 목표는 4년 뒤 로스엔젤레스 대회 금메달이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4-08-11 20:48:59
[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평범한 초등학생이었던 박혜정(고양시청)의 인생을 바꾼 것은 장미란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영상이었다. 깊은 인상을 받은 박혜정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안산시체육회에 찾아가 "역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혜정의 가능성을 본 안산시체육회는 '역도 명문' 안산 선부중으로의 전학을 도왔다. 1m75-117㎏의 이상적인 체격에, 파워, 순발력을 두루 갖춘 박혜정은 타고난 역도 선수였다. 재기발랄한 감성에, 독한 승부욕까지 갖춘 그는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었다. 한국 중학생 신기록(합계 259㎏), 주니어 신기록(290㎏)을 연거푸 작성하며 '포스트 장미란'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주니어 무대에서도 적수가 없었다. 연령 제한에 묶여 시니어 대회에 나서지 못했던 박혜정은 지난해 4월 첫 시니어 대회였던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역도 대표선발 평가전에 나서 우승을 거머쥐며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한 2022년에는 합계 274㎏(인상 119㎏·용상 155㎏)으로 8위에 그쳤다. 고교 2학년 때 합계 290㎏을 들었던 박혜정은 고교 3학년 목표를 '합계 300㎏'로 정했다. 하지만, 고교 3학년이던 지난해 그의 합계 최고 기록은 오히려 퇴보한 285㎏이었다. 부담감이 슬럼프로 이어졌다. 박혜정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2022년 실업 생활을 시작한 박혜정은 5월에 열린 진주아시아역도선수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7㎏, 용상 168㎏, 합계 295㎏을 들어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당시 우승을 차지한 리원원의 합계 기록 315㎏(인상 140㎏·용상 175㎏)과 격차가 있었지만, 박혜정은 합계와 인상 2위, 용상 3위에 오르며 국제 경쟁력을 증명했다. 박혜정은 2023년 새 역사를 썼다. 세계역도선수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4㎏, 용상 165㎏, 합계 289㎏을 들어 3개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과 달리 세계역도선수권에서는 인상, 용상, 합계에 모두 메달이 걸렸다. 박혜정은 3개 부문을 싹쓸이했다. 장 차관도 이루지 못한 쾌거다. 장 차관은 현역 시절 총 4차례(2005년 카타르 도하, 2006년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 2007년 태국 치앙마이, 2009년 한국 고양시) 세계 챔피언에 올랐으나, 이 기간에도 인상은 1위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내준 바 있다. 심지어 '최강' 리원원이 나섰던 대회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기세를 탄 박혜정은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인상 125㎏, 용상 169㎏, 합계 294㎏을 들어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역도 종목에서 우승한 건, 2010년 광저우 대회 여자 최중량급(당시에는 75㎏ 이상)에서 금메달을 딴 장 차관 이후 13년 만이었다.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박혜정의 이번 파리올림픽 목표는 '은메달'이었다. 역도 여자 최중량급 구도는 매우 명확하다. 리원원이 2위 박혜정을 합계 기준 30㎏ 앞서고, 박혜정이 3위 그룹을 10㎏ 정도 앞선다. 종목 특성상 아무리 당일 컨디션 차이가 크다해도 쉽게 뒤집기는 어렵다. 박혜정은 무리하지 않고 290㎏ 정도를 들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 박혜정은 이미 중학교 3학년때 '첫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 두 번째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수확'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장 차관의 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뜻이었다. 박혜정은 그 뜻을 이뤘다. 박혜정은 1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이상급 경기에서 2위에 올랐다. 올림픽 메달을 위해 정진하던 박혜정은 올해 4월 아픔을 겪었다. 6년 동안 투병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육상 원반던지기 선수 출신인 어머니는 박혜정의 정신적 지주였다. 하필이면 파리올림픽 출전이 걸린 태국 월드컵 출국을 앞두고 어머니 부고를 받았다. 박혜정은 강했다. 인상 130kg, 용상 166kg, 합계 296kg을 들어, 한국 기록을 새로 쓰며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대한역도연맹 관계자는 당시 "어린 나이에 무척 힘든 일을 겪고도, 묵묵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좋은 기록을 냈다"고 말했다. 박혜정은 "힘들었지만 워낙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에 출전했다. 어머니도 내가 여기에 있기를 원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대회를 준비한 박혜정은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어머니 영정에 바쳤다. 이제 박혜정의 다음 목표는 4년 뒤 로스앤젤레스 대회 금메달이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4-08-11 20:42:35
[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박태준(20·경희대)과 복싱 동메달리스트 임애지(25·화순군청)가 폐회식 기수로 선정됐다. 박태준과 임애지는 12일 오전 4시(한국시간)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리는 2024년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의 공동기수로 나선다. 박태준은 이번 대회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태권도가 이 체급에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박태준이 처음이다. 도쿄 대회 노골드를 씻은 한국 태권도의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이자, 우리나라 선수단의 이번 대회 열두 번째 금메달이기도 했다. 임애지는 복싱 여자 54㎏급에서 동메달을 땄다. 우리나라 복싱 여자 선수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자 한국 복싱이 2012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에 수확한 메달이다. 개회식과 달리 폐회식에선 등장 순서가 따로 없다.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강 수상 행진으로 지난달 27일 막을 연 파리 올림픽은 17일간 열전을 마치고 이날 폐막한다. 2028년 올림픽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4-08-11 19:18:08
[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양궁 3관왕을 달성한 김우진(청주시청)과 임시현(한국체대)이 2024년 파리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대한체육회는 1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시내 국제 회의공간인 메종 드 라 시미에 마련한 코리아하우스에서 대회 결산 기자회견을 열고, 김우진과 임시현이 MVP가 됐다고 발표했다. 체육회는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선수단의 사기를 진작하고 노고를 격려하고자 최초로 취재 기자단의 투표를 통해 남녀 1명씩을 MVP로 뽑았다. 당시 양궁 3관왕에 오른 임시현과 수영 경영 3관왕 김우민(강원도청)이 초대 한국 선수단 MVP에 등극했다. 파리올림픽의 MVP는 양궁 5개 종목 석권에 앞장선 '양궁 남매' 김우진과 임시현이었다. 김우진은 남자 개인전, 단체전, 혼성전에서, 임시현도 여자 개인전, 단체전,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3관왕을 차지했다. '최강' 한국 양궁이지만, 올림픽에서 5종목을 모두 싹쓸이하고, 동시에 남녀 3관왕을 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김우진은 올림픽에서 통산 5개의 금메달을 수확해 역대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임시현은 메이저 국제종합대회 2회 연속 3관왕을 달성한데 이어, 2회 연속 MVP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김우진과 임시현은 상금으로 각각 3000만원 정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은 이번 대회에 48년 만의 최소 인원(선수 144명)이 참가했지만, 역대 단일대회 최다 금메달(13개)과 타이를 이뤘다. 우리나라는 10일 현재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9개를 획득해 메달 순위 7위를 달리며 금메달 5개, 15위 이내 진입을 제시한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4-08-11 19:12:28
[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m31, 마지막 3차시기. 힘찬 도약에도 불구하고, 끝내 바를 넘지 못했다. 매트 위에 잠깐을 웅크리고 있었던 우상혁(28·용인시청)은 '스마일 점퍼'답게 이내 두 손을 들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 육상 첫 트랙&필드 메달을 노렸던 우상혁의 도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우상혁은 11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7로 7위에 머물렀다. 2m17, 2m22를 완벽하게 넘으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우상혁은 한차례 실패 후 2m27을 넘었다. 올 시즌 자신의 최고 기록이었던 2m31 앞에 섰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7일 예선에서 스스로 "올 시즌 최고의 점프였다"고 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아쉬운 결과였다.경기 후 만난 우상혁은 "오늘 같은 날은 안 좋아도 최대한 좋게 만들고, 좋아도 더 좋게 만들도록 침착하게 가야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마인드컨트롤에서 내가 아직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돌아봤다. 지난 도쿄 대회에서 한국 트랙&필드 선수로는 25년만에 올림픽 결선 진출에 성공한 우상혁은 결선에서 2m35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한국 트랙&필드 역사상 최고 순위인 4위에 올랐다. 도쿄 대회 후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 우승(2m34), 실외 세계선수권 2위(2m35), 2023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2m35) 등 한국 육상 최초의 이정표를 연속해서 세운 우상혁의 시선은 오로지 파리올림픽만을 향했다. 우상혁은 "지난 3년 동안의 훈련과 경기 출전은 모두 파리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준비"라고 했다. 올림픽 시즌, 우상혁은 '파리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홍콩 전훈, 실전 참가, 체코 전훈에 이어 3주간의 파리 훈련까지, 우상혁은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몸을 만들었다. 기대만큼 기록이 나오지 않았지만, 과정이라 생각하고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이는 끝내 발목을 잡았다. 우상혁은 목표로 한 2m37은 물론 개인 최고 기록(2m35)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우상혁은 "그동안 매 시즌은 다 잘 치러왔다. 성적도 났다. 물론 매 시즌을 잘 할 수는 없다. 올 시즌은 특히 올림픽을 겨냥한 시즌이었던 만큼 결과적으로 아쉽다"고 했다. 메달 실패에도 "홀가분하다"며 미소를 보인 우상혁이었지만, 김도균 감독 이야기가 나오자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2020년 만난 김 감독은 슬럼프에 허우적 거리던 우상혁의 인생을 바꾼 인물이다. 김 감독은 올림픽 메달을 위해 우상혁과 함께 피, 땀, 눈물을 흘렸다. 우상혁은 "감독님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 3년 동안 나도 힘들었지만, 감독님이 더욱 힘드셨을거다. 오늘 같은 날 더 기쁘게 못해드린 게 제일 아쉽다. 감독님은 계속 괜찮다고만 말씀해주셨다. 누구보다 안타까워 하실거라는 것을 알기에 더 안아드리고 싶다"고 했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포기는 없다. 우상혁은 이번 올림픽을 '또 다른 자극'이라고 했다. 그는 "자극이 되는 시합이 있고, 희망을 얻는 시합이 있다. 도쿄에서는 다음 파리올림픽의 희망을 봤고, 파리에서는 다음 올림픽을 위한 불꽃을 올릴 수 있는 시합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전부터 LA 올림픽까지 도전한다고 계속 말씀드렸지만 한 번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든다. 매 시즌 매 시즌 꾸역꾸역 또 다시 한 번 준비하면서 LA까지 나가 볼 생각"이라고 했다. 우상혁의 위대한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4-08-11 16:31:07
[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저는 그저 감사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요." 신유빈은 생애 두 번째 파리올림픽에서 '탁구여제' 현정화(1992년 바르셀로나 단·복식 동) 이후 32년 만에 올림픽 멀티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쿄올림픽의 '삐약이'가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탁구의 '파랑새'로 거듭났다. 임종훈과 함께 혼합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며 12년 만의 한국 탁구 메달을 찾아왔고, 여자단식에선 2008년 김경아 이후 16년 만에 4강에 올랐다. 아깝게 동메달을 놓치고 곧바로 나선 단체전에서 신유빈은 '복식 파트너'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세계 15위), '소속팀 언니' 이은혜(29·대한항공·세계 44위)와 의기투합했다. 지난 10일 독일과의 3-4위전은 신유빈의 이번 올림픽 세 번째 동메달결정전이었다. 똘똘 뭉친 원팀으로 3대0, 완승과 함께 다시 한 번 포디움에 올랐다. '세계 2위 최강 복식조' 신유빈-전지희는 단체전 필승공식. 신유빈의 패기에 전지희의 경험, 이은혜의 투혼이 하나가 됐다. 메달보다 빛난 건 신유빈의 태도다. 탁구 경기가 시작된 7월 27일부터 마지막 날인 8월 10일까지 전경기에 나섰다. 어깨가 뭉쳐올 만큼 빡빡한 일정, 그녀는 매경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살인적인 일정 속에 회복을 위해 바나나와 에너지젤을 쪽쪽 짜먹는 깜찍한 모습은 '짤'로 생성돼 각 커뮤니티를 강타했다. 여자단식 동메달결정전 일본 하야타 히나와 혈투 끝에 2대4로 패배한 후 먼저 다가가 환한 미소로 축하를 건네는 품격 있는 패자의 모습 역시 화제가 됐다. 그녀에겐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햇살 같은 기운이 있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의 녹음용 휴대폰을 받아들어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는 '감사요정'을 보름간 만나는 일은 '힐링'이었다. 이날 동메달 직후 일성도 감사였다. "언니들이 너무 잘 해주셔서 저도 메달을 걸게 돼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혼합복식, 단식에 이어 마지막 경기가 단체전이었는데 사실 좀 지쳤지만 단체전이니까 더 정신으로 버티려고 했었던 것 같고 저 혼자만 하는 게 아니라 언니들이 옆에 있으니까 지칠 수가 없었어요. 눈앞에 메달이 보이니까 좀더 이겨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라고 털어놨다. "이런 큰 대회에서 제가 경기를 하고 동메달결정전을 세 번이나 했는데 그보다 큰 경험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요. 국가대표로 나와서 이런 경기를 뛰는 게 영광스럽고 그저 감사해요. 그냥 경험 자체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생긋 웃었다. 오광헌 여자대표팀 감독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제가 지금까지 만나뵌 감독님 중에 제일 좋으세요"라고 했다. "말로 이 정도 표현력밖에 안 되는 게 진짜 너무 죄송한데 선수 개인 한 명 한 명 다 신경을 써주셨어요. 부드러운 카리스마…, 선수들을 하고 싶은 대로 다할 수 있게 해 주시고 또 잘 이끌고 가시는…. 제가 말을 지금 너무 못하는데 기사는 진짜 예쁘게 써주세요. 진짜로요"라며 진심을 전했다. 그녀의 인터뷰는 오직 감사뿐이었다. "2008년 동메달을 따신 김경아, 당예서 코치님이 저희 대한항공 선생님이시고 그 다음이 저인데, 이건 정말 드라마 같아요. 그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어요. 그냥 너무 감사해요. 전 그냥 감사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어요"라고 감사, 또 감사를 외쳤다. 메달은 홀로 오지 않는다. 가장 빛나는 순간, 감사를 잊지 않는 '스무살' 신유빈의 마음이 금메달이었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4-08-11 16:25:13
[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후회 없는 노력, 그래서 더 아쉬워요." '대한민국 근대5종의 자부심' 전웅태(29·광주광역시청)가 파리올림픽에서 2연속 메달을 아깝게 놓친 후 눈물을 펑펑 쏟았다. 전웅태는 11일(한국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내 근대5종 경기장에서 펼쳐진 파리올림픽 남자 결선서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526점을 획득하며 전체 6위를 기록했다. 후배 서창완(국군체육부대)가 1520점으로 7위에 올랐다. 결선 첫 종목 승마에서 살짝 흔들렸다. 287점, 전체 1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펜싱에서 235점, 보너스 라운드에서 3연승하며 6점을 추가 적립 241점, 2위를 기록했다. 수영 자유형 200m에서 1분59초41의 기록으로 312점을 적립하며 7위를 기록했다. 마지막 레이저런(육상 사격) 한 종목을 남기고 840점으로 '도쿄 은메달리스트' 이집트 아흐메드 엘젠디(857점), 스위스 알렉산드르 달렌바흐(840점)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메달이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마지막 레이저런, 첫 사격이 메달의 명운을 갈랐다. 첫 라운드에서 14발만에 5발을 성공한 후 시간을 소진하면서 육상에 부담이 생겼다. 25초8. 은메달이 유력한 일본 사토 다이슈를 추격하느라 마음은 더 급해졌다. 혼신의 역주를 펼쳤지만 승부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레이저런에서 2분09초96, 13위로 처지며 메달이 멀어졌다. 전체 6위를 기록한 후 전웅태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믹스트존에 들어선 후 어깨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 마음을 추스린 전웅태는 "기대를 많이 했고 또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오셔서 응원해주시는 것도 다 들었다. 기대에 부응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보면 제가 조금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잘 되는 날이 있고 또 안 되는 날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런 안 되는 날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많이 아쉽고 그런 것 또한 참고 이겨내야 하는 게 또 선수인데 또 그러지 못했다. 아쉬웠던 부분들이 계속 연달아서 발생했다. 저의 미스가 많이 아쉽다"는 소감을 전했다. 첫 사격에서 흔들렸다는 말에 "맞다"고 수긍했다. "첫 번째 사격하고 계속 '빨리 사토한테 붙어서 다음 시리즈를 이어가야겠다. 그때는 실수 없어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또 실수가 나와버리니까 저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졌다. 승마에서부터도 실수가 있었고 그 다음 부분에서 잘 잡았는데 마지막 레이저런에서 끝맺음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 실수"라고 돌아본 후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웅태는 대한민국 선수단에서 누구보다 땀을 많이 흘린 선수다. 얼마나 성실한 선수인지 선수들이 인정하는 선수다. "결과는 아쉽지만 노력에는 후회가 없을 것같다"는 말에 전웅태가 다시 눈물을 쏟았다. "그래서 더 아쉽다"며 울먹였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4-08-11 16:19:40
리디아 고의 시아버지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파리올림픽 현장에서 '금빛 환호'를 함께 했다.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1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인근 기앙쿠르의 르골프 나쇼날에서 진행된 최종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기록,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 2020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데 이어 2024 파리올림픽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골프 선수론 최초로 올림픽 금·은·동메달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LPGA 명예의 전당에 최연소 입성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정태영 부회장은 이날 우승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한 아들 정 준씨를 대신해 며느리 리디아 고 곁에서 기쁨을 나눴다. 정 부회장은 이날 SNS에 "가족 중의 한명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를 펼쳤다. 자기 일에 이토록 진심이니 오늘은 존경심을 가지며 따라다녔다.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국적이 아닌 선수를 이 정도로 응원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배경 모르는 뉴질랜드 응원단은 자국 선수를 응원하는 우리 동양인을 어여삐 여겨준다^^"면서 며느리의 우승 직후 사진을 함께 올렸다. 정 회장의 또다른 게시물에 있는 '올림픽의 초조하고 기나긴 4일, 약 280개의 승부수'라는 문구가 가족으로서 출전 선수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가슴 졸였던 순간을 짐작게 한다. 앞서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여자골프 2라운드 경기에 출전한 리디아 고의 사진을 올리며 대한민국과 뉴질랜드를 응원한다는 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또한 이번 대회 4위를 기록한 양희영의 모습에 아쉬움과 격려가 담긴 게시물도 올리며, 한국 선수들에 대한 애정과 응원도 전했다. '며느리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정 부회장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에비앙 챔피언십 당시 "리디아의 에비앙 챔피언십 직관. 가족의 골프 경기는 따라 다니면서 보기에 너무 조마조마하다. 스포츠는 그저 나하고 관계없는 선수들 경기를 중립적인 자세로 보는 것이 제일 편함"이라는 후기를 공개한 바 있다. 한편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및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 양궁 대표팀 경기 직관 인증 게시물도 올렸다. 양궁 경기 관람 중인 내용과 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 양궁 5관왕 석권 뒤 열린 파리에서의 양궁대표팀 축하연을 SNS에 올리며 축하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카드의 수장인 정태영 부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누나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과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지난 2022년 말 외아들 정 준씨가 리디아 고와 결혼하며 세계적 골퍼의 시아버지가 됐다. 정 부회장은 이들 커플 교제 기간인 2021년 "20년간 끊었던 골프를 다시 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등 '문화 마케팅'의 대가로 알려진 정 부회장이 며느리인 리디아 고의 이번 우승으로 '특별한 후광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활발한 SNS 활동을 통해 애플페이 도입 등 굵직한 사업 내용 및 문화 행사 관련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왔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2024-08-11 15:42:40
[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팀 코리아가 파리올림픽 폐막을 사흘 앞둔 시점에서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세계 24위' 김유진이 8일 파리 그랑팔레 여자태권도 57㎏급에서 세계 톱랭커들을 줄줄이 돌려세우는 '도장깨기' 끝에 대한민국의 1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50명 이후 역대 최소 규모 선수단이 일으킨 '대박 사건'이다. 총 143명의 선수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 총 26개의 메달을 가져왔다. 단순계산으로 국가대표 11명 중 1명이 올림픽 금메달을, 5.5명중 1명은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뜻이다. 현재 미국이 금메달 30개, 은메달 38개 동메달 35개(총 103개)로 중국에 금메달 1개 앞선 박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 선수단 규모는 592명이다. 19.3명당 1명이 금메달을 따냈다. 2위 중국은 금메달 29개, 은메달 25개, 동메달 19개(총 73개)를 따냈다. 선수단 규모는 388명이다. 13.4명 중 1명이 금메달을 따냈다. 3위 호주는 금메달 18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3개(총 45개). 460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해다. 개최국 프랑스는 금메달 14개, 은메달 19개, 동메달 21개(총 54개)로 4위를 달리고 있다. 출전선수는 573명이다. 금메달 숫자가 한국과 같은 영국, 일본을 비교해보면 극강의 효율이 수치로 입증된다. 5위 영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17개, 동메달 21개(총51개)로 327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25명 중 1명이 금메달을 딴 셈. 역시 한국과 나란히 금메달 13개를 기록중인 일본은 은메달 6개, 동메달 13개(총33개)를 더해 7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도 432명이 대규모 선수단이 파리에서 메달에 도전했다. 33명 중 1명이 금메달을 땄다. 한국이 13개의 금메달을 땄던 베이징올림픽 당시 선수단은 389명, 런던올림픽 당시 선수단은 377명이었다. 3분의1 규모의 미니 선수단이 똑같은, 아니 그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믿고 보는 양궁에서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다. '금5 은1 동1'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펜싱 남자사브르 '뉴 어펜져스'가 개인전 사상 첫 금메달, 단체전 3연패 위업을 쓰며 금메달 2개를 가져왔다. 여자사브르도 단체전에서 깜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과 펜싱의 강세는 기대했던 부분이었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의 금메달도 부상관리만 잘 된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대한체육회가 '사고 칠 종목'으로 꼽았던 사격서 나온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는 분명 기대 이상의 성과다. 태권도 시작과 동시에 연일 나오고 있는 박태준, 김유진의 금메달 행진도 경이롭다. 유도(허미미, 김민종 은, 이준환, 김하윤 동, 혼성팀 동), 복싱(임애지 동), 수영(김우민 동), 탁구(신유빈-임종훈 혼복 동) 등의 다양한 종목에서도 메달 릴레이가 이어졌다.대한체육회의 예측을 벗어난 역대 최소 규모 미니선수단의 대반전 뒤엔 무엇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생 어린 선수들의 '꺾이지 않는 정신'이 있다. 여자사브르 대표팀에서 막내 에이스로 단체전 은메달을 이끈 전하영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느낀 점을 묻는 질문에 "나도 할 수 있다"는 한마디로 답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에 13번째 금메달을 안긴 김유진은 "랭킹 같은 건 신경도 안썼다. 그냥 나 자신만 믿고 했다"면서 후배들에게 "올림픽 별거 아냐, 니네도 할 수 있어!"라고 외쳤다. 김유진의 역대 최고 성적은 아시아선수권 우승, 로마그랑프리 3위였다. 올림픽 공식 정보 사이트 '마이인포'에서 예상한 5명의 우승후보에도 이름이 오르지 않았던 선수다. 과거의 데이터도, 랭킹도 하늘이 내린다는 올림픽 메달 앞에선 힘을 잃었다. 첫 올림픽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100%, 그 이상을 보여주는 '강심장' 태극전사들이 일군 대반전, 작지만 강한 팀 코리아가 일군 쾌거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4-08-11 14:26:55
[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팀 코리아가 파리올림픽에서 역대 최소 선수단으로 역대 최다 메달 타이의 기적을 썼다. 폐막을 앞둔 11일 현재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9개, 총 30개의 메달로 종합 7위를 달리고 있다. 마지막날 근대5종 여자부 개인전과 역도 여자 81㎏급 에서 메달 낭보를 기대하고 있다. 메달이 추가될 경우 2012년 런던 대회(금13, 은9, 동9)를 이후 12년 만의 최고 성과를 기록하게 된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50명 이후 144명으로 이뤄진 역대 초미니 선수단이 일으킨 '대박 사건'이다. 단순계산으로 국가대표 11명 중 1명이 올림픽 금메달을 땄고,. 4.8명중 1명은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뜻이다. '금메달 39개' 중국 선수단이 388명, '금메달 38개' 미국 선수단이 592명이다. '금메달 18개' 호주가 460명 '금메달 18개' 일본이 432명, '금메달 16개' 개최국 프랑스가 573명, '금메달 14개' 영국이 327명의 선수단을 보유했다. 이들의 3분의1도 안되는 팀 코리아 미니 선수단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활, 칼, 총, 발'의 활약이 눈부셨다. 믿고 보는 양궁에서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다. '금5 은1 동1'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펜싱 남자사브르 '뉴 어펜져스'가 개인전 사상 첫 금메달, 단체전 3연패 위업을 쓰며 금메달 2개를 가져왔다. 여자사브르도 단체전에서 깜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과 펜싱의 강세는 기대했던 부분이었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의 금메달도 부상관리만 잘 된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대한체육회가 '사고 칠 종목'으로 꼽았던 사격서 나온 '금3, 은3'은 분명 기대 이상의 성과다. 태권도 역시 박태준, 김유진의 금메달, 이다빈의 동메달로 최고 성적을 거뒀다. 유도(허미미, 김민종 은, 이준환, 김하윤 동, 혼성팀 동), 복싱(임애지 동), 수영(김우민 동), 탁구(신유빈-임종훈 혼복, 여자단체 동) 등 다양한 종목에서 투혼의 메달이 쏟아졌다. 어른들의 통계를 넘어선 기대 이상의 성과는 결국 엘리트 체육 위기론에도 흔들림 없었던 '원팀 코리아' 선수들 덕분이다. 런던, 리우, 파리올림픽에 모두 출전해 3연속 금메달을 따낸 유일한 선수, '펜싱 레전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은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 자체가 너무 잘한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표했다. "파리올림픽 가기 전에 역대 최소규모 선수단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밖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선수도, 코치도, 지원 스태프도 자신이 맡은 역할에 더 최선을 다했다. 위기라고 하니 우리끼리 더 똘똘 뭉쳤다"고 이유를 분석했다. "사람이 많고 분산되면 집중이 안됐는데 모든 국가대표들이 '원팀'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자신의 100%, 200%를 다 쏟아낸 결과"라고 말했다. "남자사브르 단체전(박상원, 도경동)에서도 그랬듯 올림픽이 처음인 어린 선수들도 겁없이 도전하면서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파리에서 2000년대생 어린 선수들의 패기와 투지는 눈부셨다. 단체전 포함 금메달리스트 16명 중 10명이 2000년대생이다. 사격 금메달리스트는 3명 전원이 2000년대생. 반효진이 2007년생, 오예진이 2005년생, 양지인이 2003년생이다. 여자 사브르 대표팀에서 막내 에이스로 단체전 은메달을 이끈 전하영(23)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느낀 점을 묻자 "나도 할 수 있다"는 한마디로 답했다. 역대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만 16세10개월18일)에 등극한 '2007년생 여고생 스나이퍼' 반효진은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후회없이"라는 좌우명을 전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에 13번째 금메달을 안긴 '세계 24위' 김유진(24)은 "랭킹 같은 건 신경도 안썼다. 그냥 나 자신만 믿고 했다"더니 후배들에게 "올림픽 별거 아냐, 니네도 할 수 있어!"를 외쳤다. 김유진의 세계무대 역대 최고 성적은 로마그랑프리 3위였다. 과거의 데이터도, 랭킹도 '하늘이 내린다'는 올림픽 메달 앞에선 무의미했다. 첫 올림픽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을 믿은 '강심장' 태극전사들이 일군 대반전은 대한민국의 희망이었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4-08-11 14: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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