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평범한 초등학생이었던 박혜정(고양시청)의 인생을 바꾼 것은 장미란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영상이었다.
깊은 인상을 받은 박혜정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안산시체육회에 찾아가 "역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혜정의 가능성을 본 안산시체육회는 '역도 명문' 안산 선부중으로의 전학을 도왔다. 1m75-117㎏의 이상적인 체격에, 파워, 순발력을 두루 갖춘 박혜정은 타고난 역도 선수였다. 재기발랄한 감성에, 독한 승부욕까지 갖춘 그는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었다. 한국 중학생 신기록(합계 259㎏), 주니어 신기록(290㎏)을 연거푸 작성하며 '포스트 장미란'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박혜정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2022년 실업 생활을 시작한 박혜정은 5월에 열린 진주아시아역도선수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7㎏, 용상 168㎏, 합계 295㎏을 들어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당시 우승을 차지한 리원원의 합계 기록 315㎏(인상 140㎏·용상 175㎏)과 격차가 있었지만, 박혜정은 합계와 인상 2위, 용상 3위에 오르며 국제 경쟁력을 증명했다.
|
|
기세를 탄 박혜정은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인상 125㎏, 용상 169㎏, 합계 294㎏을 들어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역도 종목에서 우승한 건, 2010년 광저우 대회 여자 최중량급(당시에는 75㎏ 이상)에서 금메달을 딴 장 차관 이후 13년 만이었다.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박혜정의 이번 파리올림픽 목표는 '은메달'이었다. 역도 여자 최중량급 구도는 매우 명확하다. 리원원이 2위 박혜정을 합계 기준 30㎏ 앞서고, 박혜정이 3위 그룹을 10㎏ 정도 앞선다. 종목 특성상 아무리 당일 컨디션 차이가 크다해도 쉽게 뒤집기는 어렵다. 박혜정은 무리하지 않고 290㎏ 정도를 들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 박혜정은 이미 중학교 3학년때 '첫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 두 번째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수확'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장 차관의 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뜻이었다. 박혜정은 그 뜻을 이뤘다. 박혜정은 1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이상급 경기에서 2위에 올랐다.
|
|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대회를 준비한 박혜정은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어머니 영정에 바쳤다. 이제 박혜정의 다음 목표는 4년 뒤 로스앤젤레스 대회 금메달이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