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초68. (김)래현이 좋아!" "주장! (신)동재! 잘했어!"
지난 21일 서울 청운중 운동장 한켠이 시끌벅적했다. 일렬로 늘어선 아이들이 차례로 척척 '업스태킹' '다운스태킹'을 한 후 결승선을 통과하면 '특수쌤' 지현승 교사가 타임워치를 눌렀다. '영어쌤' 김재성 교사가 아이들을 독려하고, '역사쌤' 김동현 교사가 도화지에 기록을 써내렸다. 11월 2일 서울대체육관(주최 스포츠조선,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주관 스포츠조선, 위피크)에서 펼쳐질 2024년 서울림운동회를 앞두고 '스태킹 릴레이' 실전 훈련이 한창이었다. 청운중은 지난해 스태킹 릴레이 중등부 1위, 골밑슛 릴레이 3위, 서울시장상에 빛나는 '서울림 명가'다. 2022년 1회 대회부터 올해까지 3연속 출전, 이번 대회 출사표는"서울림운동회 '유일무이' 종로구 대표, 청운중이 왔다!"다.
3년 연속 서울림운동회에 나선 유일한 선수, 청운중 3학년 '주장' (신)동재는 자신감이 넘쳤다. "올해는 제가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잘 챙겨주고 도와주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1학년 (신)용우, (김)지훈이, (김)문호는 첫 '서울림'을 향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신)용우는 "되게 설렌다. 우리 학교를 밝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같다"며 웃었다. "농구가 어려운데 골밑슛 릴레이로 쉽게 배우니 좋았다"고 말했다. (김)지훈이는 "농구가 재밌다. 공을 튀기는 게 재밌다. 서울대체육관에서도 공을 잘 튀기고 싶다"고 했다. (홍)지승이는 "서울림운동회 연습하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고 재미있었다. 운동을 잘 못하지만 친구들과 형이 응원해줘서 참여하게 됐다"면서 "서울림운동회에서 다른 학교 친구들을 만나서 인사도 반갑게 하고 싶다"고 했다. '현승쌤'에게 스카우트됐다는 (윤)예찬이는 "월요일마다 함께 연습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고 했다. "같이 단합력을 키우고,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같이 달리면서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2년 연속 '학생기자'로 서울림에 동행한 (문)성법이는 "방과후 서울림 연습 때 사진을 찍어 올려주고 있다"면서 "작년에 서울대에 가보니 학교가 커서 신기했다"고 했다. 후배들을 향한 깨알 조언도 건넸다. "서울대 큰 강당에서 경기를 하니, 긴장하지 말고 실수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훈련하듯이 실력을 발휘하면 좋겠다."
지난해 서울림운동회 현장을 함께한 이철희 청운중 교장은 "장애, 비장애 학생은 물론 교사, 가족, 내빈 모두가 하나 되는 운동회가 되길 기대한다. 내빈들도 '참관'이 아니라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하다. 시상만 하고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서울림운동회의 취지에 맞다"고 했다. 3연속 출전에는 이 교장의 따뜻한 지지가 큰힘이 됐다. "담당선생님들이 열의를 갖고 적극 참여해주시는 것이 고맙다. 학교장이 허락하고 말고 하는 일이 아니다. 선생님들이 원하시고 아이들이 원하는데 당연히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된다"며 웃었다.
이 교장은 "함께 즐기는 게 중요하다. 서울림운동회는 순위나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재미있게 함께 하면 된다. 다 추억이다. 중학교 때 '서울림' 무대에 '함께 뛰었다'는 추억이 평생을 간다. 그 과정에 결과까지 따라오면 좋겠지만 학생들에게 순위와 관계없이 서울림의 순간을 즐기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현승 교사는 학교내 차별과 편견을 허무는, 서울림의 효과를 이야기했다. "올해 서울림운동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인원이 매년 확대되고 있어 감사하다"면서 "응원하는 아이들도 늘었다. 내 친구가 있으니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스포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소외나 편견도 없어지고, 참가하는 아이들의 자존감, 성취감도 올라가고, 서로 이해하고 응원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지 교사는 "아이들이 사진 한장에도 너무 행복해 한다. 아이들을 기사, 사진으로 더 많이 담아주셨으면 좋겠다. 250여명의 참가학생 모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서울림운동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모두의 운동회' 2024년 서울림운동회는 2일 오전 9시30분 서울대체육관에서 펼쳐진다. 스포츠조선, 서울특별시장애인체육회, 위피크가 주최·주관하는 서울림운동회(후원: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장애인체육회, 건강한 신체활동 연구소, 서울대스포츠진흥원)는 학교체육 현장 유일의 '어울림' 운동회다. '서울림'은 '서울'과 '어울림', '서로'와 '어울림'을 합친 조어로,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신체활동을 통해 숲처럼 어우러지면서,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행복한 서울 청소년 체육'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교내 '서울림 통합스포츠클럽'을 결성한 후 10회 이상 정식종목 훈련을 통해 팀워크를 다진 후 서울림운동회 현장에서 학교 대표로 나서 실력을 겨루고 우정을 나누는 대회다. 각 팀은 장애-비장애학생 6~15명으로 반드시 장애학생 2명 이상이 포함돼야 한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올해 서울림운동회에는 서울 시내 24개 중고교 장애-비장애 학생(250여명) 및 교사, 관계자 등 650여 명이 참가한다. 농구(골밑 슛 릴레이), 배구(빅 발리볼), 스태킹 릴레이, 단체 줄넘기 등 정식종목(4개), 대한장애인체육회가 함께하는 드림패럴림픽(휠체어 배드민턴, 보치아, 쇼다운), 체력 측정 등 체험 종목, 서울대 선배들과 함께하는 진로탐색, 스포츠안전재단과 함께하는 스포츠테이핑 교실 등 청소년들을 위한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박재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개회식에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등이 참석해 진심 어린 응원을 전할 예정이다. SK텔레콤, 휠라코리아, 스몹, 대한항공, 코웨이, 엘로엘, OK저축은행, 보배반점 등 기업들과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안전재단, 스포츠토토, 한국핸드볼연맹 등 스포츠유관기관, '서울 연고 프로구단' SK나이츠, LG트윈스, FC서울이 서울림운동회와 동행한다. '탁구요정' 신유빈(대한항공)은 독일 훈련중 커피차를 보내 서울리머들을 응원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4-11-02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