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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 칼럼]"야구선수가 아니라 코미디언이다." 구속부터 루틴까지 일반 투수와 달랐던 독특한 투수의 은퇴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2-01-24 15:23 | 최종수정 2022-01-25 09:00


두산 유희관. 잠실=허상욱 기자

두산 베어스 좌완 유희관(36)이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유희관은 여러 면에서 드문 존재였다. 제대 후 프로 5년차 늦은 시기인 27세 때 첫 승을 올리더니 그 해 10승을 기록했고, 그 이후 8시즌 연속 두 자릿 수 승리를 달성했다. 직구 평균구속은 리그 평균보다 14㎞ 떨어진 시속 128㎞에도 불구하고 통산 101승을 거뒀다는 것도 드물고 대단한 일이다.

유희관은 경기전 모습도 다른 투수들과 달랐다. 코로나19 발생전인 2019년까지 취재진들은 경기전 더그아웃에서 취재가 가능했는데 당일 선발투수에게는 말을 걸지 않는다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었다. 당연히 유희관의 선발 등판 때도 그를 피하려 했는데 유희관의 경우 피하고 있는 기자쪽에 와서 본인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독특한 스타일이었다.

그런 유희관의 모습은 취재진 입장에서는 고맙기도 하고 걱정이기도 했다. 경기전 선발투수에게는 묻고 싶은 것이 많다. 몸 상태나 상대타자에 대한 분석, 경기에 임하는 각오 등이다. 유희관은 그런 이야기를 필자가 원하는 것 이상 농담을 섞어서 말해 줬다. 그런데 얘기를 하는 사이 멀리서 코치나 구단 프런트들의 '언제까지 이야기를 하나?'라는 시선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신경을 쓰고 대화를 끝내려고 하는데도 유희관은 서비스 만점 이야기를 계속했다.

대부분 선발투수는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 특히 외국인 투수중에는 주변의 잡음을 차단하고 혼자서 집중하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모습은 타이틀전에 임하는 복싱선수처럼 보인다. 그런데 유희관은 선발등판 때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경기에 들어가는 것이 본인만의 루틴이었던 것 같다.

2018년 두산에 있었던 고토 고지 현 요미우리 자이언츠 코치는 유희관이 옆에 있을 때 "그는 야구선수가 아니다. 코미디언이다"라며 웃었다. 유희관에게 그런 말을 직접 했다는 것은 그 말이 본심이 아니고 야구선수로서 존중하면서 팀 분위기가 그만큼 좋다는 의미였다.

그런 유쾌한 성격의 유희관이지만 팀 동료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했다. 두산은 2019년 시즌에 앞서 포수 양의지가 NC 다이노스로 FA 이적을 해 대신 주전포수가 된 박세혁에게 관심이 집중됐었다. 당시 유희관은 박세혁에 대해 "(박)세혁이는 백업 포수 때부터 자신감이 넘쳤다. 요즘엔 여유도 생겼다. (양)의지의 자리는 꼭 메울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박세혁은 두산 투수들을 잘 이끌었고 팀은 계속 상위권에 있다.

야구선수는 현역 때에는 본인의 능력을 그라운드에서 플레이로만 표현하면 된다. 하지만 은퇴를 하면 지도자, 해설위원, 사업가 등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자기 생각을 말로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 전 기교파 투수이자 최고의 표현가인 유희관은 제2의 인생도 자기만의 말로 만들어갈 것이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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