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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차우찬과 일본인투수 카도쿠라가 은근히 경쟁을 펼치고 있다. 카도쿠라가 차우찬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방식인 것도 같다.
차우찬은 "아, 알고 있습니다. 2위 됐죠. 내가 5위고" 하면서 답했다. 차우찬은 2.72를 기록중이다.
곧이어 카도쿠라가 "내가 이닝수에서도 앞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차우찬은 "이닝?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아직 내가 많은 것 같은데요"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건 카도쿠라의 착각이었다. 카도쿠라가 49이닝을 던졌고, 차우찬은 56⅓이닝을 기록중이다. 카도쿠라가 급하게 일본을 다녀오느라 한차례 선발 등판을 거른 적이 있었다.
두가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역시 선발투수들이 승수 못지 않게 방어율과 이닝을 주요 덕목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팀의 원투 펀치 투수들이 은근히 서로의 존재감을 즐긴다는 것이었다.
차우찬은 "방어율을 놓고 따로 내기를 하거나 한 것은 없다"며 웃었다. 카도쿠라가 차우찬에게 수치를 제시한 건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직 많이 젊은 차우찬이 개막전부터 꾸준히 던져주고 있는 점을 카도쿠라가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동시에 '늘 그렇게 던져야한다'면서 일종의 자극과 암시를 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차우찬을 보면서 카도쿠라 본인도 자극으로 삼고 있을 것이다.
두 투수는 이날 공통된 의견도 보였다. 개막후 대체로 5일 휴식후 6일째 등판하는 패턴이 이어졌다. 차우찬은 "나는 4일 쉬고 던지는 게 가장 좋다. 화요일과 일요일에 나가는 식이 좋다"고 말했다. 그런데 카도쿠라 역시 "나도 4일만 쉬는 게 좋다. 5일 쉬고 6일째 등판은 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더 길어지면 아예 불펜으로 한번 던지고 그 다음에 선발로 나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만 38세 투수임에도 카도쿠라는 쉬는 게 길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뒤에서 식사하고 있던 마무리 오승환에게도 질문이 이어졌다. "오승환은 매일 등판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은가?" 오승환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저는 3점차에서 나가는 게 가장 좋습니다." 모두들 웃었다. 삼성 투수들의 대화는 유쾌하게 끝났다.
부산=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