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도마의 승부사'였다.
양학선(20·한체대)은 16일 대구 계명대체육관에서 펼쳐진 대구 전국체육대회 남자체조 일반부 종목별 결승 도마에 나섰다. 금메달은 떼논 당상인 것같았다. '선배' 김상우(전북도청)가 바로 앞 순서에 공중에서 뒤돌아 2바퀴를 돈 후 깔끔하게 착지를 꽂아냈다. 1차 시기 16.200점의 고득점을 받았다. 명품 연기에 장내가 술렁였다. 양학선이 바로 다음 순서였다. 양학선의 도마 연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팬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런던올림픽 사상 첫 체조 금메달리스트를 수많은 팬들이 기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경기 직후 양학선은 "상우 형이 1차시기에 착지를 완벽하게 꽂는 걸 보고 솔직히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긴장감을 늦추기 위해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도마 종목에서 경쟁자가 많아지는 현실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내에서 선후배들이 치고올라와야 안 따라잡히기 위해서라도 더 앞으로 열심히 달려갈 수 있다"고 또렷하게 답했다.
일본에 양학선의 신기술과 같은 '7.4 난도'를 받은 선수가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양학선이 또다시 특유의 승부욕을 불살랐다. "'양2'를 빨리 계발해야겠는데요." '양1'이라고 불리는 '양학선' 기술을 업그레이드시킨 '양2'를 구상중이다. 당초 공중에서 3바퀴를 도는 '양1'에서 반바퀴를 더 비트는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기술 개발자'인 양학선은 "어떤 기술이 될지는 모른다. 여러 가지 계획이 있다"며 섣부른 예상을 경계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CF, 인터뷰, 행사 관련 러브콜이 폭주했다. 체전을 앞두고 집중훈련을 하긴 했지만 '양1'을 뛰기 위해선 , '양2'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훈련량이 필요하다. 한달 넘게 충분한 훈련을 하지 못하면서 근육이 굳었다. 대구 팬들 앞에서 '양1'을 선보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미안하고 아쉽다. 공식 인터뷰 후에야 진심을 털어놨다. "사실 오늘도 경기 직전에 코치님께 '양1'을 뛰고싶다고 했는데, 코치님이 훈련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부상을 걱정하셨다"고 했다.
올시즌 남은 기간동안 오직 훈련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죽었다고 봐야죠"라며 싱긋 웃었다. 이달 말 스위스컵 초청대회와 내달 7일 중국아시아선수권에 나선다. 생애 첫 출전인 아시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광저우아시안게임(2010년) 도쿄세계선수권(2011년) 런던올림픽(2012년)에 이어 4개 대회를 석권하게 된다. 대한민국 체조 사상 최초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대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