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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는 SSG 랜더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올라간 키움 히어로즈는 한국시리즈에서 패배했지만 한 선수의 존재감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포수 이지영이다. 그 이지영을 시즌 동안 지켜보면서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경기전 훈련시의 옷차림이다.
하지만 경기전 훈련시간은 조금 다르다. 옛날에는 훈련시에도 유니폼의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현재는 반바지 선수가 대부분이다. 훈련시간에 긴 바지 유니폼을 입는 선수는 이틀 후의 선발등판을 위해 불펜 피칭을 하는 투수 정도. 그 이외의 선수는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모습으로 운동을 한다.
그런데 이지영은 다르다. 상의는 검은색 긴팔의 땀복을 입고, 검은색 반바지 안에는 타이츠를 입고 있었다. 기온이 30도 중반까지 올라가는 여름이라도 해도 이지영은 항상 그런 옷차림이었다. 다른 선수가 시원한 표정으로 스트레칭을 하는데 땀복 모습의 이지영은 가벼운 런닝을 계속하며 굵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지영에게 땀복을 입는 이유를 물어보면 "체력 관리를 위해 3년 정도 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이지영의 자세에 대해 SSG 랜더스의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 코치는 '납득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표현한다. 세리자와 코치는 이지영이 삼성 라이온즈에 소속되어 있었을 때 많은 것을 가르친 스승이다. 세리자와 코치는 "2020시즌에 키움전에서 이지영과 만났을 때 '살이 찐거 아니냐?' 라고 지적했습니다. 원래 이지영은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인데 '베테랑 선수는 살이 찌면 안 되니까 자꾸 운동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지영의 경우 키움 선수라는 점에서도 항상 땀복을 입는 의미가 크다. 키움은 10구단중 유일하게 돔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 돔구장은 여름에도 쾌적한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지만, 그 대신 야외의 원정경기에서 체력소모를 크게 느낄 수도 있다. 36세인 이지영의 경우 젊은 선수에 비해 기초 대사가 떨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땀을 내고 체력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이지영은 이번 한국시리즈 6경기 동안 혼자서 전 이닝 마스크를 썼다. 정규시즌 중에 137경기에서 포수 자리에 앉았고, 포수로 출장한 994⅔이닝은 유강남(LG 트윈스·139경기 1008⅓이닝)에 이어 2번째였다. 이지영이 건강하게 팀을 이끌었던 배경은 꾸준히 매 경기 좋은 몸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취재를 하면서 은퇴한 이대호(전 롯데 자이언츠)나 두산 베어스의 지휘봉을 잡게 된 이승엽 감독 등 많은 야구인들이 같은 말을 했다. "이전에 비해 선수들의 훈련량이 줄어들고 있다." 구단에 따라 생각이 다르고 리그 전체의 훈련 시스템을 바꿀 수 없지만, 이지영처럼 자기관리에 신경을 쓰고 살아 남는 선수와 그걸 게을리하고 사라지는 선수의 격차는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