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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봄날, 그린에선 웃음꽃이 만발했다.
이날의 진정한 주인공은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이었다. 서 감독이 '슛' 실력 못지않은 최고의 '샷' 실력을 뽑낸 2016 축구인 골프왕으로 선정됐다. 서 감독은 초대 챔피언 최용수 서울 감독과 2회 대회에서 우승한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에 이어 세 번째 '왕좌'에 올랐다.
축구인 골프대회는 실력만으로 정상에 설 수 없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12개 홀에 개인 핸디캡을 부과해 순위를 매기는 '신페리오 방식(파의 합계가 48이 되도록 12홀의 숨긴 홀을 선택해 경기 종료 후 12홀에 해당하는 스코어 합계를 1.5배하고 거기에서 코스의 파를 뺀 80%를 핸디캡으로 하는 산정 방식)'으로 승자를 가린다. 서 감독은 82타를 적어냈지만 신페리오 방식으로 환산한 결과, 70.0타를 적어내 1위를 차지했다. 서 감독은 부상으로 50인치 벽걸이 TV를 받았다. 그는 "내가 이걸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잘 못치는데 행운이 왔다. 축구 가족들이 만나 함께 볼을 쳐서 행복했다"며 "리그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우승 기운을 받아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웃었다. 서 감독에 이어 최강희 전북 감독이 70.2타로 준우승, 이운재 올림픽대표팀 코치가 70.6타로 3위를 차지했다. 최 감독은 "스코어가 잘못된 것 같다"며 넋두리를 늘어놓은 후 "오늘 선후배님과 스승님들을 모시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축구 발전을 위해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 코치도 "이 기세를 몰아서 8월 리우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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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상도 있었다. 주인공은 울리 슈틸리테 A대표팀 감독이었다. 특별상의 명목은 '벙커샷상'이었다. 그는 이날 벙커에서 100% 세이브를 자랑했다는 것이 동반자의 전언이다. 깜짝상을 받은 슈틸리케 감독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 이런 상이 있어도 되나 싶다. 벙커샷이 많았다는 것은 페어웨이로 못 쳤다는 뜻인데 왜 상을 주는지 모르겠다. 오늘 하루 축구인들이 많이 만나서 기뻤다"며 활짝 웃었다. 90대와 '백돌이(100타 이상 치는 골퍼)'를 오가는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뜨거운 벙커샷으로 90타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올림픽의 해, 대미는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장식했다. 이날 75타를 기록, '싱글 골퍼'다운 위용을 뽐낸 그는 "작년에 제가 서정원 감독이 받았던 상을 받았다.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도 줄지 알았는데 섭섭하다"며 웃은 후 "하지만 친구가 받아서 기분은 좋다. 리우올림픽에서 응원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 리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한국 축구가 얼마나 우수한지, 선배님들이 얼마나 우수한지 알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용인=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