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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10일. 지난 99년 도입된 프로야구 FA제도의 역사에 있어 의미있는 결정이 내려진 하루였다.
지난 1월15일까지 계약을 못해 'FA미아'로 전락한 이도형은 '법적으로' 어느 팀과도 계약이 가능한 신분이 됐다. 다만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한 164조의 보상 족쇄만은 풀지 못했다. 때문에 이도형 본인으로선 판결의 실질적 이익을 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향후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에게는 의미있는 사건이 될 전망이다. 이번 결정으로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된 선수가 이듬해 1월15일까지 어떠한 야구단과도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해당 선수는 그해 어느 구단과도 계약할 수 없다'고 규정한 야구 규약 161조 6항 단서는 사실상 사문화됐다. 이번 판결 효력은 이도형 개인에게만 한정된다. 하지만 향후 1월15일까지 계약을 하지 못해 미아가 된 FA선수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원은 같은 구제 판결을 내릴수 밖에 없다. 이대호 등 올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에게 구단이 더이상 '마감 시한'을 무기로 계약을 압박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결국 KBO는 올시즌 종료 후 각 구단과 협의 하에 사문화된 이 조항을 개정할 전망이다. KBO 이상일 사무총장은 11일 "구단들과 보완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FA보상을 규정한 164조 1항이다. '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한 구단이 해당 선수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20명) 외 1명 또는 연봉의 300%를 보상한다'는 이 조항은 이번 소송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외 사례에 비해 과도하거나 불합리하지만 민법상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도형이 여전히 이 규정을 적용받는다고 결정했다. 어느 팀과 계약할 수는 있어도 이도형을 영입한 구단은 '보상 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판결은 FA 제도 변화와 관련, 양면성을 가진다. KBO와 각 구단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올 겨울 161조 개정과 함께 '보상 규정'을 손 볼 가능성이 있다. 차등 보상을 도입해 논란 차단에 나설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정 반대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문제의 보상규정을 아예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 '보상규정'에 대해 "법원의 판단까지 거친 문제 없는 규정이 아니냐"는 논리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재판부조차 '해외 사례에 비해 과도하거나 불합리하지만'이란 부정적 단서를 달았다는 점이다. 구단들이 억지 논리로 현상유지를 꾀하는 것보다는 현실성 있는 차등 보상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 움직임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