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는 야구는 아주 재미있었어요. 야구장에 또 오고 싶어요."
지난 5월 31일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전이 열린 잠실구장. 이날 잠실구장을 찾은 47명의 일본인들이 한 말이다. 이들은 일반 관광객이 아니라 회사 사정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주재원과 가족들이었다. 이번 단체관전은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을 위한 조직인 서울재팬클럽(SJC)이 기획했다. 필자는 경기 전날에 일본인 주재원들에게 한-일 프로야구의 구조와 구단 경영방법, 야구 스타일의 차이점에 대한 강의를 했고, 관전 때는 안내역을 맡았다.
일본인 참가자들은 대부분 한국의 야구장엔 처음 왔다고 했다. 그런데 야구 자체에 대한 관심은 컸다. 가족과 함께 온 전자기기 회사에 다니는 한 남성 참가자는 "저는 고교때까지 야구를 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에게도 야구를 권했는데, 한국에서는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연식공을 쓰는 야구팀이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축구팀에 가입했고, 아들은 축구팬이 됐어요. 이번 관전을 계기로 아들이 야구에도 관심을 갖게되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또 한 여성은 "초등학생 아들이 일본인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연식야구를 즐기고 있어요. 한국 학생들과 함께 야구를 할 수 있으면 더 재미있을텐데, 한국은 어린이들도 경식공을 쓰니까 경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고 했다. 부모들은 한국에서 자기 자식들이 야구를 더 즐기기를 원하는데, 여러 환경적인 요인으로 기회가 없다고 했다.
이들은 경기 전에 두산의 송일수 감독, 고다 이사오 투수코치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참가한 어른들이 대부분 40대여서인지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에 스타선수로 활약했던 고다 코치를 기억하고 있었다. 고다 코치가 "또 야구장을 찾아주시고 우리 팀을 응원해주세요"라고 말하자, 일본인 가족들은 "다시 오겠습니다"라고 약속을 했다.
일본 대사관의 한 직원은 "일본인 주재원들은 한국인들과 함께 여가 생활을 즐기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이번 관전을 계기로 다음에는 본인 스스로가 야구장을 찾을 수도 있겠네요"라며 웃었다.
외국에 거주하다보면 본국과 환경이 다르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다. 좋아하는 야구를 보고 가족과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한 순간이라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